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전쟁의 파고가 대단히 높다. 최근 11차 미·중 무역 협상이 결렬됐다. 미국 측은 추후 협상을 예고하면서도 중국의 대미 수출에 관한 관세를 크게 올렸다.

트럼프 정부는 자국중심주의를 공언하며 장벽들을 쳐왔다. 멕시코 국경 장벽처럼 미·중 무역협정 과정 속의 관세는 경제 장벽이다. 미국은 고부가가치 산업에 집중하며 일반 제조업 분야의 열세를 허용해왔다. 그러나 미국인들에게도 일반 제조업의 일자리가 긴요해졌다. 한편, 중국은 한계에 이른 일반 제조업의 성장을 북돋고자 민영기업의 국유화, 산업보조금 지급, 외국기업의 기술 이전 등을 추구하고 있다. 일반 제조업을 개선해 유지하면서, 고부가가치 산업도 발전시키고자 한다. 양국 경제 논리 간의 충돌은 필연적으로 보인다. 중국의 진화는 향후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까지 흔들 수 있다는 우려마저 있다. 

정치적으로도 양국은 충돌하고 있다. 트럼프는 재선을 위해 일반 제조업 지대인 러스트 벨트의 지지가 필요하다. 집권 2기의 시진핑 역시 집권 3기 창출을 위해 ‘중국제조 2025’ 내 산업구조 개편을 포기할 수 없다.

미·중 무역전쟁의 결과는 미국의 승리란 예측이 세평이다. 그리고 장기전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미국의 승리가 점쳐지는 장기적 파고 속에서 가장 취약한 국가가 바로 대한민국이다. 남북 관계 역시 미·중 무역전쟁의 여파를 탈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어느 때보다 정치(精緻)한 판단력과 지도력이 필요하다. 그런데 우리 정치권은 총선을 염두에 둔 국내 정쟁, 유연하지 않은 경제 정책, 일변도인 대북정책 등에 매몰된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우물 안 개구리’ 식의 행보를 이어가다 ‘고래 싸움에 등 터진 새우’가 되지 않으려면 특히 현 정부의 각성이 촉구된다. 문재인 정부는 대한민국호(號)를 안전히 이끌 의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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