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대학교는 지난 2019학년도 1학기부터 상대평가 원칙을 폐지하고 평가방식을 자율화하는 등 성적평가 방식을 개편했다. 학생들을 다각적으로 평가하겠다는 취지에서다. 그러나 변화된 성적평가방식에 대한 학생들의 의견은 엇갈리고 있다.
 

자율평가제 시행 첫 학기,
기대했던 효과 거뒀나

 

지난 2019학년도 1학기, 자율평가제가 처음 시행됐다. 자율평가제에 따라 성적평가방식은 단과대·학과 내규에 따라 자율적으로 정해졌다. 학교 측은 ▲학생들 간 불필요한 경쟁과 비교 해소 ▲학습에 대한 재미와 내적 동기, 창의성 제고 등을 실현하기 위해 성적평가방식 개편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일부 학생들은 자율평가제가 기대효과를 달성했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학생들은 자율평가제가 학생들 간 과도한 성적 경쟁을 완화했다고 말했다. 안한나(HASS·19)씨는 “같은 수업을 듣는 친구들과 시험 준비를 같이 했다”며 “서로를 경쟁자로 인식하지 않아 정보 교환에 더 관대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교양과목을 수강한 최은지(노문·18)씨는 “해당 수업은 조원 간 상호평가 점수를 성적에 반영했다”며 “상대평가였을 경우 더 높은 점수를 받기 위해 의도적으로 다른 조원에게 낮은 점수를 주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덧붙여 최씨는 “성적평가가 절대평가로 이뤄져 수강생들과 같이 공부하고 시험 자료를 구해주는 등 경쟁의식을 전혀 느끼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자율평가제 도입으로 학생들은 성적 부담이 줄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는 비전공자의 언어 교양과목 수강에서 특히 잘 드러났다. ‘일본어(1)’ 과목의 경우 지난 2019학년도 1학기 참여 인원이 299명이었다. 2018학년도 2학기에 196명의 학생이 수강신청 했던 것의 1.5배 정도다. 해당 과목의 강의 중 하나를 진행한 학부대 이평춘 강사는 “상대평가로 인한 불리함이 제거돼 학습 의지가 있는 학생들이 더 자유롭게 수강한 것으로 보인다”며 “일본어를 처음 접하는 학생들이 많이 늘었다는 것을 체감했다”고 말했다. 김승수(정외·18)씨는 “자율평가제 실시 후 교양과목에서 특정 계열 전공자가 높은 점수를 받아 비전공자가 피해를 보는 현상이 완화됐다”며 “비전공자 역시 노력 여하에 따라 보다 나은 학점을 받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지나치게 ‘자율화’된 평가제도,
불만의 목소리도 터져 나와

 

그러나 학생들은 ▲장학금 선발기준이 높아진 점 ▲평가방식이 지나치게 교수 재량에 맡겨져 있다는 점 ▲평가방식이 모호하다는 점을 들어 자율평가제에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일부 학생들은 상대평가 원칙이 폐지되고 많은 과목에서 절대평가 방식을 적용하면서 장학금 선발기준이 높아졌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미래캠 글로벌행정학과 강병기 사무 조교는 “지난 2019학년도 1학기 글로벌행정학과에서 절대평가 방식을 적용한 강의가 많아 진리 장학금 지급 기준이 작년보다 상승했다”며 “최우수상과 우수상 수상 기준이 거의 4.3점에 달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절대평가 강의를 듣는 학생들은 교수가 지정한 점수 기준에 따라 학점을 받는다. 수강 인원과 비율, 다른 학생들의 점수와 관계없이 본인이 노력하면 높은 학점을 받을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학교 측은 사전에 예측한 결과이며 이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해 대비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신촌캠 교무처 부처장 김성문 교수(경영대·경영과학)는 “교수들이 수강생 성적을 입력할 때 수강생 전체의 평균 성적과 표준편차를 함께 기재하게 했다”며 “성적을 편중되게 부여하지 않게 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김 교수는 “편중된 성적을 부여한 강의에는 주의 조처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교수의 과도한 재량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별도의 사전 공지 없이 교수가 성적평가방식을 변경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최씨는 “개강 전 절대평가로 공지된 과목에서 실제로는 상대평가가 이뤄진 경우가 있었다”며 “학생들에게 중요한 고려사항인 성적평가방식이 갑자기 바뀌어 혼란스러웠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 교수는 “과목의 성적평가 방식은 교수 개인이 아닌 학과의 과목 운영방침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라며 “해당 사례는 교수의 단순 실수로 인한 특수한 경우였다”고 말했다.

절대평가와 상대평가 방식이 혼재돼 평가가 이뤄지기도 했다는 불만도 이어졌다. 일부 과목에서는 절대평가로 성적을 매기겠다고 공지했으나 교수가 정한 비율에 따라 학점을 부여했다. 이를 두고 비율만 조정된 상대평가가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재학생 A씨는 “전공과목 교수가 수강생의 40%에게만 A학점을 주겠다고 말했다”며 “이는 상대평가에서 기존의 비율을 상향 조정한 것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학교 측은 해당 지적이 타당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교무처 관계자 B씨는 “자율평가제의 기본 원칙은 성적평가방식을 학과 재량에 맡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B씨는 “40%라는 비율은 이전 학기 수강생들의 성취에 바탕을 두고 설정된 것”으로 “학점 비율을 사전에 정하는 것을 문제로 보긴 어렵다”고 반박했다.

 

교무처는 상대평가제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자율평가제를 도입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자율평가제가 시행된 지 한 학기가 지난 현시점, 더 명확한 제도 확립이 필요해 보인다. 김 교수는 “자율평가제가 도입된 지 아직 한 학기밖에 지나지 않았다”며 “평가제도와 강의의 질적 개선 여부에 관해서도 지표를 모은 뒤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 박채린 기자
bodo_booya@yonsei.ac.kr
윤세나 기자
naem_sena@yonsei.ac.kr
변지현 기자
bodo_aegiya@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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