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종갑 교수 (우리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최근 법관징계 문제로 법조계가 시끌벅적하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작성된 ‘법관사찰 문건’이 세상에 알려지게 된 계기를 만든 이탄희 전 판사는 법관 10명 추가 징계 청구와 관련해 해당 판사의 명단을 공개할 것을 촉구했다. 이 전 판사는 “재판받는 국민은 사건을 맡은 판사가 징계 명단에 포함돼 있는지 알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 주장의 근저에는 국민의 알 권리가 있다. 알 권리란 정보에 대한 접근, 수집, 처리하거나 정보공개를 청구할 수 있는 권리이다. 헌법 제21조는 언론·출판의 자유, 즉 표현의 자유를 규정하고 있는데 이 자유는 전통적으로 사상 또는 의견의 자유로운 표명과 그것을 전파할 자유를 의미한다. 그중 앞의 것은 자유로운 의사 형성을 전제로 한다. 자유로운 의사 형성은 정보에의 접근이 충분히 보장됨으로써 가능하며, 그러한 의미에서 정보에의 접근·수집·처리의 자유, 즉 ‘알 권리’는 표현의 자유와 표리일체의 관계에 있으며 자유권적 성질과 청구권적 성질을 공유한다. 자유권적 성질은 일반적으로 정보에 접근하고 수집·처리함에 있어 국가권력의 방해를 받지 아니한다는 것이다. 청구권적 성질은 의사 형성이나 여론 형성에 필요한 정보를 적극적으로 수집하고 수집에 대한 방해를 제거하도록 청구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정보수집권 또는 정보공개청구권으로 나타난다. 나아가 현대 사회가 정보화 사회로 이행해감에 따라 ‘알 권리’는 생활권적 성질까지도 획득해 나가고 있다. 이러한 알 권리는 표현의 자유에 당연히 포함되는 것으로 봐야 하며 인권에 관한 세계선언 제19조도 알 권리를 명시적으로 보장하고 있다. 즉, 국민의 알 권리에 대한 법적 본질을 강조함을 알 수 있다.(헌법재판소 1991. 5. 13. 90헌마133) 그뿐 아니라 행정정보에 대한 국민의 알 권리는 개별 입법이 없더라도 헌법 제21조에 의해 직접 보장되는 것으로 청구인에게 이해관계가 있고 타인의 기본권을 침해하지 않으면서 동시에 공익실현에 장애가 되지 않는다면 가급적 널리 인정해야 하며 적어도 관계자에게는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의무적으로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광주 민주화 운동 유공자명단의 공개와 관련해 사회적 논쟁이 뜨겁다. 여기에 정치권까지 가세해 갈등을 유발하고 있다. 서울행정법원은 지난 2018년 102명의 시민이 국가보훈처를 상대로 낸 ‘5·18 유공자 명단 및 공적내용 공개 행정소송’에서 “5·18 유공자 명단과 공적사항은 유공자들의 개인정보이니 공개할 경우 사생활 침해에 해당돼 비공개가 적법하다”고 하면서도 보훈처가 스스로 품위손상 시 제명처리를 하고 있기 때문에 따로 공개하는 것은 필요치 않다고 판시했다.

국민의 알 권리가 정치적으로 악용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그러나 광주 민주화 운동 참여자 명단 공개는 국민의 알 권리일 뿐만 아니라 이미 알려진 광주 민주화 운동을 국민적 평가를 통해 민주화 유공자로 인정하는 데 사용된다. 유공자들에게 세금으로 보상이 진행되니 민주화 운동에 참여한 사람들의 정보는 공공의 성격을 가진다. 따라서 민주화 행위에 참여한 사실을 공개한다고 해서 단순히 사생활 침해라 치부하기는 어렵다. 이것을 사생활의 영역이라고 한다면, 4·19 의거나 3·1 운동에 대해서도 사회적, 역사적 평가가 어려워질 수 있다.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제9조는 비공개대상 정보를 몇 가지 명시하고 있다. 유공자명단은 다른 법률에서 비밀로 하거나, 국민의 생명·신체 및 재산의 보호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는 경우, 또는 성명·주민등록번호 등 개인에 관한 사항으로서 공개될 경우 사생활의 비밀이나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정보에 해당하는지 그 여부가 문제가 될 순 있다. 그러나 유공자의 성명만을 공개한다면 위 항목 어느 곳에도 해당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정보를 공개하지 않아 사회적 갈등을 유발할 소지도 있다.

 

법원이 명단 공개청구를 기각한 것은 명단공개의 정치적 의도를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 사회의 정치적 불신이 사법적 판단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이는 현실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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