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대통령이 베트남에 방문한 뒤 세계적으로 주목받은 음식이 있다. 바로 베트남의 전통 비빔 쌀국수인 분짜. 각종 야채와 고기를 넣어 소스와 비벼 먹는 분짜는 초여름의 입맛을 돋우기에 적격이다. 영 돌아올 줄 모르는 입맛을 되찾기 위해, 『The Y』는 신촌 일대의 분짜 가게 네 곳을 비교해봤다.

 

1. 카우키 (분짜, 1만 4천900원)

 

 

신촌 황소곱창 거리 옆 골목으로 들어가면 나오는 이곳은 깔끔한 인테리어로 정갈한 분위기를 풍긴다. 처음엔 저렴하진 않은 가격에 다소 놀랐지만, 음식을 보고 가격을 납득했다. 아끼지 않고 넣은 야채에 면, 고기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카우키의 분짜는 면을 소스에 찍어 먹는 하노이 스타일이다. 분짜는 짠맛이 없이 담백했다. 구운 돼지고기에서는 미묘하게 불맛이 풍겼다. 진한 풍미의 돼지고기와 시원한 소스에 담가진 면이 입안에서 시원 새콤한 조화를 이뤘다. 또 다른 매력 포인트는 풍부하게 올라간 야채다. 카우키의 분짜에는 여린 잎 채소 위에 고수, 바질이 듬뿍 들어가 특유의 향을 더한다. 그 셋은 달짝지근한 소스에 상큼함을 선사한다. 양질의 채소와 고기, 짜조*와 면이 이루는 4중주는 가히 인상 깊었다. 비싼 가격에 내심 기대로 찼던 마음을 결코 실망시키지 않았다. 

한줄평: 부담스러울 수 있는 가격, 그러나 그에 걸맞는 풍부한 재료가 인상적인 곳

 

2. 포히엔 (분짜, 9천 원)

 

 

올해 초 이대 일대에 생긴 ‘뉴페이스’다. 베트남에서 오신 열정적인 사장님 덕에 기다리는 과정이 지루하지 않았다. 오랜 기다림 끝에 만난 분짜는 감동 그 자체였다. 분짜를 처음 받으면 고수의 향이 강하게 밀려온다. 하지만 막상 먹기 시작하면 향이 많이 나지는 않는다. 포히엔의 분짜는 자극적인 것을 좋아하는 기자의 입맛을 완벽히 저격했다. 적당히 자극적이고 담백해 계속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큰 그릇에 나온 소스를 면에 붓자, 소스가 면에 완벽히 스며들었다. 포히엔의 분짜에는 견과류가 많아 씹는 맛과 고소함이 극대화된다. 굳이 흠을 잡자면 야채 토핑이 적다는 정도. 개인적으로 먹어 본 분짜 중 가장 담백하고 감칠맛이 많이 났다. 평이한 가격대를 고려한다면 충분히 합리적인 소비다.

한줄평: 강한 향과 담백한 맛 사이 균형을 이뤄낸 완벽한 분짜.

 

3. 63PROV (분팃느엉, 7천500원)

 

 

베트남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아담한 가게, 63프로방스다. 현지에 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낮은 나무 테이블과 의자가 앙증맞다. 분짜를 맛보고자 들어간 가게에서 사장님이 분팃느엉을 소개했다. 한국에서 분짜라고 불리는 분팃느엉은 면에 소스를 부어 먹는 호치민 스타일의 비빔 쌀국수다. 다른 가게의 분짜와 달리 소스에서 신맛이 강하게 느껴졌다. 63PROV의 분짜는 고기가 적으며 야채가 매우 푸짐하다. 시큼한 소스와 야채가 버무려져 건강한 맛을 선사한다. 베트남 현지 가정식의 맛을 느끼고 싶다면 한 번쯤 시도해 봐도 좋을 듯하다. 

 

한줄평: 소소하게 건강한 맛을 즐기며 베트남 현지를 느껴보고 싶다면

 

4. 맘맘테이블 (분짜, 8천500원)

 

 

맘맘은 베트남어로 냠냠 이라는 뜻이다. 담쟁이 넝쿨로 가려진 분홍 벽면은 기다리는 손님들의 포토존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이곳의 분짜는 소스를 면에 부어 먹는 호치민 스타일이다. 면을 소스에 찍어 먹는 하노이 스타일 분짜에 익숙해 소스를 부으면 짜지 않을까 염려했다. 하지만 그 걱정은 금세 사라졌다. 무, 당근과 고추가 어우러진 느억맘소스를 부어 먹으니 새콤달콤한 맛이 강하게 느껴졌다. 튀김만두인 짜조 역시 바삭바삭했다. 맘맘테이블 분짜의 묘미인 갈릭후레이크와 땅콩은 입안 가득 고소한 맛을 전했다. 달달한 고기를 먹자 떡갈비나 불고기가 떠올랐다. 밥과 면이 무료로 추가된다는 것도 모르고 한 그릇만 뚝딱 비웠다.

 

한줄평: 한국인의 입맛에 맞게 요리된 분짜

 

*짜조: 돼지고기나 새우, 게살 등을 여러 가지 채소와 섞어 라이스페이퍼에 돌돌 말아 튀긴 베트남식 만두.

 

글 김현지 기자
hjkorea0508@yonsei.ac.kr
김인영 기자
hellodlsdud@gmail.com

사진 하광민 기자
 pangman@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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