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북미 정상회담이 북한의 비핵화와 미국의 상응 조치에 대한 이견으로 결렬됐다. 제재 완화를 둘러싼 합의 실패는 김정은 정권의 반발을 가져와 단거리 미사일 발사로까지 이어졌다. 협상 재개도 요원하지만, 북한은 비핵화 타개의 최종 시한을 올해 연말까지 통보한 상태다. 4월 문재인 대통령의 방미 정상회담도 교착된 북미 협상의 물꼬를 트지 못한 채 아무 성과 없이 끝났다. 현 정부 집권 이후 지난 2년간 한반도 평화를 위한 전략으로 천명된 ‘한반도 운전자론’이 난항을 겪고 있는 셈이다. 문재인 정부는 국민의 지지도 저하와 함께 북미 간의 대화를 유도하는 중개자로서의 입지도 좁아진 상황이다.

이제 북핵 위기 해결과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미국을 위시한 국제사회의 강도 높은 제재와 압박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따라 여전히 진행되고 있다. 촛불 정부의 외교방침은 그동안 과거 정부와 국제사회의 ‘선 비핵화’ 전략 실패에 대한 반성에서 비롯한 나름의 전략이었다. 안보 위험 상황 속에서 어쨌든 전쟁이 재발하는 것만큼은 막겠다는 절박감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그렇지만 현 정부는 한반도 평화체제의 구축을 위해 깔아놓았던 단계적인 전략 목표인 정전협정의 폐기와 평화 협정 체결, 완전한 비핵화를 통한 국제사회의 제재 완화와 개방 유도 등에 실질적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남북 철도 연결사업이나 이산가족 상봉 등 인도적 교류도 꾸준히 진행하지 못했다.

그렇다고 교착상태의 북미 협상만 쳐다볼 수는 없다. 노무현 정부의 ‘동북아 균형자론’이라는 이상론이 남북 대치 현실을 거의 개선하지 못했음을 반면교사로 삼더라도, 현 정부는 한미동맹의 굳건한 신뢰 하에서 남한, 북한, 미국 간 새로운 타개책을 고민해야 한다.

앞으로 한반도의 평화체제 구축과 남북 화해의 길목 마련을 위해 주변 강국의 이해 상충과 국론 분열을 해결할 묘안을 모색해야 한다. 창조적 발상을 발휘해 교착 국면을 타개할 방향으로 한반도 운전자론을 수정해 나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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