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는 보이지 않게 일어난다

양승철 (인예철학·13)

지난 10일은 이른바 ‘촛불혁명’으로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2주년이 되는 날이다. 현 정부의 출범은 전 정부의 정치적 부패를 바로잡기 위해 국민들의 주도적 탄핵을 통해 등장했다는 점에서, 정치적 정당성과 목적의식이 선명하게 드러난 출발이었다고 나는 기억한다. 문 정부는 국민들의 큰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국민의 나라,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국가 비전으로 공표했다. 대한민국이 이제는 한 사람이나 일부 계층만의 나라가 아니라, 정의로운 국민의 나라임을 공고히 한 것이다. 

그리고 2년이 흘렀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 동안 대한민국은 무엇이 변화했을까? 20대 시각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최저시급의 급변이다. 여기엔 너무도 많이 강조된 ‘소득주도성장’의 일환으로, 국가재정의 선투자를 통해 경제성장과 경제민주화란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현 정부의 의지가 투영돼있다. 그리고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높여 의료복지를 강화하겠다는 ‘문재인 케어’도 눈여겨 볼만하다. 지난 공식 석상에서, 현재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3천800여 항목에 의학적 타당성과 비용 효과성을 고려해 보험을 적용하도록 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이처럼 문재인 정부의 관심사는 국민 복지 확대였다. 실제로 보건·복지·노동 분야의 예산은 지난 2018년 146조 원에서 2019년에는 161조 원으로 10% 늘었으며, 특히 보건복지부의 예산은 현재 72조 원으로 약 15%가 증가했다. 전년 대비 전체 정부 예산 증가 폭이 약 9% 정도인 것을 고려하면, 복지 부문 예산의 증가율은 타부분과 대비해 매우 높다. 지난 16일, 입법·행정부 관료들이 참석한 ‘2019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복지부문의 추경 논의가 의회에 요청되기도 했다. 그만큼 문 정부는 공공복지를 우선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간의 성과와 평가는 어떨까? 지난 2018년 상반기 정책 전문가 대상의 한 설문조사를 따르면 문 정부는 평가요소 중 국정운영·리더쉽·직무수행·소통 면에서 70%대의 긍정적 평가를 거뒀다. 하지만 일자리 정책·인사검증 시스템에는 부정적 평가가 절반 이상이었다. 또한 핵심과제중 하나인 집값안정과 투기근절의 대책은 긍정적, 부정적 의견이 혼재한 중도의 분포를 보였다. 전체 성적이 긍정적이었던 이유로는 1. 개혁과 변화 의지 2. 대통령 직무수행 능력 3. 국민적지지 4. 화합과 통합능력을 꼽았다. 이에 반해, 부정적인 측면으론 1. 잘못된 정책추진 2. 화합과 통합능력의 부재 3. 직무수행 능력부족 4. 정부 관료와 보좌진의 무능력 및 비협조 등을 꼽아 동일 요소를 전문가마다 달리 평가해 엇갈린 결과가 나왔다. 일각에서는 무리한 재정 투여가 국가경제력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좀 더 흥미로운 평가도 있다. 지난 2018년 말, 한국보건사회연구원(아래 KIHASA)에서 발표한 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현 정부의 복지정책에 대해 ‘납세자와 복지수급자의 이중적 지위를 가진 소득 중위권 집단의 경우, 보편적 복지 확대 및 증세 필요성에 대해 가장 긍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의 핵심주장은 ‘경제성장에 따라 국민의 만족도가 증가하는 것은 맞지만, 일정수준 이상이 되면 만족도는 경제성장이 아닌 사회적, 국가적 신뢰도에 따라 증감한다’는 것이다. 앞서 말했듯, 국민의 대다수인 소득 중위집단의 경우, 무상보육·국가장학금·사회서비스(바우처)·기초연금 등 확대된 다양한 정책의 복지혜택을 직접 경험했다. 때문에 ‘세금이 단지 저소득층 복지를 위해서만 사용되지 않고 본인 또는 가족도 받을 수 있는 복지정책에 사용됐다는 인식이 삶의 만족도를 증가시켰다’고 분석한 것이다.

“Anything essential is invisible to the eyes”.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이 문장은 생텍쥐페리의 명작, 『어린왕자』에서도 손에 꼽히는 문구 중 하나다. 우리가 추구해야 할 사회적 가치들은 숫자나 도표로 수치화하기 어렵다. KIHASA에서 발표한 정부 정책평가는 현재 제시된 많은 평가 중에서도 눈으로는 결코 볼 수 없는 ‘삶의 만족도’가 변화했다는 사실을 포착했기에 유의미하다. 

복지사회를 추구하는 문 정부는 이제 중간지점에 이르렀다.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의미이기도, 이제는 ‘눈에 보이는 성과’를 내야만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아직 그늘이 많은 ‘헬조선’이 문 정부가 남은 집권 기간 동안 선진국의 복지 수준에 이를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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