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청년 취업, 컨설팅은 답 될까

취업난 속에서 청년들은 ‘스펙’으로 무장하기 바쁘다. 청년들은 닥치는 대로 해치운 대외활동으로 자신을 위로하며 불안한 시간을 보낸다. 좁디좁은 취업의 문을 어떻게든 뚫고 들어가고자 하지만 실마리조차 잡지 못한다. 이들의 시선이 향하는 곳은 취업컨설팅이다. 과연 취업컨설팅은 이들의 고민에 답을 제시할 수 있을까.

말로만 들어오던 취업컨설팅을 직접 체험하기 위해 기자가 취업컨설팅을 신청했다. 기자는 지난 21일과 24일, 두 명의 우리대학교 취업준비생과 함께 우리대학교 경력개발팀과 사설 업체에서 취업컨설팅을 받았다. 

 

가장 가까운 곳에서 찾은 도움
실효성은 ‘글쎄’

 

▶▶강남역의 한 취업컨설팅 학원. 상담을 받기 위해 온 사람들로 북적인다.


우리대학교 경력개발팀에서는 학생들의 취업 고민을 덜기 위해 취업컨설팅을 제공하고 있다. 기자는 우리대학교 취업준비생 A(22)씨와 함께 교내 취업컨설팅을 신청했다. A씨는 “교내기관이 진행하는 만큼 많은 동문들에 의해 축적된 데이터에 기반해 컨설팅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약속된 시간에 학생회관 2층에 위치한 경력개발팀을 찾았다. 취업컨설팅은 직원이 안내한 별도의 방에서 진행됐다. 컨설팅을 위한 공간이 아닌 일반 세미나실이었다. 2인용 책상을 가운데에 놓고 직원과 마주 앉았다. 직원은 기자와 A씨에게 ‘무엇이 궁금해서 왔냐’고 물었다. 컨설팅은 직원이 준비한 내용이 아닌 기자와 A씨의 질문으로 이뤄졌다. 직원은 이따금 인기 기업에 취업한 동문의 이야기를 꺼내기도 했다. 컨설팅을 위한 별도의 체계는 없었다. 

희망 직무 선정에 어려움을 겪던 A씨에게 직원은 ‘기업사회공헌’(아래 CSR)에 대해 “전공과의 연계성을 기대할 수 있으나 모집 인원이 적다”며 “CSR을 목표 직무로 하되 다른 직무 또한 고려할 것”을 조언했다. 또한 “지금까지의 경험을 하나로 관련지을 수 있는 직무에 지원해야 합격 가능성이 커진다”고 덧붙였다. 이후 직원은 A씨의 학업 및 취업 준비 계획을 물은 뒤 졸업 전 인턴과 학회를 경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직원은 “취업은 답이 없다”며 “취업을 완벽하게 대비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는 말로 컨설팅을 마쳤다. 

교내 취업컨설팅은 언제든 신청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접근성이 좋았지만 구체적 통계나 전문성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A씨는 컨설팅 전반에 대해 “통계 자료나 수치가 제시되지 않아 두루뭉술하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또한 A씨는 “취업을 준비하고 있거나 관심이 많은 사람이면 누구나 알 법한 내용이 대부분이었다”고 덧붙였다. 

 

전문성으로 포장된 ‘무(無)결론’

 

교내 취업컨설팅에서 만족스러운 컨설팅을 받지 못한 이들은 사설 업체를 향한다. 교내 취업컨설팅보다 훨씬 체계적이고 전문적일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우리대학교 취업준비생 B씨(25)는 “교내 취업 지원 프로그램의 경우 기업 채용 공고를 확인하는 용도로만 사용한다”며 교내 취업컨설팅에 대한 불신을 드러냈다. 이후 B씨는 “현재 진로에 대한 불투명성이 가장 큰 고민”이라며 “내게 맞는 진로가 무엇인지 조언을 듣고 싶다”고 사설 업체 컨설팅에 기대감을 드러냈다. B씨의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기자는 그와 함께 사설 컨설팅 업체로 향했다. 

‘ㅅ’ 대학생 취업 커뮤니티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ㅋ’ 업체에 취업컨설팅을 예약했다. 예약과정에서 컨설턴트는 이력서와 자기소개서(아래 자소서)를 준비해오라고 말했다. 업체에 도착하자 데스크 직원은 상담 카드를 작성하고 기다리라는 말을 남겼다. 상담 카드에는 어학연수 경험과 어학 실력, 취업을 희망하는 기업 등을 기재하는 칸이 있었다. 상담 카드를 작성하던 도중 컨설턴트는 “희망기업과 희망연봉만 작성하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스펙 등 활동 사항은 고려 대상 중 후순위에 속했다. 결국 컨설팅은 B씨 개인 이력에 대한 분석보다는 자소서 작성법 및 기업 전반에 대한 소개로 이어졌다.

컨설턴트는 상담 카드를 한 번 보더니, 자소서를 쓰는 대략적인 방법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는 “자신이 겪은 경험을 범주에 따라 분류해야 구체적인 자소서를 쓸 수 있다”며 “면접에서 자신에게 질문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자소서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는 B씨의 본래 목적과 거리가 있는 내용이었다. B씨는 “자소서나 면접 요령은 컨설팅보다 학원 수업에 가깝다”며 “이보다는 진로에 대한 불투명성을 해소해주기를 기대했다”라고 아쉬움을 표했다. 

그는 경영 분야에 관심이 있던 B씨에게 이와 관련된 세부 직무를 설명했다. 이는 각각의 진로를 자세히 알고 싶었던 B씨의 의도와 어느 정도 상통했다. 그러나 이후 이어지는 설명은 B씨의 진로를 명확히 하는 데에 도움이 되지 못했다. 컨설턴트는 사기업 입사를 희망하는 B씨에게 공기업의 장점을 설명하거나 인사 직무를 고려하는 그에게 MD* 등 다른 분야를 추천하기도 했다. B씨는 “진로의 다양성이나 직무를 파악하는 데는 도움이 됐으나 뚜렷한 목표를 세우기엔 부족했다”고 후기를 밝혔다.

컨설턴트는 전문적인 정보와 언변으로 기자와 B씨를 몰입시켰으나 남은 것은 ‘그래서 어떤 진로를 택하는 것이 좋은가’라는 의문뿐이었다. 취업컨설팅이 개인의 이력을 참고하지 않은 상황에서 직무에 대한 단편적인 설명만을 늘어놔 혼란만 일으킨 셈이다. 한국소비자원이 지난 2018년 발표한 ‘취업컨설팅 서비스의 문제점 및 개선방안’ 보도자료에 따르면 취업컨설팅 이용자 300명 중 약 63%는 강사의 전문성에 만족한다고 응답했다. 그러나 개인별 맞춤 컨설팅 여부에는 약 52%가 만족하지 못한다고 응답했다.

 

취업 고민으로 불안한 마음에 찾은 컨설팅에서도 속 시원한 답을 찾을 수 없었다. 기자가 받아본 컨설팅은 청년들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주기에는 부족했다. 취업에 대한 고민을 해결해주기 위해 등장한 취업컨설팅이 본연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는 셈이다. 그런데도 청년들의 불안함은 오늘도 그들을 취업컨설팅으로 이끈다. 

 

 

*MD: merchandiser의 약자로, 상품 기획에서 판매까지 담당하는 전문인을 말한다. 상품화 계획, 구입, 가공, 판매 등에 대한 결정권을 갖고 있다.

 

 

글 박윤주 기자
padogachulseok@yonsei.ac.kr
채윤영 기자
hae_reporter@yonsei.ac.kr

사진 양하림 기자
dakharim0129@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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