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중독은 질병으로 분류해야 한다.

남윤석 (보건행정·17)

“한 번 자리에 앉으면 5시간 이상 게임만 했어요. 게임할 때마다 무척 예민해 보였어요.”

지난 2018년 10월 14일 일어난 서울 강서구 PC방 살인사건 피의자 김성수씨(29)를 지켜본 한 아르바이트생의 증언이다. 2017년 10월에는 게임에 빠진 부모가 생후 11개월 된 영아를 방치해 죽게 한 사건도 발생했다. 이 부모는 하루 13시간씩 게임에 빠져 살았다. 게임중독 폐해가 범죄로 이어짐에 따라 게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더욱 부정적으로 변화했다.

하지만 그동안 게임장애는 의학적으로 규명된 분명한 증상이나 기준이 모호해 질병화할 근거나 치료방법이 마련돼 있지 않았다. 이 때문에 게임중독에 대해 많은 검증 및 임상시험의 결과가 요구됐다.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하기 이전에 환자에 대한 기준을 먼저 마련하고, 5년, 10년 이상의 추적 관찰 연구와 같은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국내 게임중독이나 과몰입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나 규제가 없는 탓에 피해 예방이나 치료 등에 한계가 있어 규정의 필요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모였다. 여론에 떠밀려 지난 2011년, 게임업계는 게임문화재단을 통해 게임 과몰입 증상을 치료할 센터를 전국 5곳에 개설해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부 추정 70만 명에 달하는 인터넷·게임중독자들을 모두 수용하기엔 역부족이다. 『게임산업진흥법』에 게임 과몰입 개념이나 예방 등 관련 규정은 있으나, 게임산업 진흥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실질적인 규제는 상당 부분 업계 자율에 맡겨둔 상태다. 『청소년보호법』의 경우도 ‘인터넷 게임중독’ 개념이 명시돼있으나 청소년 대상인 만큼 법 적용에 한계가 있다. 『국가정보화기본법』도 ‘인터넷 중독’ 개념 규정에 그치고 있다. 관련된 정부 부처도 문화체육관광부, 여성가족부, 보건복지부 등 제각각 나눠져 있어 컨트롤타워가 없다는 지적도 매년 반복돼 왔다. 특히 예방이나 치료 문제 등을 감안할 때 주무부처일 복지부도 대응에 소극적이었다.

지난 2018년 6월 세계보건기구(WHO)는 게임장애를 질병코드로 포함한 ‘국제질병분류 개정안(ICD-11)’을 공개했다. WHO의 ‘국제질병분류’는 일정 수준 이상 보건학적 폐해와 임상적 근거가 축적된 신체·정신적 문제에 대한 진단 기준이 된다. 이는 의료 현장의 진단과 치료의 방향을 결정하는 주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개정안에 따르면 게임장애 중요 징후는 게임에 대한 통제 불능(빈도, 강도, 지속 시간 등), 게임을 일상생활보다 우선시하는 행위, 부정적인 결과가 발생하지만 게임을 지속하거나 확대하는 행위가 선정됐다. 여기엔 온라인, 오프라인 모두 포함된다. 이는 도박, 약물 중독 징후와 유사하다. 보건복지부는 WHO의 초안이 확정된다면, 게임중독을 공식 질병·사인 분류인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KCD)’에 등재해 질병 분류를 확정하겠다고 밝혔다.

즉, 게임중독이 ‘국제질병분류 개정안(ICD-11)’과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에 등재된다면 게임중독자, 의료 종사자에게 경각심을 주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 또한, 치료 기회를 넓히고, 보건 당국과 보험사에서 이들의 치료를 지원하는 근거를 마련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이렇게 된다면 환자들에게 양질의 치료를 제공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게임중독을 막기 위한 예방 활동에도 더욱 힘을 쓸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다른 사행산업처럼 게임 업체들에도 게임중독자 예방과 치료를 위한 게임중독예방 치유부담금을 부과할 수 있을 것이다.

 

게임 질병 등재가 추진되는 이유는 게임중독으로 인해 발생하는 폐단이 반복되며 쌓인 사회적 반감 때문이다. 이러한 폐단을 해결하기 위해 게임업계와 의학계 사이의 충분한 융합연구를 통한 타당한 근거가 선행적으로 준비돼야 한다. 이와 함께 대책을 마련한다면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 해결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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