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종갑 교수 (우리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지난 학기부터 우리대학교는 19대 총장선출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학내 안팎에서 많은 변화가 진행 중이니 만큼 총장선출에 대한 교내외의 관심과 기대는 설명할 수 없을 만큼 크다고 할 수 있다. 총장후보자로 등록한 분들도 역대 어느 총장선출 시보다 많다. 그러한 만큼이나 총장선출과정은 공정하고 엄숙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총장선출과정에서 여러 불협화음과 미숙함이 드러나고 있다. 매번 바뀌는 총장선출절차는 불협화음과 미숙함의 근원이 되는 것 같다.

이번 총장선출에 있어서 교수평의회(아래 교평)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함에도 불구하고 그 미숙함은 도를 넘은 느낌이다. 19대 교평이 그 임무를 마무리하는 과정에서 교평의원이 아닌 교수까지 포함시켜 비상대책위원회라는 교평회칙에도 없는, 그 존재 근거와 권한이 불분명한 조직을 만들었고, 현 20대 교평까지 그 비상대책위원회는 존속되고 있다. 교평회칙에는 운영위원회와 분과위원회를 둘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 그 어디에도 비상대책위원회를 둘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지 않다. 교평이 비상대책위원회를 만든 것은 마치 군사 쿠데타에 의해 정부의 권한을 중지시키고 정부를 대체하는 초법적인 위원회가 들어선 느낌이다. 그리고 비상대책위원회는 19대 교평이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학교재단의 총장선출과정에 빈틈이 없도록 하기 위해 조직된 것이라고 변명하더라도, 20대 교평의 구성이 완료돼 그 활동이 시작된 이후에는 그 임무를 마치고 해산했어야 한다. 만일 교평의원이 아닌 교수가 포함된 비상대책위원회가 교평의 의사를 좌우하거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친다면 이는 교수의 대표자가 아닌 자가 교수를 대표하게 되는 결과를 낳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교평 의결은 차후 법적 분쟁에 휘말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총장 선출에도 법적 하자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현 교평은 총장후보로 등록한 교무위원의 사퇴를 요구하는 안건을 총회에 상정했었다. 그 안건은 부결됐지만, 좀 더 심사숙고해야 하지 않았나 한다. 원칙이라는 것은 모든 사람에게 공정하게 적용돼야 한다. 만일 그 원칙을 적용하고 싶다면, 총장후보 등록 절차가 시작되기 전에 그 원칙을 만들었어야 한다. 총장후보로 다수의 교무위원이 등록한 마당에 그 원칙을 적용하면 교무위원들은 자신들의 직에서 사퇴해야 하는 데 이는 교무위원들을 포함해 특정인에게 유리하거나 불리하게 될 수밖에 없다. 후보자로 누가 등록됐나를 본 이후에 선출절차를 변경하는 원칙을 만들겠다고 한 그 자체가 반지성적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나아가 교평 회칙에도 없어 위법적으로 판단되는 비상대책위원회까지 만들어 총장선임절차에 대처하겠다고 헸음에도 불구하고 총장선출절차가 시작되기 전이나, 최소한 총장후보 등록 전에 그러한 원칙조차 만들지 않고 그동안 무엇을 했는지 묻고 싶다. 이러한 미숙함과 불공정함을 교평의 자율권으로 가리려고 해서는 안 된다. 자율권이란 정당한 권리의 행사범위에서만 인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미숙함은 총장후보추천위원회(아래 총추위)를 구성함에 있어서도 드러났다. 총 24명으로 구성되는 위원 중 일부는 그 구성원을 이루는 집단에서 무작위 선출에 의하여 구성되지만, 일부는 당연직인 것처럼 사실상 그 직위에 의해 이미 결정됐다. 총추위 구성에서 동일한 절차와 방법이 적용되지 못했다. 그리고 지난주에 총추위를 구성하는 교수들을 비밀리에 선정했고, 그 명단은 비밀로 부쳐졌다. 그러나 직원과 학생 대표와 같이 그 직위에 의해 총추위를 구성하게 된 일부 위원들은 공개된 상태다. 이러한 상태에서 교평이 선출하는 교수위원들을 비공개로 하는 것이 타당한지 묻고 싶다. 24명중에 교수 위원이 12명이다. 우리학교 교수 전체로 봤을 때 소수인 12명이 행사하는 권한은 매우 막강하다. 그럼에도 교수 자신들을 대표하는 대표자를 모르는 것이 타당한 것일까? 오히려 총추위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교평에서 선출한 위원을 포함해 총추위 위원 모두를 공개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본다. 깜깜이 절차에 의해 연세를 이끌어나갈 총장 선출에 관여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처음부터 원칙을 잘 정했어야 한다. 민주주의에서는 그 결과의 정당성보다도 그 결과에 이르는 절차적 정당성이 더 중요한데도 교평에서 진행하는 절차는 아직 미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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