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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기행] 예술과 자연이 어우러진 힐링 숲속여름 향기를 느낄 수 있는 안산자락길을 다녀오다
  • 김인영 기자, 양하림 기자
  • 승인 2019.06.02 23:29
  • 호수 50
  • 댓글 0

도심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날릴 힐링이 필요한 요즘, 봉원동 쪽으로 걷다 보면 아주 완벽한 곳이 있다. 바로 6월 초여름 녹음이 푸른 안산자락길. 싱그러운 풀 냄새를 맡으며 기자와 함께 안산자락길로 떠나보자.

안산자락길은 서대문구청·무악재역·봉원사를 둘러싼 안산의 둘레길이다. 안산은 연희동·봉원동·홍제동에 걸친 작은 산이다. 말과 소의 안장처럼 생겨서 ‘안산’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둘레길의 길이는 약 7km로 한 바퀴를 돌면 2시간 남짓 걸린다. 안산자락길은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하는 ‘명품길’에 이어 ‘영화 촬영지를 찾아 떠나는 걷기 여행길’로 선정돼 서울의 명소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안산자락길은 이전에 경사가 심하고 계단이 많아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었다. 하지만 지난 2013년, 서대문구에 의해 ‘무장애순환탐방로’로 새 단장을 했다. 나무 덱으로 산책로가 조성돼 휠체어나 유모차로도 통행 가능하며, 전국 최초로 전 구간을 순환할 수 있게 됐다. 길을 돌다 보면 서대문구청을 지나 서대문자연사박물관, 연세대, 서대문독립공원을 지날 수 있다. 전망대에서는 인왕산과 북한산이 보인다.

안산자락길을 따라 걷다 보면 계절마다 그 아름다움이 뚜렷하게 드러난다. 봄에는 벚꽃이 흩날려 분홍빛으로 물들고 여름에는 아카시아 향이 솔솔 난다. 가을에는 울긋불긋한 단풍이 산에 운치를 더하며 겨울에 눈 덮인 자락길은 색다른 매력을 선사한다.

#자연과 문학의 만남

안산자락길의 또 다른 묘미는 곳곳에 새겨진 시인들의 자취다. 시와 함께 안산자락길을 거닐면 문학의 향기에 취할 수 있다. 자락길 곳곳에서 유명한 시인들의 시가 적힌 비석과 비목이 반긴다. 윤동주, 유치환, 박두진, 박노해, 김소월 등 여러 시인의 시비를 감상할 수 있다.

서대문구청 근처에 있는 안산자락길의 시작, 만남의 장소에 윤동주의 「새로운 길」이 있다.

내를 건너서 숲으로

고개를 넘어서 마을로

어제도 가고 오늘도 갈

나의 길 새로운 길

「새로운 길」

자락길을 따라 조금 더 가다 보면 유치환의 「바위」가 비석에 적혀있다.

희노에 움직이지 않고

비와 바람에 깎이는 대로

「바위

시인의 「바위」처럼 시비는 모진 비바람에 깎인 그대로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푸른 숲속을 계속 따라 걷다 보면 박두진의 시비를 볼 수 있다.

찬란한 아침 이슬을 차며

나는 풀숲 길을 간다.

가도 가도 싫지 않은

푸른 숲속 길.

「푸른 숲에서」

청록파 시인 박두진은 연세대와 이화여대 교수로 지내며 40년 가까이 연희동에 살았다. 그를 기념해 시비 3개가 나란히 섰다. 「푸른 숲에서」의 숲속 길은 안산자락길과 닮았다. 그의 시에서는 안산자락길처럼 생명이 살아 숨 쉰다.

박두진의 시비를 지나 맞은편에는 노동자들을 대변한 시인 박노해의 「너의 하늘을 보아」가 적힌 비목이 있다.

네가 지금 길을 잃어버린 것은

네가 가야만 할 길이 있기 때문이야

네가 울며 다시 가는 것은

네가 꽃 피워 낼 것이 있기 때문이야

「너의 하늘을 보아」

박노해는 삶에 지친 노동자들을 위로할 수 있는 시를 적었다. 그의 시가 안산자락길에 자리한 이유 역시 지친 사람들을 위로하기 위함일까. 그의 시를 감상하니 길을 잃은 사람들이 가야 할 길을 찾을 수 있을 것만 같다. 시와 함께 안산자락길을 걷는 이 시간은 과연 낭만적이었다.

#힐링 공간으로 조성된 숲속

자락길의 가장 큰 묘미는 도심에서 보기 어려운 울창한 숲이다. 오랜 세월을 버틴 메타세쿼이아 나무는 경이로움을 금치 못하게 한다. 울창한 가지들이 만든 그늘 덕분에 한여름에 방문해도 시원할 것 같다. 자연과 하나 되기 위해 나무가 있는 자리를 피해 길을 낸 모습도 인상적이다. 힘들 때 쉬어 갈 수 있는 조그만 의자들도 곳곳에 눈에 띄었다. 급경사도 없어 구두를 신고 걸어도 편안할 정도였다.

숲속 한가운데 위치한 ‘숲속 무대’는 키가 큰 나무들로 둘러싸여 있었다. 나무 틈새로 햇빛이 비치고 하늘을 가리는 가지들 사이로 바람이 솔솔 분다. 나무들이 바람에 맞춰 춤을 추는 풍경은 한 번만 봐도 잊을 수 없을 것이다. 기자가 방문했을 때는 ‘쉬나무 숲속 무대’가 추가로 쉬나무 군락지에 조성됐다. 서대문구에서는 숲속 무대를 활용해 분기마다 음악회를 개최하고 있다. 지난 5월에는 ‘쉬나무 숲속 무대’ 개장을 기념해 ‘안산자락길 숲속음악회’가 열렸다. 아카펠라 그룹 ‘스윗소로우’, 금천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등이 참가해 숲속 무대 완공을 축하했다.

안산자락길은 예술이 자연과 어울리는 매력이 있는 곳이었다. 무더위가 찾아오기 전, 여름의 향기를 안산자락길에서 느껴보자. 예술을 벗 삼아 자연을 만난다면 바쁜 일상에 쉼표가 되지 않을까.

글 김인영 기자
hellodlsdud@gmail.com

사진 양하림 기자
dakharim0129@yonsei.ac.kr

김인영 기자, 양하림 기자  hellodlsdud@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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