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세기: 커피의 시작

커피의 역사는 아비시니아 제국 (현재 에티오피아)의 한 염소지기가 발견하며 시작됐다. 그는 염소들이 이름 모를 빨간 열매를 따먹은 날에는 밤까지 활발하게 논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를 이상하게 여긴 그는 직접 열매를 먹었고, 몸에 활기가 도는 것을 느꼈다. 이 열매를 ‘천국의 선물’이라고 여긴 염소지기는 열매를 수도원에 전달했고, 수도자들은 이를 불에 볶아 먹기 시작했다. 이것이 오늘날 우리에게 친숙한 갈색 커피콩의 유래다. 

 

13~15세기: 커피의 여행

커피를 에티오피아 바깥으로 전파한 이들은 무슬림이다. 이들은 성지순례 차에티오피아를 방문했을 때 구운 커피콩을 물과 함께 끓여먹는 방식을 고안했다. 이후 무슬림 수도사들은 졸지 않고 기도하기 위해 이 방식으로 커피를 마시기 시작했다.

커피는 14세기 터키에서 본격적으로 변주되기 시작했다. 터키인들은 신분을 막론하고 커피를 즐겼는데, 커피에 계피와 헤이즐넛 등을 첨가한 그들만의 음료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오늘날 카페의 전신인 ‘커피하우스’도 터키에서 생겨났다. 시민들은 커피하우스에서 체스, 음악 연주, 대화 등으로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16~17세기: 커피의 전성기 

커피는 십자군 전쟁 중 유럽에 유입됐다. 이후 교황 클레멘스 8세가 세례의식으로 대중화를 허락하며 커피는 유럽 곳곳에 뿌리내렸다. 

커피의 대중화는 커피하우스의 증가로 이어졌다. 유럽 지식인들은 커피하우스에서 서로의 사상을 공유했다. 이탈리아 베니스의 커피하우스 ‘플로리안’에선 괴테, 니체, 릴케 등 유수한 지성들이 열띤 토론을 벌였다고 한다. 그들이 커피를 마시며 나누던 대화가 근대 사상을 꽃피운 것이다. 

 

19세기: 한국에 도착한 커피

우리나라에서 처음 커피를 마신 사람은 고종황제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정보다.  선교사 알렌과 아펜젤러의 저서에는 1880년대부터 우리나라 궁중과 호텔에서 커피가 유통됐다고 기록돼 있다. 이후 커피는 서민들에게도 확산되기 시작했는데, 1913년 남대문역에 문을 연 ‘남대문역 다방’이 그 효시다. 

오늘날 우리나라에서 커피는 대표적인 기호식품이 됐다. 2018년 기준 국내 커피 시장 규모는 10조 원을 돌파했다. 원두의 종류 및 생산국, 로스팅 과정 등 커피 자체에 대한 소비자의 지식수준이 높아짐에 따라 우리나라의 커피 문화는 다양화돼가고 있다.  

 

글 민수빈 기자
soobni@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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