C0룰 시행 3년을 돌아보다

지난 2017년, 우리대학교 축구부가 U-리그* 참가를 포기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축구부 선수 14명이 학점 평균 C0를 넘기지 못했기 때문이다. 일명 ‘C0룰’이 시행된 이후 많은 학생 선수들이 경기 참여 자격을 박탈당했다. C0룰 시행 이후 3년이 지났지만, 비판의 목소리는 여전하다.

 

공부하는 학생 선수,
C0룰로 육성한다?

 

C0룰은 대학 운동부 선수들의 학습권을 보장하기 위해 마련된 규정이다. 학생 선수들이 운동과 학업을 병행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의 필요성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에 지난 2010년, 한국대학스포츠협의회(아래 KUSF)가 출범했다. 출범 당시 KUSF가 학사관리 부문에서 내세운 주요 과제가 바로 C0룰이다. 이는 미국대학체육협회(National Collegiate Athletic Association, NCAA)의 학사관리 규정을 모체로 한 제도로, 미국의 사례를 한국의 학제에 맞게 바꾼 것이다. 

참여 자격 기준이 C0로 정해진 것은 현장의 상황을 고려한 결과다. 처음에는 학교별로 상이한 학사제도와 상황을 고려해 C+를 기준으로 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그러나 총 56개 대학 중 23개 대학의 2011학년도 체육특기자 학점 평균이 C+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기준이 C0로 완화됐다. KUSF 기획총괄팀 권오석 주임은 “전문가와 현장의 의견을 수렴했을 때, C0는 출석과 과제를 했을 때 나올 수 있는 최소한의 학점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지난 2015년 KUSF는 「대학스포츠 운영규정」 제25조에 C0룰을 포함했다. 제도 시행 이후 학생 선수는 직전 2개 학기 학점 평균 C0 이상을 취득해야만 KUSF가 주최하는 대회에 출전할 수 있게 됐다. 단, 선수가 학업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인 만큼 방학 동안 개최되는 대회에는 C0룰을 통과하지 못한 선수라도 출전할 수 있다. 이는 농구, 배구, 축구, 야구, 정구, 아이스하키 6개 종목에만 적용되며, KUSF가 경기를 주최하지 않는 럭비는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하지만 당시 각 대학 운동부는 준비할 시간이 필요하다며 유예를 요청했고, KUSF가 이를 받아들여 2017학년도 1학기부터 C0룰이 시행됐다. 2년간의 유예에도 불구하고 당시 약 100명의 학생 선수가 자격 미달로 경기에 출전하지 못했다. 이는 전체 선수의 7.1%에 이르는 수치다.

 

‘씨 제로 룰’, 현실 반영 ‘제로’?

 

C0룰 시행 이후 3년이 지났지만, 우려의 목소리는 여전하다. 문제는 ▲선수들의 훈련 시간이 줄어든다는 점 ▲선진국형 모델을 무조건 모방한다는 점 ▲사전 학점 인정 제도가 없다는 점이다.

선수들에게 대학 리그는 중요한 무대다. 특히 축구 선수들에게는 더 중요하다. 지난 2008년 드래프트 제도가 자유계약 제도로 전환됐다. 자유계약제도 아래에서 K리그 주니어 출신 선수**들은 구단의 우선지명권을 갖고, 주니어 출신이 아닌 선수는 프로 구단과 자유롭게 계약할 수 있는 기회를 갖는다. 더불어, ‘22세 이하 선수 의무 등록 및 출전 제도’가 도입되면서 저학년 선수들에게 대학 리그는 중요한 무대가 됐다. 특히 우선지명권의 기한이 고등학교 졸업 이후 2년이므로, 주니어 출신 선수에게 대학 리그의 의미는 더 크다. 이들은 최대한 빨리 대학 리그 무대에서 활약을 보여야 한다. 

C0룰로 인해 대학 리그를 뛰지 못하게 된다면 큰 낭패다. 그 때문에 많은 선수가 울며 겨자 먹기로 학점을 채우기 위해 훈련 시간을 줄인다. 그러나 훈련 시간을 줄인다고 선수들이 학업 성적을 급상승시키기는 어렵다. 우리대학교 운동부 선수 김씨는 “운동부 내에서도 ‘어떻게든 C0만 넘기면 된다’는 인식이 팽배하다”며 “많은 선수가 그 이상의 노력을 굳이 하려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선수들은 운동과 공부, 둘 중 어느 것에도 몰입할 수 없는 상황이다. ‘공부하는 운동선수’를 육성하고자 시작한 C0룰은 학생 선수들을 ‘학생’도 ‘선수’도 아닌 애매한 존재로 만들었다.

NCAA의 제도를 모방한 한국의 C0룰이 우리나라의 실정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고등학생부터 운동선수들의 성적을 철저하게 관리하는 미국과 달리, 한국은 학생 선수들이 학사관리를 하지 않아도 대학진학에 문제가 없다. 대학 입시에도 선수들의 고등학교 내신 성적이나 수능성적은 전혀 반영되지 않는다. 공부보다는 운동에 초점을 맞춰 살던 선수들에게 경기 출전을 건 학점 요구가 당황스러운 이유다. 우리대학교 축구부 주장 김시훈 선수(체교·16,GK·1)는 “대학 입학 전까지 운동만 하던 선수들은 맞춤법도 잘 모르는데, 학력 수준이 높은 우리대학교 학생들과 성적으로 경쟁하는 것이 힘들 때가 있다”고 말했다. 

선수들이 신청할 수 있는 사전 학점 제도가 없다는 점 또한 문제다. 우리대학교 최준(스포츠응용‧18,FB·19) 선수가 대표적인 사례다. 최준 선수는 U-20 월드컵 출전과 대한축구협회 소집훈련으로 한 달간 학교를 나오지 못했다. 학교는 최 선수를 결석 처리했고, 최준 선수는 C0룰을 충족하지 못했다. 그는 KUSF가 규정하는 바에 따라 오는 2학기 대학 리그를 뛸 수 없다. 프로 진출을 코앞에 둔 선수에게 대회 출전 자격 박탈은 치명적이다. 

 

갈 길이 먼 C0룰과 한국 대학 리그

 

많은 사람이 C0룰의 취지와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현실 반영을 제대로 못 한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C0룰의 보완책으로 영국의 대학 리그(British Universities and Colleges Sport, BUCS)는 좋은 사례다. BUCS는 선수들이 운동과 학업을 병행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리그 출전 등 경기 일정으로 수업에 불참하면 보강 프로그램으로 빠진 수업을 채울 수 있다. 그러나 이 프로그램 적용 대상자는 운동선수만이 아니다. 불참 사유가 정당하다면 누구나 이 제도를 활용할 수 있다. 감독의 판단하에 학생 선수의 결석 사유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수 있으며, 이를 악용할 시 팀에서 선수를 퇴출할 수도 있다. 이들의 학사관리 제도는 운동선수에게만 주어지는 특혜가 아니다. 

경기 능력과 상관없이, 학점에 따라 학생 선수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하는 제도 또한 체계적으로 확립돼 있다. BUCS와 각 대학의 관리와 지원 아래 영국 학생 선수들은 운동과 학업의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이처럼 더욱 다양한 사례를 분석하고, 이들을 선택적으로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한국 교육 전반의 변화다. 변화의 조짐은 있다. 오는 2020년부터 체육특기자 선발 시 의무적으로 학생부가 반영되고, 고려대 등 일부 대학은 체육특기자 선발 시 최저학력기준을 적용하겠다고 발표했다. 변화는 비단 대학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초·중·고등학교에서부터 학생 선수를 관리하기 위해 지난 2018년 10월에는 학교체육진흥회가 창립됐고, 학생 선수 관리를 법제화하려는 노력 또한 계속되고 있다. 권 주임은 “학교체육진흥회의 출범으로 스포츠 선수 육성 교육의 범위가 넓어지게 됐다”며 “교육기관 간의 긴밀한 협력으로 더 연속적이고 체계적인 선수 관리가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우리나라 학생 선수들은 학업보다는 운동에 모든 시간을 쏟으며, 운동이 아니면 그 무엇도 할 수 없는 교육을 받아왔다. 하지만 운동만으로 살아남는 선수는 적다. 나날이 격해지는 경쟁에서 좌절하는 학생 선수는 외면받는다. 오로지 ‘프로’ 선수만이 정답은 아니다. 이들이 꿈꾸는 삶의 형태가 다양해질 수 있도록, 학생들이 운동과 학업 모두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 시스템의 변화가 시급하다.


*U-리그: 대한축구협회와 대학스포츠총장협의회가 학교 축구 정상화를 목적으로 공동 주최하는 대학축구리그로, 3월부터 10월까지 대회가 진행된다.
**K리그 주니어 출신 선수: K리그 프로구단이 지원하는 고등학교 출신 선수 

 

글 민소정 기자 
socio_jeong@yonsei.ac.kr
이희연 기자 
hyeun5939@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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