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선수의 좁아지는 미래, 해답은 어디에

우리대학교 선수들은 연고전을 비롯한 다양한 스포츠 경기에서 승리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졸업 후에도 순탄하게 선수 생활을 이어갈 듯하지만, 선수들은 프로리그로 나아가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는다. 이들은 무슨 이유로 학생 선수 생활 이후의 진로를 고민할까.

 

대졸 아닌 고졸을 택하는 구단,
대학 아닌 프로를 택하는 선수

▶▶인프라 부족 또한 선수들의 고충을 심화시킨다. 일례로, 우리대학교 야구부는 신촌캠에 연습부지가 없어 경기도 고양시에 위치한 삼애캠 야구장에서 훈련한다.

고교 졸업 후 대학 진학 대신 프로리그 진출을 선택하는 선수들이 증가하는 추세다. 이미 고교 선수들이 진출해 있는 프로리그에 대졸 선수들이 설 자리는 없다. 이 문제는 특히 축구와 야구에서 심각하다. 

축구의 경우 ▲신인 드래프트 제도 폐지 ▲23세 이하 의무출전 제도 시행이 그 원인이다. 지난 2016년 대한축구협회는 신인 드래프트 제도를 폐지했다. 그리고 기존에 시행되던 우선지명 제도를 부활시켜 선발 인원을 무제한으로 늘렸다. 우선지명 제도를 시행할 경우 ‘K리그 정관’ 제14조에 따라 각 클럽은 클럽별 연고지에 속한 고교 중 하나를 우선지명 클럽으로 지정해야 한다. 지정 고교 선수들은 졸업 후 곧바로 해당 클럽에 입단한다. 선발 인원의 제한이 사라졌기 때문에 각 클럽은 원하는 만큼 고교 선수를 선발할 수 있다. 

지난 2013년부터 시행된 ‘23세 이하 선수 의무등록 및 출전’ 규정도 고교 축구 선수들의 프로리그 진출이 급증하게 된 이유다. 우리대학교 축구부 주장 김시훈 선수(체교·16,GK‧1)는 “23세 이하 의무등록 규정이 생긴 뒤로 선수들이 대학 입학을 포기하고 프로리그에 일찍 진출하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2019년부터는 규정이 강화돼 프로 1부 리그인 ‘K리그 1’와 2부 리그인 ‘K리그 2’는 만 22세 이하의 선수를 엔트리에 2명 이상 포함하고 그중 1명 이상을 선발 출장시켜야 한다. 일찍, 안정적으로 선수 생활을 시작할 수 있기에 굳이 대학에 진학할 이유가 없어진 것이다.

신인 드래프트 제도를 유지하고 있는 야구의 경우 학생 선수들은 더욱 어려움을 겪는다. 지난 ‘2020 KBO 리그 1·2차 신인 드래프트’에서 지명된 110명의 선수 중 대졸 선수는 18명에 그쳤다. ‘2019 드래프트’에서는 대졸 선수를 단 한 명도 지명하지 않은 구단도 있었다. 

프로 구단들이 어린 선수들을 선호하면서, 고교 선수들은 졸업 후 대학 입학을 포기하고 프로리그에 진출하려 한다. 군 복무, 2군 엔트리 기간, FA(자유계약선수)자격 취득 등에 드는 시간을 고려하면 대졸 선수들은 고교 졸업과 동시에 입단한 선수들보다 불리하기 때문이다. 경남고 야구부 박종두(18)군은 “대학 졸업 후 프로에 입단하면 시간이 많이 지체된다는 인식이 강하다”며 “대학 진학보다는 고교 졸업 후 바로 프로에 입단하는 것이 선수 생활에 더 유리하다”고 덧붙였다. 

 

구원투수 KUSF, 위기를 끝낼 수 있나 

 

지난 2010년 출범한 한국대학스포츠협의회(아래 KUSF)는 ▲‘KUSF 대학스포츠 U-리그’(아래 U-리그) 개최 ▲선수들의 학업 지원 등을 통해 대졸 선수들의 경쟁력 약화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

U-리그는 축구, 야구, 농구, 배구, 빙구, 정구 6개 종목에서 운영된다. U-리그의 개최 목적은 ‘대학스포츠리그 운영을 통한 학생선수 학습권 보장 및 경기력 향상’이다. 야구의 경우 주중에는 학생들이 수업에 집중할 수 있도록 주 1~2회 금요일 또는 토요일에 경기가 운영된다. 평일에 학생들은 일반 학생들과 같이 학업을 소화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 제도가 역설적으로 선수들에게 더 큰 부담이 된다고 지적한다. 선수들은 U-리그 출전을 위해 학업과 운동 두 가지 모두에 매달려야 한다. KUSF 「대학스포츠 운영규정」 제25조*에 따라 직전 2개 학기 평균 C0학점을 취득해야만 U-리그 출전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김 선수는 “일정 수준 이상의 학점을 받아야만 경기 출전이 가능해 수업을 위해 경기나 훈련을 빠져야 할 때가 있어 난감하다”고 말했다. 선수들의 미래를 생각해 마련된 제도가 선수들에게 더 많은 짐을 지우는 것이다.

KUSF가 선수들에게 아무런 지원 없이 학업과 운동의 병행을 강요하는 것은 아니다. 우선 KUSF는 ‘KUSF U-스포츠마케팅 러너(이하 러너 제도)’로 선수들의 학업을 보조한다. 선수들과 일반 학생들을 연결해 도움을 받게 하는 방식이다. KUSF 홍보마케팅팀 강종석 팀장은 “가장 기본적인 수강신청조차 어려워하는 선수들이 많다”며 “일반 학생들이 멘토 역할을 하며 선수들의 학습을 돕는다”고 말했다. 또한 KUSF는 늦게 재능이 발현되는 선수에게는 선수 생활을 이어갈 기회를, 프로 진출에 실패하는 선수에게는 새로운 취업 시장에 도전할 기회를 제공한다. 강 팀장은 “대졸 선수들이 고교 선수들보다 프로에 진출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며 “KUSF는 프로지명을 받지 못한 대졸 선수들도 자립할 수 있게 여러 가지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KUSF와 U-리그는 대학스포츠 청사진을 그리기 위해 출범했다. 그러나 풀어야 할 문제들은 여전히 많다. 학생 선수들이 ‘학생’과 ‘선수’ 사이의 원만한 교차점을 찾을 수 있도록, 대학과 사회의 꾸준한 관심과 지원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KUSF 「대학스포츠 운영규정」 제25조(학점관리와 불이익처분) ① 학생 선수는 직전 2개 학기 평균이 C0 이상을 취득하여야 협의회가 주최·주관 또는 승인하는 각종 대회의 모든 경기에 출전할 수 있다.


글 민수빈 기자
soobni@yonsei.ac.kr
박진성 기자
bodo_yojeong@yonsei.ac.kr

사진 연세춘추
chunchu@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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