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애캠퍼스의 조감도

 

우리대학교에는 신촌·국제·원주캠 외에도 캠퍼스가 하나 더 있다. 경기도 고양시에 위치한 삼애캠이다. 삼애캠은 고(故) 배민수 목사의 유족이 지난 1976년 우리대학교에 부지를 기증하면서 조성됐다. 삼애캠의 존재는 학내 구성원에게 널리 알려지지 않았으나, 최근 학교본부가 삼애캠에 아파트를 건설할 계획을 구체화하는 것으로 알려지며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삼애캠, 주인은 누구?

 

목사이자 농촌운동가였던 배 목사는 우리나라 농업진흥과 농촌문제 해결에 힘썼다. 배 목사 별세 후 유족들은 농업운동과 기독교적 신념에 헌신한 고인의 뜻을 기리고자 우리대학교에 부지 약 18만 1천819㎡(5만 5천 평)과 삼애재단의 전 재산을 기증했다. 대한예수교장로회총회(아래 총회) 농어촌선교부 3대 총무 박노원 목사는 “유족들이 연세대에 부지를 기증한 것은 배 목사와 가족들 모두 연세대의 기독교적 가치를 높이 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유족들은 우리대학교에 삼애농업기술학원 부지를 포함한 전 재산을 기증하면서 배 목사 기념사업 시행을 부탁했다. 해당 사업의 주요 내용은 ▲삼애(三愛)정신*에 입각한 농촌지도자 육성 ▲배민수 기념도서관 건립 ▲삼애농업기술학원 교실 증축 ▲배민수 기념 초교파 교회 건립 ▲묘소관리 ▲‘삼애농업기술원-삼애농장’ 명칭 유지다. 지난 1993년 8월 유족대표 배영씨와 삼애농업기술학원재단이사회는 총회에 “연세대 측이 약속한 항목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다”며 “도움을 구하고자 총회에 모든 권한을 위임한다”는 내용의 위임장을 제출했다. 이후 배 목사 기념사업에 관한 모든 권한은 총회로 이관됐다. 

이후 법적 분쟁의 가능성이 커지자 13대 김병수 총장은 지난 1996년 기증목적 이행을 약속하며 유족·총회와 합의했다. 이후 우리대학교와 총회는 각각 3인을 파견해 공동위원회를 구성했고, 1999년부터 기념사업을 구체화하기 시작했다. 우리대학교는 2006년까지 위 6가지 항목을 비롯해 총회가 요청한 기념사업을 모두 이행했다. 

그러나 기념사업 이행 후 우리대학교와 총회는 삼애캠 관련 권한을 두고 대립했다. 우리대학교는 사업을 모두 이행했으니 삼애캠은 전적으로 학교 측 소유이며 공동위원회에 더 이상 인력을 파견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반면 총회 측은 우리대학교와 총회의 협력관계가 유효하다며 삼애캠의 소유권은 두 주체가 공유한다고 주장했다. 박 목사는 “총회는 기증목적이 완전히 이행됐다는 것에 동의한 적 없다”며 “여전히 공동위원회가 존재하는데 학교 측이 일방적으로 약속을 위반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삼애캠 아파트 건설 계획에
유족·학내 구성원 “공유된 바 없어”

 

위와 같은 입장 차에도 우리대학교와 총회 간에 이렇다 할 갈등은 발생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 2018년 7월 연합대학신학원 게시판에 ‘삼애 배민수 목사 기념사업’이라는 게시물이 올라오며 논란이 불거졌다. 해당 게시물은 우리대학교가 ‘삼애 배민수 목사 기념사업’으로 ▲삼애캠 아파트 건설 추진 ▲펜트하우스 마련 ▲게스트하우스 건설을 목표로 한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일부 학내 구성원들은 ▲건설 사업이 배 목사의 뜻에 반한다는 점 ▲유족이 사업에 관한 구체적인 설명을 듣지 못했다는 점 ▲총회와 학내 구성원이 사업 진행 상황을 공유받지 못한 점을 들어 해당 사업을 비판했다. 삼애교회 담임목사인 정미현 교수(연합신학대학원·조직신학)는 “기독교적 가치를 수호하고자 했던 배 목사로부터 땅을 기증받은 우리대학교는 그의 가치를 실현할 책임이 있다”며 “상업적 아파트 건설을 통한 자본 증식은 배 목사의 뜻에 반하는 것”이라 말했다. 이에 대해 학교 측은 삼애캠 건설 사업의 목적이 상업적 수익 창출이 아닌 배 목사의 기독교적 가치를 실현하는 데 있다고 말했다. 미래전략실장 김동노 교수(사과대·역사사회학)는 “삼애캠 부지가 그동안 활용되지 않아 토지에서 발생하는 수익보다 투입하는 비용이 많았다”며 “부지를 활용해 창출한 수익으로 장학금·선교사 육성 사업 등에 투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난 2018년 11월에는 교수평의회(아래 교평)는 포럼을 열어 삼애캠 아파트 개발 의혹을 다뤘다. 포럼에서 김 교수는 “지난 여름 김 총장이 기부자 후손들을 만나서 동의를 받았다”며 “구체적인 사업안은 확정되지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 하지만 유족들은 2019년 4월 “사업과 관련한 구체적인 계획을 공유 받은 적 없다”며 “오는 10월까지 모든 건설 계획과 결정 과정을 보류하기를 권고한다”는 메일을 교평에 보냈다.

총회는 지난 2018년 8월 삼애캠 기금 사용 자료를 우리대학교에 요청했다. 하지만 학교본부는 총회의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이에 김 교수는 “현재 삼애캠 개발 계획은 배민수기념공간 유지·확충과 주택단지 개발이라는 두 가지 원칙을 제외하고는 모두 미정”이라며 “아직 구체적인 안이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에 학내 구성원들에게 공개하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박 목사는 “최소한 삼애캠 개발 사업 권한을 공유하는 총회와는 논의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정 교수는 “삼애캠은 교육용부지로 연세 구성원들이 개발계획을 알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유족 측은 우리신문사와의 인터뷰에서 “주택건설이 부지를 유지하기 위한 최선의 방안이라면 사업과 관련된 모든 논의는 학내 구성원에게 공개돼야 한다”며 “다양한 의견을 반영해 결정을 내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학교본부는 삼애캠 개발 사업과 관련해 오는 31일 내부 회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삼애정신: 고 배민수 목사가 강조한 기독교 정신으로 하나님 사랑·농촌 사랑·일 사랑 세 가지를 일컫는다.

 

 

글 노지운 기자
bodo_erase@yonsei.ac.kr
이승정 기자
bodo_gongju@yonsei.ac.kr

<사진제공  삼애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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