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한 민간자격증 관리로 피해받는 소비자

2019년 기준 민간자격정보서비스 홈페이지에 등록된 민간자격증은 3만 3천928개다. 이는 국가자격증(701개)의 약 48배에 달한다. 민간자격증은 음악줄넘기급수, 예의범절지도사, 자세움직임지도사 등 광범위한 영역에서 발급된다. 사람들은 자신의 자격을 입증하는 증표로서 이를 취득하고자 한다. 그러나 그 대중성에 비해 민간자격증이 증명하는 자격은 명확지 않다.


봇물처럼 쏟아지는
민간자격증과 민간자격관리자

 

현재 우리나라의 자격 제도는 「자격기본법」 조항에 따라 운영된다. 이 제도에서 자격증은 발급 및 검정 시행 주체에 따라 ▲국가자격 ▲민간자격으로 분류된다. 국가 외의 단체나 개인이 발급하고 운영하는 민간자격은 다시 ▲등록민간자격 ▲공인민간자격으로 나뉜다. 공인민간자격은 사회적 수요에 부응하는 우수 민간자격에 한해 국가가 공인한 자격이다. 반면 등록민간자격은 등록 절차만 통과하면 부여된다.

민간자격증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2019년에 집계된 민간자격증 수는 지난 2012년에 비해 10배 증가했다. 민간자격증 수가 단기간에 급증할 수 있었던 이유는 상대적으로 등록 절차가 간단하기 때문이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아래 직능원)은 자격 등록을 신청한 민간자격관리자*의 결격 사유 및 자격증 금지 분야 해당 여부를 파악한다. 이 과정을 통과하면 민간자격관리자는 해당 자격증을 이용해 사업을 할 수 있다. 직능원 이창래 전문원은 “민간자격증 등록에 비용과 시간이 적게 들기 때문에 많은 민간자격관리자가 직능원을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교육부는 민간자격증 수요가 증가한 원인을 극심한 취업난에서 찾는다. 교육부 평생교육정책과 전형은 사무관은 “최근 계속되는 취업난 속에서 민간자격증 수요가 많아졌고 매년 민간자격증 등록도 늘어났다”고 전했다. 한국소비자원이 2015년 발표한 ‘민간자격증 활용 소비자 설문조사’(아래 설문조사)에 따르면 민간자격증을 취득한 사람의 약 81%는 취업 활용이 목적이었다.


민간자격증의 자의적 운영,
규제할 제도적 장치는?

 

직능원 등록 절차를 거친 후, 민간자격관리자는 해당 자격증을 취득하고자 하는 소비자를 대상으로 사업을 운영할 수 있다. 소비자 대부분은 민간자격관리자가 운영하는 시설에서 교육을 받은 후에 자격증을 발급받는다. 이 과정에서 민간자격관리자는 자신이 운영하는 시설에서 강의를 하거나 교재를 판매해 수익을 얻는다. 이 전문원은 “자격관리자들은 자신의 사업 영역을 선점하기 위해 자격증을 등록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민간자격제도는 국가자격이 반영하지 못하는 다양한 자격을 인정하기 위해 도입됐다. 이런 취지에 따라 민간자격증의 관리와 운영은 모두 개인에게 일임된다. 직능원은 자격증 등록 과정에만 관여하고 해당 자격증의 운영에는 개입하지 않는다. 전 사무관은 “도입 취지를 고려해 민간자격증의 운영과 관리는 개인에게 맡기는 것이 맞다고 판단했다”며 “결격 사유와 자격 금지 분야 이외에 나머지는 전적으로 민간자격관리자의 자율”이라고 설명했다.

공인자격 제도에서는 공신력을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주무부 장관이 매년 1회 소관 공인자격관리자를 지도·점검한다. 그러나 민간자격관리자는 자격증 등록 시 주무부처에 ‘자격증 운영에 관한 계획서’(아래 계획서)를 제출하기만 하면 된다. 등록 이후 계획서에 명시된 규칙을 따르지 않아도 별다른 법적 규제가 가해지지 않는다. 관련 조항이 없기 때문이다. 전 사무관은 “현재는 민간자격관리자가 계획서의 규정을 준수할 수 있도록 장려만 할 뿐”이라며 “의무적으로 계획을 지킬 수 있게끔 조항을 신설하려고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민간자격증 관련 소비자 피해 통계자료다. 단위는 백분율(%)이다.

장사꾼이 돼버린 자격관리자
피해는 오롯이 소비자 몫


민간자격 운영 및 관리가 개인의 재량에 맡겨지며 민간자격증은 민간자격관리자의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했다. 전 사무관은 “금전적인 부분만 고려하는 자격관리자의 태도 때문에 민간자격증에 대한 신뢰가 낮아진 상태”라고 전했다. 이는 ▲자격증 관련 학원 운영 부실 ▲허위·과장 광고를 이용한 소비자 유인 등으로 나타난다. 한국소비자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5년부터 2017년까지 민간자격증으로 인한 소비자 불만 건수는 연평균 1천400여 건에 달했다. 이에 관해 한국소비자원 오상아 대리는 “학원의 부실한 운영과 허위 광고 등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는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간자격증을 취득하고자 하는 소비자가 부실한 학원 운영으로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하는 경우는 빈번하다. 민간자격관리자가 학원을 부실하게 운영하더라도 이를 처벌할 조항이 없기에 발생하는 문제다.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소비자 피해 신고 중 ‘자격증 학원 운영 부실 문제’는 전체 신고 건수 중 41.1%에 달한다. 한 미용학원에서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 강의를 수강했던 A씨는 “자격증 관련 수업비용으로 300만 원을 지불했으나 장소만 제공해주고 수업을 제대로 진행하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말했다.

자격증을 홍보하는 과정에서 소비자를 유인하기 위해 허위·과장 광고를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를 처벌하는 조항 역시 없다. 일부 민간자격관리자는 자신이 발급하는 자격증을 국가 공인 자격증인 양 홍보하며 소비자의 오해를 유도한다. 민간자격관리자는 ‘직능원 정식 공인 평가기관’이라는 단어를 사용함으로써 소비자의 신뢰를 얻고자 한다. 그러나 이는 정확한 설명이 아니다. 직능원은 자격증의 존재를 공인하는 것이지 발급기관을 공인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앞서 인용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민간자격증 취득자가 자신의 자격증이 민간자격증임을 알고 있는 경우는 전체의 21.9%에 그쳤다. 61.3%는 국가전문자격증 또는 국가기술자격증으로 착각하고 있었으며 나머지 16.8%는 잘 모른다고 응답했다. 전 사무관은 “일부 자격관리자들이 등록민간자격을 국가공인자격으로 표시하거나 유사한 표현을 사용함으로써 소비자를 현혹한다”고 말했다.

 

소비자들은 자신의 자격증이 유용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를 한다. 하지만 자격증을 취득하는 과정에서 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한다. 이 전문원은 “자격증은 결국 효용성이 관건인데 이를 갖춘 민간자격증은 드물다”고 말했다. 그렇기에 민간자격증에 적힌 취득자의 자격에는 물음표가 붙는다. 소비자 피해를 막기 위해 민간자격관리자에 대한 철저한 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다.

 

*민간자격관리자: 직능원을 통해 민간자격증을 신설하고 이를 관리·운영하고자 하는 사업자

 

글 채윤영 기자
hae_reporter@yonsei.ac.kr


자료제공 <한국소비자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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