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체 배불리는 준공영제 확대, 문제 해결 방법 못 돼

나하늘 (사학·17)

지난 5월 16일 예고됐던 전국 버스 총파업은 버스요금 인상과 준공영제 확대를 통해 막을 수 있었다. 파업 개시 하루를 남기고 타결된 극적 협상으로 당장의 ‘버스 대란’은 막을 수 있었지만, 결과는 시민들의 부담으로 임시조치한 것에 불과하다는 비판점을 남겼다.

버스운송업의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과 이에 따른 버스기사들의 임금 감소분 보장은 일견 타당하다. 이에 따른 버스 요금 인상 역시 불가피하다면 감수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 준공영제가 운영되는 현실을 보면 현행과 같은 준공영제의 강화는 결코 본질적인 문제점을 해결할 수 없다.

버스 준공영제는 분명 대중교통의 공공성을 보장한다는 측면에선 장점이 있는 제도이다. 하지만 현재 버스 준공영제의 운영 실태를 보면 이로 인한 폐단 역시 적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우선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적 부담이 더욱 증대된다. 작년 한 해 버스업체에 적자보전을 위해 지원된 세금은 서울시 5천402억, 부산 1천600억 원, 대구 1천100억 원에 이른다고 한다. 그나마 서울특별시처럼 재정적으로 풍족한 지자체라면 이 정도의 재정 투입은 감당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재정자립도가 열악한 지자체의 경우 현실적으로 준공영제를 도입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지자체별 재정자립도 차이가 극심한 대한민국의 지방자치 현실을 고려한다면 버스 준공영제가 현재 이상으로 확대될 수 있는지 실현가능성에 의문이 남는다.

물론 이러한 재정 부담이 온전히 국민의 이동권을 위해 투입되는 부담이라면 보편적 복지 차원에서 용인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 세금이 버스업체 임원진들의 배당금 잔치로 쓰이는 등 결코 투명하지 않게 사용된다는 점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서울시 관내 시내버스 41개 회사 중 25개사가 배당금을 지급했는데 순이익의 무려 약 70%가 주주 배당에 사용됐다고 한다. 이는 상장사 평균의 두 배에 달하는 비율로, 적자를 이유로 재정지원이 필요하다는 버스업체의 말이 무색한 통계다. 부산시에서도 15개사 중 7곳에서 배당이 이뤄졌으며 그중 3개 업체는 당기순이익보다도 많은 배당금을 지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심지어 많은 버스회사에서 소유주의 친인척들이 임원직과 지분을 독식하고 허위 채용을 통해 불법적으로 임금을 받는 등 부정사례가 수십 차례 적발되고 있다.

또 버스업체에서 버스 표준운송원가를 과대 책정하고 이를 감독해야 할 지자체와 정부는 관리감독에 소홀하는 등 매년 조 단위의 세금이 투입되는 준공영제는 버스회사의 배만 불려주는 제도로 운영되고 있는 현실이다.

이렇게 적자는 세금으로 매꿔주고 이익은 소수의 주주들이 가져가는 현행 준공영제의 확대는 시민들의 부담만 가중시키고 버스기사의 생활은 개선시키지 못할 것이 명백하다. 준공영제는 막대한 재정적 부담이 발생하는 만큼 준공영제를 확대 시행하기 위해서는 버스업체 경영진의 방만한 경영을 막기 위한 감시·감독을 강화하고 객관적이고 정확한 표준운송원가의 계산이 필요하다.

준공영제의 확대 대신 고려 가능한 또 다른 방법으로는 완전공영제의 확대시행을 검토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공영제는 민영제 및 준공영제에 비해 혁신성이 떨어져 지자체 및 정부의 재정적 부담이 클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하지만 현재 지자체에 의한 버스 공영제를 실시하고 있는 전라남도 신안군의 경우 버스 임원진들의 고액 임금과 주주 배당금이 사라졌다. 또한, 지역 업체를 통한 차량관리가 이뤄지면서 운송원가가 공영제 시행 이전보다 대폭 감소했고, 준공영제의 적자보전금보다 더 저렴한 비용으로 버스를 운영하고 있다. 잘못된 방향으로 준공영제를 확대하는 것보다 신안군의 사례를 벤치마킹해 공영제를 확대하는 것이 더욱 옳은 방향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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