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간의 대장정을 마무리한 신촌 도시재생사업을 돌아보다

1970~80년대 전성기를 누린 대학가 신촌. 2000년대 초반부터 청년문화 중심지로 등장한 홍대와 이태원에 밀리고, 프랜차이즈 확산과 임대료 상승 등 여러 어려움을 겪고 쇠퇴하는 듯 보였다. 이런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서대문구는 청년들을 다시 불러모으기 위해 도시재생사업을 시작했다. 지난 2018년을 끝으로 도시재생사업이 종료된 지금, 도시재생사업은 신촌에 무엇을 남겼는지 돌아봤다.

 

신촌 도시재생사업,
그 시작은?

 

연세대, 이화여대, 서강대 등 대학들이 모인 신촌은 도시재생사업을 통해 청년 문화와 공동체 중심지로의 변화를 모색했다. 서대문구는 지난 2014년 12월 서울형 도시재생시범사업 지역으로 선정돼 2015년부터 신촌 도시재생활성화계획(아래 활성화계획) 수립에 착수했다. 동시에 마중물 사업을 추진해 본격적인 사업 전 준비 과정에 돌입했다. 2016년에는 확정된 활성화계획을 발표했다. 신촌역과 이대역을 포함한 신촌동 일대 43만 3천여㎡가 사업 대상지로 선정됐다. 총사업비 244억 원이 투입됐다. 사업은 ‘젊음과 활력이 살아있는 Culture-Valley, 신촌’이라는 비전을 가지고 ▲활기찬 청년문화 창출 ▲신촌 상권 강화 ▲공공 주거 공간 양질화 ▲공동체 간 역량 강화를 목표로 했다. 사업 분야는 ▲청년문화 재생 ▲신촌 경제 재생 ▲신촌하우스 재생 ▲공동체 재생 ▲공공기반시설 재생으로 나뉘었다.

 

다섯 분야의 재생 사업
하나씩 뜯어보기

 

#청년문화재생: 다채로운 콘텐츠, 아쉬움이 남는 참여도

청년문화재생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 ▲신촌문화플랫폼 구축사업 ▲오픈캠퍼스 사업이다. 신촌문화플랫폼 구축사업은 신촌의 정체성을 재정립하고, 청년문화 활성화를 통해 방문객을 끌어모으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더불어 오픈캠퍼스 사업은 대학생의 지식과 신촌의 지역 문제를 엮어내려는 시도였다. 이로써 대학과 지역이 함께 문제의 해결방안을 찾아가는 변화를 꾀했다.

이 분야에서는 다양한 행사들이 비교적 정기적으로 추진됐다. 신촌문화플랫폼 구축사업은 주말 ‘연세로 차 없는 거리’ 위 축제로 실현됐다. 축제를 홍보하기 위한 콘텐츠 개발과 미디어 광고, 서포터즈 모집 등도 활발하게 진행됐다.

오픈캠퍼스 사업 역시 정기적으로 추진됐지만, 학생들의 참여는 저조했다. ‘신촌 도시재생 열린 아카데미’, ‘서대문구 도시재생 강연’ 등 다양한 형태의 모임들이 사업 초기부터 월 1회 정기적으로 열려 왔다. 그리고 연세대, 이화여대, 추계예대, 명지전문대 등 여러 대학이 강연을 주최하거나, 학과와 연계된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방식으로 참여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행사의 주인공이 돼야 할 학생들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홍보가 부족했기 때문. ‘서대문구청 오픈캠퍼스’를 인터넷에 검색했을 때 볼 수 있는 홍보자료는 서대문인터넷신문과 구청 공식 홈페이지에 게시된 뉴스레터 뿐이다. 학생들이 평소 구정에 관심을 갖고 지켜보지 않는 한 행사 소식을 접하기 어려운 셈이다. 이화여대에 재학 중인 이화윤(21)씨는 “평소 도시재생 분야에 관심이 있었으나 이런 행사는 들어본 적이 없어 아쉽다”며 “학생들이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다는 걸 알았다면 적극적으로 참여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촌 경제 재생: 다방면으로의 노력,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촌 상권 활성화를 목적으로 한 신촌 경제 재생 분야는 사업의 핵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분야의 마중물 사업은 ▲상권 공간 개선 사업 ▲청년 창업활동 지원사업 ▲신촌 비즈니스지원단 운영사업으로 구분된다. 먼저 상권 공간 개선 사업은 상권공동체 활성화를 위해 오래된 골목을 정비하고, 상인들을 위한 공공공간을 조성하는 게 골자다.

다음은 청년창업포럼을 개최하고 창업 공간 탐색을 지원하는 청년 창업활동 지원사업이다. 서대문구는 지난 2016년 '신촌청년창업&젠트리피케이션 포럼'을 시작으로 2017년부터 2018년까지 2년간 분야별 창업 선배를 초청해 경험을 공유하는 포럼을 매해 세 차례씩 개최했다. 또한 창업 공간 탐색을 지원하기 위해 지난 2016년 4월 공유공간 플랫폼 서비스업체 ‘스페이스클라우드’와 협업해 적절한 창업 공간을 찾기 위한 지원을 제공했다.
신촌 비즈니스지원단 운영사업은 상권 분석과 전문가 컨설팅을 통해 상인의 역량을 강화하고자 기획됐다. 오랜 시간 신촌을 지킨 상인들의 노하우로 창업을 원하는 이들을 돕는 ‘서대문구 신촌 골목상인 전문가’단이 그 예시다.

협력사업으로는 ▲이화52번가 조성 ▲청년몰 조성 사업 ▲이대특화 거리가게 개선 사업 ▲이화52번가 방범용 CCTV 설치 ▲신촌 공유공간 발굴 및 데이터베이스 구축 등이 이어졌다.
여러 방면에서 상권 침체를 해결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으나, 그것들이 유의미한 성과로 이어졌는지에는 물음표가 붙는다. 사업 시작 전 목표로 했던 신촌 지역 공실률 2%P 감소는 달성하지 못했으며, 오히려 2018년 기준 10.8%를 기록해 2015년에 비해 4.4%P 증가한 수치를 보였다. 영업 기간 3년 이상 점포 비율 역시 처음 목표했던 60%에 못 미치는 45.8%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공동체 재생: 주민의 손으로 도시재생을 일궈내다

공동체 재생 사업은 ▲신촌 도시재생지원센터 지원사업과 ▲공동체 활동 지원사업으로 구성됐다.
신촌 도시재생지원센터는 지금은 사업이 종료돼 청년문화전진기지 ‘신촌, 파랑고래’ 운영진이 사용하는 공간으로 변했지만, 활성화계획의 거점 역할을 톡톡히 해 왔다. 센터 내에는 공동체 코디네이터, 사회적경제 코디네이터, 청년·문화 코디네이터가 배정돼 여러 분야에 걸쳐 사업을 지원했다.

공동체 활동 지원사업으로는 ▲주민공모사업과 더불어 ▲도시재생 아카데미 ▲‘1인 주거 소셜다이닝’ 프로그램 등이 실행됐다. 특히 주민공모사업은 지난 2015년부터 4년간 약 80건의 사업이 활발하게 진행돼왔다. 활성화계획 발표 당시 목표로 삼았던 ‘연 10건 이상 주민공모사업 실행’ 역시 하반기에만 사업을 시행했던 2015년을 제외하면 모두 달성했다. 신촌 마을지도 프로젝트·신촌 문화마켓 운영·공실 갤러리 운영 등 단체의 특성에 따라 사업의 주제 또한 다양했다. 이는 주민이 직접 지역에 맞는 사업을 기획하고 실현했다는 의의가 있다. 도시재생 아카데미 역시 목표했던 연 2회 실행을 달성하며 주민 역량 강화라는 큰 목표에 다가가는 모습을 보였다. 1인 주거 소셜다이닝 프로그램으로는 ‘혼밥 말고 여러밥’이라는 이름으로 지난 2017년과 2018년 신촌 도시재생지원센터 사랑방과 신촌의 ‘또라이양성소’에서 각각 열렸다. 자취생이 자취 생활 상식 퀴즈를 푸는 ‘자취골든벨’, 만들기 쉽고 건강한 요리를 배우는 쿠킹클래스가 열렸다. 그리고 서로 자취 생활에 대해 대화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신촌하우스 재생: 오래된 공간에서 출발한 새로운 구상

다음으로 신촌하우스 재생은 크게 ▲마을공간 개선사업 ▲청년주거 지원 사업 ▲집수리도서관 조성 사업이란 3개의 갈래로 나뉘어 진행됐다. 먼저 마을공간 개선사업의 경우 창서초등학교 및 바람산 주변 주거지의 골목을 정비하는 동시에 그곳에 커뮤니티 공간을 조성하는 데 방점을 뒀다. 새롭게 유입되는 방문 인구의 증가 또한 마을공간 개선사업의 목표였다.

이 사업으로 나타난 결과 중 가장 눈에 띄는 건 단연 지난 2018년 6월 완공된 ‘신촌문화발전소’다. 신촌문화발전소가 있던 바람산 중턱엔 원래 청소 장비 등을 보관하는 창고가 있었다. 그러나 이곳이 문화 커뮤니티 공간으로 탈바꿈하며 바람산에는 새로운 활력이 불어왔다. 또한 마을공간과 골목 정비의 일환으로 바람산 인근 창천근린공원의 시설들이 재정비됐고, ‘바람산 어슬렁 탐방로’가 조성돼 계단 쉼터, 담장을 활용한 갤러리 공간 등이 마련됐다. 다음으로 청년주거 지원사업은 서대문구가 건물주와 임차인을 연계해 사회적 기업 운용을 지원하고, 주거공동관리를 위한 조직 구축을 도울 수 있도록 운영됐다. 서대문구는 이 사업을 통해 공실률과 건물유지비뿐만 아니라 주거에 드는 비용까지 낮추고자 했다. 건물주와 임차인 모두가 이익을 볼 수 있는 윈윈(win-win)전략을 꾀한 셈이다.

이 기조 아래 진행된 사업들 중 주목할 성과는 ‘신홍합 창조밸리’다. 신촌, 홍대, 합정 등 젊은이들의 구심점이라 불리는 공간에 낡은 숙박시설 등을 리모델링해 청년 문화인들의 거주와 창작 활동을 지원하는 시설을 구축한 것이다.

그러나 구청이 애초에 신촌하우스 재생의 목표로 내세운 ‘방문 인구의 증가’는주거환경 개선과 직접적으로 관련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유동 인구의 상승이 지역주민들의 주거환경을 악화시킬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공공기반시설 재생: 문화예술 활동의 중심지 예상, 그 외에는?

공공기반시설 재생 사업은 마중물 사업에서 ▲청년문화전진기지 조성 사업 ▲신촌 중심가로 연계강화사업 ▲공원정비사업으로 나뉘었다. 협력사업으로는 ▲도심형 아리수 음수대 조성 ▲노후 하수도관 정비사업 등이 이어졌다. 사업의 목표는 공공 공간 개선 및 공공성 확보다.

청년문화전진기지는 청년들의 문화구심점이 될 거점역할을 염두에 두고 창천문화공원에 조성됐다. 지난 2018년 12월에 준공됐고, 2019년 3월에는 ‘신촌, 파랑고래’로 이름이 바뀌었다. 2019년 1분기까지 건립공사는 95% 이행됐고 다양한 문화예술 활동의 장으로 기능했다.

도심형 아리수 음수대 조성 사업을 통해 지난 2016년 6월에 음수대와 버스킹 공간이 창천동에 조성됐다. 그러나 조명과 무대 등 공연 시설이 갖춰졌음에도 여전히 연세로와 명물거리에 밀려 방치되고 있다. 음수대 및 버스킹 공간 일대를 자주 방문하는 신촌 주민 A씨는 이에 대해 “유동 인구가 적은 장소에 공간이 조성됐고, 홍보도 부족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서대문구는 이외에도 신촌 중심가로 연계 강화 사업으로 지속가능한 도시재생을 구상했고, 공원정비사업으로 공공 공간을 활성화하고자 했다. 그러나 서대문구청 관계자 B씨는 “실제 공사는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며 “올해 많은 부분이 이행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도시재생사업을 통해 청년들이 문화를 발전시키고 지역주민들과 상생해서 도시를 활성화하는 모습이 눈에 띄고 있다. 지난 2015년부터 연세대에 다녔던 송세인(24)씨는 “과거 연세로는 승용차가 많이 다녀 길이 막혔다”며 “최근엔 버스킹도 볼 수 있고 축제도 많이 열려 과거에 비해 변화했다는 걸 느낀다”고 전했다. 신촌의 발전을 위해 추진한 다섯 가지 사업 분야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B씨는 “공식적인 사업 기간이 2018년에 종료됐지만 아직 다섯 가지 분야 중 완료된 사업은 없다”며 사업이 2019년에도 진행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젊음과 활력을 되찾아가고 있는 신촌의 미래가 기대되는 시점이다.

 

글 박지현 기자
 pjh8763@yonsei.ac.kr
김인영 기자
hellodlsdud@gmail.com
민수빈 기자
soobni@yonsei.ac.kr

사진 최능모 기자
phil413@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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