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스승의 날’ 폐지론이 등장했다. 세태를 보면 이해되는 주장이다. 대학사회에서도 스승의 날은 쓸쓸하게 지나갔다. 교수도 학생도 큰 관심이 없어 보인다.

스승의 날은 지난 1963년 제정됐지만 올해가 38회다. 공무원 부패 척결의 사회 분위기 속에서 다른 제도에 통합됐다가 다시 시행됐기 때문이다. 

원래 ‘스승’은 ‘사승(師僧)’이었다. 불교에서 가르침을 주는 스님에 대한 용어였다. 종교(宗敎)란 ‘가장 큰 가르침‘이니 스승은 지식을 넘어선 가치를 가르쳐주는 분이었다. 서양어 ‘professor’는 원래부터 ‘지식전달자’이다. 가톨릭교부(敎父)와 달리 교수는 결혼할 수 있었고 성경을 몰라도 됐다. 이 세속성이 교부와 교수를 갈랐다. 그래도 교수는 진리를 다루기에 성직(聖職), 곧 부름을 받은 천직(天職)으로 불렸다. 세월이 흘렀고 시대가 달라졌다. 

21세기 한국은 유교 질서 아래의 사회도 아니고 한국대학은 중세대학도 아니다. 오늘날 대학교수는 연구·교육 분야 전문직으로 이해되며 중산층 공무원 정도의 위상을 향하고 있다. 이제 인생의 지혜를 밝혀주는 낭만적 교수님은 시대착오적이거나 반시대적으로도 보인다. 교수법에서는 지식전달보다 상호소통이 중요해져 ‘무지한 스승’도 교육할 수 있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대학의 위기만이 아니라 대학교수의 위기 역시 항시적이다.

그렇지만 스승의 날은 유지돼야 한다. 법제화의 당사자인 교육부 역시 스승의 날 폐지에 부정적이다. 한국과 같은 교육 입국 사회에서는 인재가 특히 중요한데, 인재 양육 시스템의 상징이 ‘스승’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지는 하되 내용은 새로 채워야 한다. 시대에 맞는, 스승의 새로운 좌표가 필요하다. 수직적 사제관계는 오늘날의 관계가 아니다. 이제는 수평적 관계를 기본으로 해야한다. 사회가 요구하는바 오늘의 스승은 누구보다 청렴해야 하고, 학생의 인권을 수호해야 한다. 이런 가치들을 담은 새로운 스승 상(像)이 마련된다면, 스승의 날은 존폐위기를 넘기고 여론의 지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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