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촌 연세로 중앙에는 빨간데 목이 굽어 그 모양이 마치 빨간 샤워기 같기도 하고, 빨간 지팡이 같기도 한 물건이 있다. 그 쓰임이 뭔고 자세히 살펴보니, 사람들이 때를 가리지 않고 그 앞에 모여 서로를 기다리고 함께 안부를 전하는 것이었다! 그때 신촌을 지나던 한 나그네가 와서 이르기를, ‘이것은 빨간 잠수경이라’ 하였다. 세월이 흘러 많은 사람들이 이를 빨간 잠망경으로 알고 있으나 실상은 잠수경이었다. 마침 빨간 잠수경 앞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가 유난스럽게 재미나기로, 『The Y』 취재단이 이를 새겨듣고 기록하였다.

#앞으로도 오래오래 젊게 사세요! 고낙승(79), 오승자(75)씨

“옷 쇼핑하고 회덮밥 먹으러 나왔어~”

 

Q. 신촌에는 무슨 일로 오셨나요?

A. 고: 지금 장 보고 왔어. 이제 신촌역 지하에서 옷 쇼핑하고 밥 먹으려고. 등산을 자주 가서 옷은 아웃도어 제품 위주로 사. 근데 마음에 드는 옷이 있을지는 모르겠네. 

 

Q. 요즘 같은 날씨에 등산하면 정말 좋을 것 같아요. 주로 어디로 등산가세요? 

A. 고: 연대 뒷산이나 안산. 우리 같은 늙은이한텐 안산이 좋아. 둘레길이랑 자락 길도 잘 만들어놨고 안전시설도 잘 갖춰져 있거든. 곳곳에 약수터도 있어서 쉬어가기도 좋아. 등산 꾸준히 해서 젊게 사는 게 목표야.

오: 우리가 신촌 기차역 부근에 살아서 근처에 있는 산으로 등산을 자주 가는 편이야. 자식들은 따로 사니까 같이 갈 사람이 서로뿐이거든. 

 

Q. 신촌에서 얼마나 사셨나요? 

A. 고: 나는 중·고등학교도 신촌에서 다녔으니 거의 60년은 된 셈이지. 신촌은 내 제2의 고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야. 비록 대학은 고대로 가긴 했지만.(웃음) 딸도 여기 연대 졸업했어. 

 

#‘취준생’ 떼고 ‘사회초년생’의 첫 날갯짓을 앞둔, 이기훈(29)씨

“점심시간이라 타코 사 들고 다시 학원으로 들어가는 길입니다.”

 

Q. 신촌에는 어떤 일로 오셨나요?

A. 4월 중순부터 신촌 세브란스 병원에서 일러스트 작업과 영상 편집을 할 예정이에요.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하기 전에 조금 더 배우려고 학원에 등록해서 매일 신촌에 오고 있어요. 

 

Q. 예전부터 그림을 공부하신 건가요?

A. 대학생 때 미술 분야를 전공했어요. 그림 그리는 거나 만드는 건 계속했는데 졸업하고 나서는 잠시 그만뒀었어요. 아무래도 이쪽 분야에서 일자리를 얻기가 힘들다 보니 그랬죠. 그런데 그림을 가르쳐 주시던 선생님이 계속 그림을 해 보자고 설득해주셔서 이렇게 취직까지 하게 됐네요.

 

Q. 취업 축하드려요! 이제 새로운 목표가 있으신가요?

A. 취직이라는 큰 짐을 덜어내서 후련해요. 소박한 꿈이 있다면 ‘1년에 한 번 여행 가기’에요. 지금은 영국에 가장 가고 싶어요. 영국에 간 적이 있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좋은 기억밖에 없었거든요. 

 

#화기애애한 피아노과 선후배, 김예빈(23), 이소정(21)씨

“저희 정말 나오게 해 주실 거죠? 포토샵 예쁘게 해주세요!”

 

Q. 신촌엔 무슨 일로 오셨나요?

A. 김: 저희는 연세대 피아노과 선후배 사이에요. 저는 17학번이고 이 친구는 18학번이에요. ‘위클리’라는 강의가 1시에 끝나서 같이 점심을 먹었어요. 이제 얘는 집 가고 저는 피아노 레슨 아르바이트 가는 길이에요.

 

Q. ‘위클리’는 어떤 강의인가요?

A. 김: 학생들이 곡을 선정해서 연주하고 교수님이 평가하는 수업이에요. 오늘은 제 차례가 아니라서 다른 친구들 연주를 듣고 왔어요. 저도 2주 뒤에 해야 하는데 많이 심각한 상태에요. 알바를 끝내고 얼른 연습을 시작해야겠어요. 

 

Q. 두 분 정말 친해보이세요. 언제부터 그렇게 친하셨어요?

A. 김: 사실 저희가 같은 중·고등학교를 나왔어요. 게다가 같은 학과 선, 후배로 만나다니 저희도 정말 신기해요. 중·고등학생 시절에는 얘기할 기회가 많이 없었는데, 대학 와서 부쩍 친해졌어요. 3년 동안 실기 봐 주셨던 선생님도 같아요. 김나정 선생님 읽고 계세요? 저희 인터뷰했어요!

 

Q. 고민거리나 목표가 있다면?

A. 김: 저는 이제 3학년이라 대학 생활이 얼마 안 남았다는 생각이 부쩍 들어요. 그래서 훗날 돌아봤을 때 후회가 안 남는 대학 생활을 하고 싶어요. 일단 저희 이제 연애도 해야 하고.(웃음) 다른 단과대 친구들을 만나보고 싶어요. 또 앞으로 피아노를 계속할지 고민돼요. 저보다 잘 하는 사람이 워낙 많아서요. 제가 하고 싶은 걸 정하고 졸업하고 싶어요. 

이: 저도 곧 앞둔 실기 시험이 가장 걱정이에요. 실기 시험은 흔히 말하는 중간고사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차이콥스키의 『사계』 중 「12월」이라는 곡으로 정해두긴 했는데, 아직 연습이 부족해요. 목표는 지금처럼 무사히 학교생활을 하는 거예요. 

 

 

글 박지현 기자
pjh8763@yonsei.ac.kr

사진 양하림 기자
dakharim0129@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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