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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 아지트] 낯섦을 즐길 수 있는 당신을 기다립니다, 카페 보스토크
  • 민수빈 기자
  • 승인 2019.05.13 10:46
  • 호수 49
  • 댓글 0

연희동 우체국 골목 초입을 걷다 보면 꽃자주색 철골 구조물과 2층짜리 건물을 발견할 수 있다. 복슬복슬한 털의 강아지가 늘 같은 자리에서 반겨주는 곳, 2층에 들어서면 투박한 호두색의 나무 탁자가 눈에 띄는 곳. 카페 보스토크다.


Q. 간단한 자기소개와 매장 소개 부탁한다.
A. 현재 카페 보스토크를 운영하며 무소속연구소의 대표직을 겸하고 있는 임성연이다. 보스토크는 갤러리와 카페, 무소속 연구소라는 전시기획회사와 볼드 웨이란 건축회사가 함께 있는 일종의 복합문화공간이다. 주로 연희동의 지역 문화를 기반으로 한 비주얼 아
트* 예술 행사를 유치한다. 현재 보스토크의 갤러리 전시를 주로 기획하고 있다.


Q. ‘보스토크’란 이름이 독특하다. 무슨 의미인가?
A. 최초의 유인 우주선 이름에서 착안했다. 많은 이들이 아폴로호가 최초의 유인우주선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처음으로 우주에 간 유인 우주선은 보스토크호다. 보스토크호의 그런 ‘알려지지 않은 처음’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많은 사람이 ‘여기는 뭐 하는 곳이
지?’라는 생각으로 방문해 이 공간의 정체성을 직접 알아내길 바랐다. 그래서인지 7년째 보스토크를 운영 중이지만 아직도 갤러리를 운영하는지 모르는 손님도 많다.

Q. 보스토크는 ‘예술 프로젝트 카페’라고 들었다. 이런 형태의 카페를 구상한 계기가 궁금하다.
A. 보스토크를 운영하기 전엔 미술관에서 일했다. 하지만 미술관에서 열리는 전시가 관객에게 진정으로 다가가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문가와 예술가만 즐기는 예술이 관객에게 큰 의미가 있을까 싶었다. 그렇게 공간의 형태를 전복시켜보자는 생각을 했
다. 그래서 관객들이 눈치채지 못하는 사이에 예술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을 기획했다. 카페는 사람들이 공간에 들어올 수 있게끔 하는 장치일 뿐이다. 영업을 시작한 뒤 3년 정도는 ‘갤러리’란 명칭도 쓰지 않았다. 손님들이 커피를 주문하고 앉아 있다가 작품을 우연히 감상할 수 있도록 하고 싶었다. 미술사를 암기하고 큐레이터의 설명을 듣는 것이 예술 향유의 전부가 아님을 알리고 싶다는 생각에 이 공간을 열었다.

Q. 시도가 성공적이었다고 생각하나.
A. 많이들 알아주셨다고 생각한다. 냅킨 한 장, 컵 한 개에 담은 감성을 읽어내는 손님들이 있기에 보스토크가 유지되고 있다. 커피를 마시러 방문했다가 전시를 관람하기도 하고, 갤러리의 메인 아티스트가 되기도 한다. 그러한 관계 하나하나가 소중하다.

Q. 그간 진행한 행사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무엇인가?
A. ‘연희동 아트페어’다. 보스토크의 연례행사 중 규모가 가장 크고 제일 많은 손님이 기대하는 프로젝트다. 행사 기간에 음료를 주문하면 스티커가 함께 나간다. 손님들은 전시를 둘러보며 가장 마음에 드는 그림에 스티커를 붙인다. 그러면 손님이 주문한 음료 가격의 10%가 전시수익으로 작가에게 돌아간다. 손님들은 음료 한 잔으로 미술관의 컬렉터가 돼보는 것이다. 스티커를 붙이며 마음에 드는 작품을 고르는 것은 변화하는 유행 속에서 자신의 취향을 고
민해볼 기회를 제공한다. 적은 금액이지만 예술 활동을 지원한다는 것 또한 큰 의미를 지닌다.

Q. 카페 보스토크와 갤러리 보스토크 사이에서 균형을 어떻게 유지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A. 두 공간의 공존을 위해 현실적으로 타협했다. 갤러리에 프로젝트가 많지 않았을 때는 다양한 카페 메뉴를 준비했다. 그러다 갤러리 행사가 많아지면서 메뉴를 피자, 맥주, 간단한 음료 등으로 간소화했다. 욕심을 부리기보다 보스토크라는 공간을 효율적으로 유지하는 데 집중하기로 결정했다. 보스토크의 분위기를 이해하고 즐기는 아르바이트생 친구들도 카페 운영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Q. 벌써 7년째 같은 곳에 자리하고 있다. 보스토크에게 연희동이란 어떤 공간인가.
A. 연희동의 첫인상은 ‘적당히 조용하면서도 낯섦을 포용할 수 있는 개인주의적 공간’이었다. 우리와 비슷한 이유로 연희동에 먼저 자리 잡은 예술가들도 정말 많았다. 점점 소란스러워지고 있지만, 이곳에서 보스토크를 시작한 것은 좋은 결정이었던 것 같다. 연희동은 보스토크의 시작과 성장을 도와준 곳이다. 그래도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또 다른 ‘연희동’을 찾아 떠나는 날이 오지 않을까.

Q. 마지막으로 보스토크를 찾으려는 분들에게 한마디 부탁한다.
A. 보스토크는 여러 프로젝트와 강아지들로 늘 부산스럽다. 안락하고 조용한 공간을 기대하는 분들에겐 불편하게 다가올 수도 있다. 그래서 낯선 경험을 즐길 수 있는 분들을 기다린다. 맛 좋은 피자와 맥주를 즐기고 싶은 분들도 환영한다.

보스토크는 오늘도 카페란 공간에서 독창적으로 예술을 펼쳐내고 있다. 이상하게 지루하고 무료한 날, 강아지 ‘라이카’가 반겨주는 보스토크의 문을 열어보는 것은 어떨까. 눈과 입 모두가 즐거운 시간을 스스로에게 선물하자.

*비주얼 아트: 자연현상과 작가의 가치관 등을 소리와 이미지 등의 장치를 통해 형상화한 현대미술 장르의 일종

민수빈 기자
soobni@yonsei.ac.kr

사진 하광민 기자
pangman@yonsei.ac.kr

민수빈 기자  soobni@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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