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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더 가까이, 더 자주 볼 수 있는 FAN
  • 김인영 기자
  • 승인 2019.06.02 23:40
  • 호수 50
  • 댓글 0

SNS를 통해 일부 극성팬에게 “집으로 찾아오는 일을 중단해 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라고 호소하는 아이돌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일부 극성 아이돌 팬들이 밤낮없이 연예인의 사생활을 위협한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아이돌 팬은 비난의 중심에 섰다. 논란의 이면을 들여다보기 위해 『The Y』는 지금 팬 생활을 쉬고 있다는 한 아이돌 팬을 만났다.

Q.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A. 중학생 때부터 직장 다닐 때까지 간간이 아이돌 팬 생활을 했습니다. 누구인지 밝힐 순 없지만, 지금은 유명해진 아이돌 여럿을 ‘키웠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열렬히 후원했어요.

Q. 본인이 일반 팬과 달랐던 점은 무엇인가요?

A. 일단 일반 팬은 직접 연예인을 만날 기회가 많지 않아요. 그러나 저는 연예인을 더 가까이 더 자주 볼 수 있었어요. 공식 일정 외의 스케줄도 따라다니며 근거리에서 대화를 나누기도 했어요. 그들도 저를 자주 보다 보니 일면식이 생기기도 했고요.

Q. 팬으로서 아이돌을 위해 어떤 일을 했나요?

A. 저는 선물을 많이 한 편이에요. 가방, 신발, 지갑, 벨트 같은 액세서리나 명품 의류 등을 선물했어요. 기획사마다 차이가 있긴 하지만, 대부분 선물은 회사를 통해서 주는 게 원칙이에요. 하지만 제 선물은 금액대가 높아서 직접 전달했어요. 고가의 선물을 자주 주다 보니 아이돌이 제가 누구인지 기억하기도 했어요.

아이돌의 기를 살려주기 위해 도시락을 선물해주는 건 이제 팬들 사이에서 흔한 일이죠? 음악 방송이 있을 때 방송국 관계자나 제작진의 인원수를 파악해서 맞춤 도시락을 보내곤 해요. 그러면 관계자들이 그 아이돌에 대해서 좋게 생각하거든요. 개인이 준비하기엔 경제적으로 부담이 돼서 단체로 하는 경우가 많은데, 저는 거의 혼자 진행했어요. 제가 주문했다는 걸 알리기 위해 제 이름이 붙은 스티커를 도시락에 붙이기도 했고요. 가끔 아이돌을 직접 마주칠 때면 제가 보낸 도시락은 맛있게 먹었냐고 물어보기도 해요.

Q. 그럼 일반 팬과는 다른 대접을 받았겠네요?

A. 저를 잘 알아봐 주고, 이름을 기억해준다는 게 일반 팬과는 다른 대접이었어요. 저는 아이돌의 공식 일정이 없을 때 주로 회사 연습실에 가서 기다리곤 했어요. 그러다 연습 중간 쉬는 시간에 말을 거는 편이었죠. 대화 주제는 친구들과의 이야기와 크게 다르지 않아요. 오늘 뭘 먹었는지, 무슨 연습을 했는지 등 일상적인 대화가 대부분이에요. 그러다가 조금 더 그들과 친해지면 가끔 외부에는 알려지지 않은 비공식 스케줄을 알려줬어요. 그렇게 아이돌과 친분이 생기면 번호를 주고받고 연락을 했어요. 간혹 사적인 만남을 가지기도 했죠. 저는 아니지만, 심지어는 아이돌과 사귀는 경우도 있다고 해요. 그들이 대중적인 인기를 얻기 전에야 가능한 일이긴 하죠.

도를 넘는 일을 벌이지도 않았고, 비싼 선물을 주다 보니 저는 방송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악성 팬과는 다른 대접을 받았어요. 제가 본인들의 사생활을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 관심을 가진다고 느꼈을 테니까요. 데뷔하지도 않았는데, 혹은 유명하지도 않은데 이런 관심을 받는 걸 오히려 반기는 편이었어요. 어떤 아이돌은 연습생 때부터 꾸준하게 자신을 좋아해 주는 걸 고맙게 생각하기도 하더라고요.

한 번은 추운 날 제가 회사 앞에서 연습이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아이돌 멤버가 제게 날이 춥다며 마스크를 사준 적이 있어요. 작은 선물이었지만 항상 주기만 하던 입장에선 감동이었어요.

Q. 연예인들에게 피해를 끼치는 극단적인 팬들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A. 사실 어디를 가나 극성인 부류가 있어요. 대중적으로 인기가 많은 아이돌 그룹의 경우, 그 정도가 더 심하다고 들었어요. 개인적인 용무에도 따라다니는 팬들이 워낙 많다 보니 멤버들에게 큰 스트레스죠. 현관문을 열고 숙소에 들어가거나, 호텔 방 카드를 복제하는 등 범죄 수준으로 멤버들을 괴롭히는 경우도 보도된 적 있고요. 그러다 보니 아이돌 팬 전반에 대한 인식이 나빠지는 것 같아요. 사실 그런 극성팬보다 저와 비슷한 정도로 활동하는 분들이 더 많아요. 일부 팬들의 도를 넘는 스토킹과 사생활 침해는 분명 잘못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진심으로 그 연예인을 아낀다면 그런 범죄를 저지를 생각도 할 수 없을 거예요.

Q. 팬을 자처하는 심리는 뭘까요?

A. 아이돌 팬 생활은 일종의 게임이랑 비슷한 것 같아요. 아이돌을 키우는 느낌이 들거든요. 연습생이거나 인기가 없는 시절일 때부터 후원하다가 그들이 유명해지면 뿌듯하죠. 그럼 이제 다 키웠다는 느낌이 들어요. 이제 다른 아이돌을 찾아야겠다는 생각도 들고요.

무엇보다 팬들끼리 경쟁심이 있어요. 아이돌이 특정 팬을 알아봐 주고 잘해주면 질투를 해요. 아이돌이 저를 기억하면 제가 남들보다 더 특별해지는 느낌이거든요. 그래서 아이돌에게 저를 각인시켜 다른 팬들보다 특별해지기 위해 더 열렬히 후원했어요.

Q. 팬 생활을 그만두게 된 이유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A. ‘탈덕’은 없고 ‘휴덕’만 있다는 말이 있잖아요. 원래 팬 생활은 내가 좋아하는 아이돌이 은퇴하거나 그들이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이면 자연스레 중단하게 돼요. 다른 ‘내 새끼’가 나타나기 전까진 잠시 쉬는 거라 생각해요. ‘덕질’ 하고 싶은 아이돌이 생기면 또 하게 될 것 같긴 해요. (웃음) 지금은 그러고 싶은 아이돌이 보이지 않아요.

글 김인영 기자
hellodlsdud@gmail.com

김인영 기자  hellodlsdud@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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