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인과 예술가, 방문객이 한데 어울린 거리축제

현란한 볼거리와 신촌 전역에 울리는 음악 소리에 연세로를 지나가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발길을 멈췄을 축제, ‘2019 신촌야행(아래 신촌야행)’이 지난 5월 17일부터 19일까지 사흘간 열렸다. 올해 처음 열린 이 행사는 약 400m에 달하는 연세로 일대를 꽉 채우는 규모를 자랑했다.

 

신촌야행이 열리기까지

 

이번 행사는 ‘신촌 물총축제’와 ‘신촌 맥주축제’로 유명한 축제 전문 기획사 ‘무언가’가 주관하고, 신촌상인연합회(아래 상인연합회)가 주최했다. 지난 4월 중소벤처기업부의 시장경영바우처 지원 사업*에 상인연합회의 제안이 선정된 것이 신촌야행의 시작이다. 무언가와 상인연합회는 지난 4월 신촌 내 지역상권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며 그 첫 번째 공동 프로젝트로 ‘신촌야행’을 기획했다.

신촌야행의 취지는 ▲아날로그와 트렌디한 감성의 만남 ▲상인과 예술가와의 상생 ▲신촌 봄 대표 축제로 자리매김 등이다. 먼저 신촌야행은 지난 1970~80년대 젊음과 낭만의 상징이었던 신촌의 아날로그 감성과 현재 신촌의 트렌디한 감성의 조화를 도모한다. 무언가 소속 오승균 PD는 “최근 뉴트로(new-tro)**가 유행이지 않나”며 “신촌야행은 신촌의 역사성을 현대의 관점에서 재해석한 축제”라고 말했다. 또한, 신촌야행은 ‘문화 중심지’라는 신촌의 수식어에 걸맞게 문화와 예술을 많은 사람에게 확산하고자 기획됐다. 신촌에 봄을 상징하는 축제를 만들겠다는 주최 측의 포부 역시 신촌야행이 열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홍승호 상인연합회장은 “여름에는 물총축제, 가을에는 맥주축제, 겨울에는 크리스마스 거리축제를 떠올리지만 봄을 대표하는 축제는 아직 없다”며 “신촌야행이 올해를 시작으로 그 자리를 메워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신촌야행, 그 화려한 시작

신촌야행은 ▲언더그라운드 공연 ▲빠리다방 ▲신촌작담 ▲빵과 음악 사이 등 총 네 가지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다.

 

#언더그라운드 공연

 

언더그라운드 공연은 빨간 잠수경 앞 메인 무대와 두 개의 버스킹 존으로 나뉘어 펼쳐졌다. 사흘간 총 11팀의 인디밴드가 참가한 메인 무대는 야행(夜行)이라는 의미에 걸맞게 저녁 6시 이후 팀마다 30분간 공연을 선보였다. 박진화(24)씨는 “토요일 저녁에 연세로를 걷다 사람들이 많아 놀랐다”며 “무대 앞 인파만 보면 유명밴드가 왔다고 착각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홍 회장은 “록 음악 대신 자연스러우면서도 잔잔한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는 인디밴드를 섭외했다”고 밝혔다. 버스킹 존에서도 최신 가요뿐만 아니라 박진영의 ‘엘리베이터’, ‘DJ DOC’의 ‘Run To You’ 등 복고풍의 노래에 맞춰 공연이 진행됐다.

 

#빠리다방

전시회로 구성된 신촌역 부근의 빠리다방 또한 축제에 볼거리를 더했다. 빠리다방은 1970년대 이대 앞에서 신촌의 예술가들이 교류하고 네트워크를 형성하던 곳이었다. 그 이름을 따온 이번 전시회는 신촌에서 활동한 예술가들의 작품을 소개하면서 ‘대안 문화의 중심지’, ‘문학인들의 아지트’ 기능을 했던 신촌의 역사성을 알려준다. 여기에 ‘키뮤 스튜디오’와의 협업을 통해 발달 장애인이 디자인에 참여한 작품을 전시하는 공간이 마련되기도 했다. 키뮤 스튜디오의 박진주 이사는 “발달 장애인들이 각자 좋아하는 그림을 그리면, 키뮤 스튜디오의 전문 디자이너들이 배경 부분을 손봐서 작품을 완성하는 식”이라고 말했다.

 

#신촌작담

축제에 빠질 수 없는 건 바로 참가자가 직접 참여하는 체험 프로그램이다. 신촌작담은 신촌야행의 유일한 체험 부스인 ▲신촌동 미음 우체국과 더불어 ▲신촌동 책방 ▲신촌 싸롱 ▲컴퓨터 오락실로 운영됐다. 신촌동 미음 우체국은 이렇게 참여할 수 있다. 공씨책방, 미네르바, 창천교회 등 오랜 시간 신촌에서 자리를 지킨 랜드마크의 사진이 담긴 엽서를 한 장 고른다. 이후 엽서와 실제 장소를 사진에 한 데 담아 해시태그와 함께 개인 SNS에 올리면 대학로 연극 티켓을 받을 수 있다. 참가자는 신촌의 랜드마크를 직접 방문하며 역사를 되돌아볼 수 있었다. 이 프로그램은 무언가가 모집한 청년 축제기획단 ‘미음’이 기획했다. 신촌야행에 스태프로 참여한 미음의 이지민(25)씨는 “내가 직접 기획한 프로그램이 생겼다는 것이 뿌듯하고 축제가 더 의미 있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연세대 부근부터 빨간 잠수경까지 이어지는 길에는 신촌동 책방과 컴퓨터 오락실, 신촌 싸롱이 차례로 자리했다. 신촌동 책방은 여러 중고 도서를 쌓아놓은 곳으로 도서를 직접 구매하거나, 그 앞에서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컴퓨터 오락실에서 사람들은 과거 오락실을 연상시키는 오락 기계로 게임을 즐겼다. 옛 다방을 연상시키는 신촌 싸롱에서는 누구나 편하게 음식을 먹거나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빵과 음악 사이

5개 업체가 운영한 푸드트럭과 11개 업체가 운영한 수제 맥주 부스로 채워졌다. 연세로에 있는 부스는 외부 업체, 명물거리에 위치한 ‘신촌상회’는 신촌 상인이 직접 운영했다. 먹거리는 맥주와 곁들이기 좋은 꼬치, 감자튀김, 소시지 등 안주 위주였다. 이 역시 독특한 펍의 성지였던 신촌에서 개성 있는 펍을 재현한다는 취지다.

 

두 번째 신촌야행을 기다리며

큰 규모와 많은 참가자를 동원한 축제인 만큼, 축제는 실로 큰 호응을 얻었다. 과거와 현대의 만남을 도모한 신촌야행은 신촌에서의 추억을 떠올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축제에 참여한 김영미(33)씨는 “연세로 일대를 구경하고 맥주도 마시며 여유를 즐기고 있다”며 “우연히 신촌에 들렀는데 옛 기억이 새록새록 나는 것 같아 좋다”고 말했다.

신촌에서 거리축제가 열릴 때마다 지속적으로 불만을 표해왔던 상인이 축제에 직접 참여한 점 또한 긍정적이다. 이는 ‘축제 방문객이 가게 손님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상인들의 불만을 해결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오 PD는 “상인연합회와 무언가는 신촌 상권 활성화라는 목표를 공유하고 있다”며 “함께 축제를 기획함으로써 그간의 마찰과 잡음을 줄이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신촌상회’ 이름을 내건 상인들의 먹거리 부스는 6개에 그쳤다. 하지만 올해를 발판으로 점차 상인의 축제 참가 비중을 늘려갈 계획이다. 홍 회장은 “신촌 상인들이 이런 축제에 참여한 경험이 없어 아직은 부족하지만, 점차 경험을 쌓아가면서 나중엔 모든 부스를 신촌 상인들이 꾸렸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무언가가 진행해 온 물총축제와 맥주축제 역시 상인연합회와 협업할 방법을 논의 중이다.

​첫걸음을 뗀 축제인 만큼 아쉬움을 표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체험 프로그램의 수가 적어 먹부림과 공연 위주인 여느 축제와 다른 특색이 없었다는 점이다. 축제에 참여한 한지선(45)씨는 “아이들과 함께 다양한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부스가 많지 않아 아쉽다”고 전했다. 박겸(23)씨는 “신촌에서 열리는 여느 축제와 비슷해 한번 들른 것에 의의를 두려고 한다”고 말했다. 김씨 또한 “신촌이 젊은 세대의 문화를 표현하는 곳이지만, 여러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방문객에게 바쁜 일상 속 짧은 ‘여행’을 선사한 제1회 신촌‘야행’. 축제는 과거 신촌의 전성기를 재현하며 누군가에게는 향수를,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경험을 선물했다. 해를 거듭할수록 여러 사람의 의견을 반영하고 신촌 상인들의 참가를 높여 진정한 지역 축제로 발돋움하기를 바란다.

 

*시장경영바우처 지원 사업: 소상공인들이 바우처 한도 내에서 마케팅・시장매니저・배송서비스 등의 정책서비스를 자율적으로 선택・추진할 수 있도록 중소벤처기업부가 지원하는 사업.

**뉴트로(new-tro): 새로움(new)과 복고(retro)를 합친 신조어로, 복고(retro)를 새롭게(new) 즐기는 경향을 말한다.

 

글 박지현 기자
 pjh8763@yonsei.ac.kr

사진 박수민 기자
raviews8@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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