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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 유전자 수술을 연구하게 된 과정
  • 김형범 교수 (우리대학교 의과대)
  • 승인 2019.05.27 04:59
  • 호수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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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범 교수
(우리대학교 의과대)

지난 1999년 필자는 의대 본과 3학년 병원 실습을 돌면서, 의학의 한계를 몸으로 많이 느꼈다. 특히, 유전질환의 경우 대부분 근본적인 치료법이 없었다. 유전자는 바꿀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이에, 의학의 한계를 극복하는 유일한 방법은 과학적 연구밖에 없다고 생각하게 됐고, 2001년 의과대학을 졸업힌 후 바로 대학원에 진학하면서 “과학적 기초 연구”라는 것을 시작했다.

졸업 동기들이 임상수련을 통해 전문의가 돼 안정된 자리를 잡아갔지만 나는 조직공학과 줄기세포 연구에만 매달렸다. 하지만, 연구는 매우 어려운 일이었고 실패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거듭된 실패를 지도교수님과 선배들과 상의하고, 관련 논문을 읽으며 하나씩 극복해 나갔다. 이후 연구 결과들이 조금씩 나오면서 박사를 받고, 미국에서 박사 후 연구원으로도 일할 수 있었다. 이러한 연구 도중, 유전질환 환자의 경우 줄기세포의 유전자도 정상이 아니기에 줄기세포만으로는 질병 치료가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래서 유전자도 수술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막연한 생각을 했다.

지난 2010년 한국에 조교수로 들어오며 병원 실습 때 느꼈던 의학의 한계를 넘는 연구를 하고 싶었다. 하지만, 교수로 임용된 지 6개월이 지나도록 연구비, 지도할 학생, 실험장비가 없어 독자적 연구를 수행할 수 없었다. 연구를 하지 못하니 ‘이러다 재임용도 승진도 못하는 것 아닌가’ 하고 불안감을 느꼈다. 하지만 “위기는 기회다”라는 말이 생각났다. 그래서 유전자를 바꿀 수 있는 신기술인 유전자가위에 대한 논문을 하나씩 읽어 나갔다. 반 년 간 논문만 읽다보니, 분야의 흐름이 보이기 시작했고, 문제를 파악했다. 이후 유전자가위로 세계적인 선구자로 발전하고 계셨던 김진수 교수님을 만나게 됐다. 나는 오랜만에 생긴 공동 연구 기회를 성공적으로 만들고자 노력했고, 이를 통해 연구 업적을 냈다. 이러한 업적을 토대로 연구비를 수주해 지금은 독자적인 유전자가위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유전자가위는 살아있는 세포에서 DNA를 원하는 대로 바꿀 수 있는 꿈의 기술이다. DNA를 바꿀 수 있으면, 유전질환뿐 아니라 유전질환으로 보기 어려운 다른 질환들도 치료 가능하다. 유전성 간질환 및 근육질환을 비롯해 생활습관 관련한 질환이나 퇴행성 질환 등이 대표적으로 동물실험 연구를 통해 치료 가능하다는 사실이 입증됐다. 또한, 이는 가까운 미래에 인간에게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이제는 유전자가위를 이용한 유전자 수술 방법을 실제 환자에게 도입하기 위한 연구가 필요하다. 안전성과 효능 등에 대한 추가적인 연구가 이에 해당된다.

모든 기술은 긍정적 효과와 더불어 부정적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라이트 형제의 비행기 기술은 오늘날 수많은 사람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켰다. 하지만, 때로는 사고로 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가기도 했다. 그렇다고 사고를 막기 위해 비행기 사용을 제한하고 관련 연구를 중단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사고가 생기지 않도록 더 깊은 연구 개발이 필요하다. 유전자가위도 하나의 과학기술로 긍정적 효과뿐 아니라 부정적 결과를 함께 초래할 수 있다. 그래서 더 연구를 해야 한다. 물론 그 연구과정은 다른 생명과학 연구처럼 윤리적 검증 절차를 거쳐야한다.

비슷한 개념으로, 모든 약은 효능과 부작용을 모두 갖는다. 또한, 유전자 수술 기법이 치료 약제로 응용된다면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하지만, 의학에서 치료제를 쓰는 경우는 부작용이 없는 경우에만 국한되지는 않는다. 치료제는 얻을 수 있는 효과가 기대되는 부작용보다 크다고 생각될 경우 사용하게 된다. 유전자가위 기술을 치료에 이용할 때 예상되는 부작용보다 훨씬 큰 효과가 기대되는 질병 상황이 많이 있을 것이다. 이런 경우 유전자가위를 이용한 유전자 수술은 인간 질병치료에 사용될 수 있을 것이다.

차세대 유전자 염기서열 분석기법과 유전자가위 기술은 4차 산업혁명 시기, 바이오 분야에서 일어나는 가장 큰 혁신이다. 필자는 이러한 재미있는 연구의 기회가 주어진 것에 감사한다. 이런 연구를 통해 단 한 명이라도 고통 받는 환자의 생명을 살리거나 삶의 질을 획기적으로 올릴 수 있기를 희망한다.

김형범 교수 (우리대학교 의과대)  chunchu@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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