샴페인과 홍차를 파는 와인바, 떼뮤즐렛

어느샌가 유행처럼 퍼져 대중 음료가 된 밀크티. 우유의 힘을 빌려 홍차와 친숙해졌다면 본격적으로 홍차를 알아보는 건 어떨까. 홍차는 본디 샴페인과 함께하는 게 정석이라고 한다. 연희동에 홍차의 정석을 만날 수 있는 공간이 있다. 사러가 마트 건너편의 작은 테라스가 딸린 티룸, ‘떼뮤즐렛’이다.

 

Q. 간단한 자기소개와 가게 소개를 부탁한다.

A. 떼뮤즐렛은 차를 마실 수 있는 티룸이다. 평범한 티룸과 다른 점은 샴페인을 비롯한 와인도 마실 수 있다는 점이다. 외국에서는 샴페인을 마신 후 홍차를 마시는 게 정석으로 여겨진다. 그래서 마리아주 프레르* 등 유명한 티룸에서는 홍차와 샴페인을 함께 판다. 한국에서는 호텔이 아니면 이런 문화를 체험하기 어려워 생소할 수 있다. 그래서 홍차를 제대로 된 방법으로 마실 수 있는 곳을 만들고 싶었다. 고급스러운 호텔이 아니더라도 샴페인과 홍차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을 소망하며 만든 곳이 바로 떼뮤즐렛이다.

 

Q. 티룸과 와인바가 한 공간에 있는 게 신기하다.

A. 티룸은 활력보다는 휴식을 원하는 사람들이 찾는 곳이다. 하지만 휴식을 원해 티룸을 방문한 사람도 약간의 알코올로 기분을 고양한 후 홍차를 즐기면 더 좋다. 또 남편은 와인을 좋아하고 나는 차를 좋아한다. 남편은 샴페인을, 난 차를 마시고 싶을 때 갈 만한 곳이 집이나 호텔밖에 없었다. 그래서 우리의 사심을 채우기 위해 만든 공간이기도 하다(웃음).

 

Q. 종종 시음회를 여는 것으로 알고 있다. 시음회는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A. 차와 와인을 함께 즐기는 문화를 손님들에게 전하고 싶었다. 동시에 떼뮤즐렛이 일상에 편히 다가갈 수 있는 공간임을 알리기 위해 시작했다.

 

Q. 차 문화가 생소한 대중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입문 방법이 있는가?

A. 가장 좋은 방법은 밀크티를 활용하는 거다. 요즘은 꽤 많은 사람들이 밀크티를 즐기고 있지 않나. 밀크티를 자주 마신다면 이미 홍차와 어느 정도 친해진 셈이다. 밀크티에 익숙해졌다면 찻잎을 바꿔보거나 우유 대신 물을 넣는 등 다양한 시도로 차와 점점 친해지는 것이 좋다.

맛있는 한 잔의 차를 만드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물 온도, 차를 우리는 시간, 찻잎의 양, 물양 등 모든 요소가 차이를 만들기 때문이다. 그런데 일부 카페에서는 그냥 정수기의 뜨거운 물에 티백을 우려 차를 만든다. 진한 맛을 위해 찻잎을 으스러뜨리는 만행을 저지르기도 한다. 찻잎이 으스러지면 차의 맛을 해치는 성분들이 나온다. 그런 차는 맛이 있을 수가 없다. 이런 차를 마신 입문자들이 ‘차는 나와 안 맞다’고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맛없는 차를 접하고 포기하기보다 최대한 많은 차를 접해보길 바란다

 

Q. 왜 연희동에 자리를 잡았는지 궁금하다.

A. 성인이 된 후 처음 상경했던 곳이 바로 신촌이었다. 교통도 좋고 부모님이 아실만한 곳이니, 자취하기엔 제격인 곳이었다. 그 이후로 신촌에서 10년 이상을 살았다. 신촌에 살다 보니 가까운 연희동에 자주 가곤 했다. 한적한 분위기가 좋아서 언젠가 여기서 지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결혼을 한 후 가게를 이곳에 차리게 됐다. 또 어느 정도 와인과 차에 대한 수요가 있는 곳이어야 했다. 연희동에는 와인바나 티룸이 많아 우리 가게를 찾을 사람이 많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Q. 떼뮤즐렛이 손님들에게 어떤 공간이 됐으면 하는가.

A. 사람들이 지쳤을 때 삶의 짐을 풀고 갈 수 있는 공간이 됐으면 한다. 누구든 와인을 마시며 재밌는 얘기를 나누다 보면 어느새 기분이 좋아진다. 손님들이 느끼는 즐거움이 내가 바라는 전부다. 기분이 울적하거나 누군가와 싸웠더라도, 같이 와인 한 잔을 기울이고는 웃으면서 나갈 수 있는 그런 공간이 되고 싶다.

 

구석진 곳에 있어 찾기 어렵지만, 찾기만 하면 당신을 홍차와 와인의 세계로 인도해줄 준비가 된 이곳. 홍차와 와인으로 지친 삶에 쉼표 하나를 만들고 싶다면 추천한다. 연희동의 티룸, ‘떼뮤즐렛’.

 

*마리아주 프레르: 1854년부터 꾸준한 사랑을 받아온 프랑스의 홍차 전문점

 

글 김현지 기자
hjkorea0508@yonsei.ac.kr

사진 정구윤 기자
guyoon1214@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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