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중독 - 너무 애매하지 않나요?

백승민 (영문·18)

최근 세계보건기구(WHO)는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하는 개정안을 추진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WHO는 게임중독을 게임에 과의존하는 일종의 정신 질환으로 분류하고자 한다. 세계적으로 알코올 중독이나 약물 중독에 대한 효과적인 개선책이 다양하게 제시된 현시점에서 WHO의 이러한 결정은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그러나 나는 여전히 WHO의 개정안 추진에 의문을 가지고 있다.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하는 것이 무조건 나쁘다고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 아니다. 다만, 게임중독은 비슷한 사례로 같이 제시되곤 하는 알코올 중독과 다르게, 질병으로 분류하기 어려운 특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먼저, 게임중독은 진단 기준을 명확화하기 어렵다. 보통 질병은 증상을 기준으로 진단된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암이나 결핵 등의 다양한 질병들은 진단 기준이 뚜렷하다. 그러나 게임중독의 경우 진단을 확정할 기준을 결정하기가 어렵다. 게임의 특성에 따라, 그리고 개인에 따라 게임중독의 양상은 무수히 다양하게 나타난다. ‘일상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게임의 정도’라는 것이 개개인마다 굉장히 주관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게임중독 환자는 자로 그은 듯 ‘여기서부터 여기까지’라는 판단을 내리기 어렵다.

이 점은 대상에 대한 논의로 이어진다. 게임의 경우 중독에 걸리는 대상에 따라 그것을 질병으로 정의내릴 수 있는지가 달라진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프로게이머의 경우를 생각해볼 수 있다. 프로게이머가 지나치게 많은 게임을 한다고 해서 과연 게임중독이라 할 수 있을까? 아마도 없을 것이다. 프로게이머는 게임을 직업으로 삼는 사람이기에, 많은 게임 양이 그의 일상생활에 부정적 영향을 가져온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게임의 이런 특성은 알코올과 확연히 다른 점을 보여준다. 알코올이나 약물 중독은 대상에 상관없이 같은 악영향을 가진다. 술 또는 약물에 대한 지나친 의존은 개인차에 따라 긍정적 영향을 가져온다고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게임은 다르다. 그렇기에 이런 논의가 일어날 수 있다. 프로게이머를 게임중독자라고 진단해야하나? 만약 그렇다면 프로게이머는 환자인가? 이에 대한 대답이 ‘아니오’가 되면 문제가 일어난다. 프로게이머 또는 게임 개발자처럼 직업상 게임중독으로 진단될 만큼 많은 게임을 하는 사람은 게임중독 환자가 아니라고 한다면 바로 예외가 발생하는 것이다. 이런 예외가 발생한다면, 과연 게임중독을 하나의 일관적인 ‘질병’이라고 분류할 수 있을까?

연장선상에서, 만약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한다면 다른 형태의 중독 또한 질병이라고 분류해야할까? 예를 들어 흔히 압도적인 양의 일을 하고, 일을 하지 않으면 불안을 느끼는 사람들을 소위 ‘일중독’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이러한 일중독도 질병인가? 운동 중독과 카페인 중독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들을 질병이라고 하지 않는다. WHO가 중독의 기준으로 내세운 ‘일상생활보다 중시하며, 생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때’라는 기준에 앞의 사례들이 모두 해당됨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만약 게임중독이 질병으로 분류된다면, 일중독과 운동 중독 등의 사례들 또한 마땅히 질병으로 분류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시각에서, 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하는 것에는 모호한 구석이 있다. 어떤 대상에 대한 중독까지 질병으로 분류해야 하는 것일까?

게임중독의 악영향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다. 다양한 연구자료가 뒷받침하듯 게임중독의 악영향은 분명하며, 최근 청소년 사이에서 심각한 문제가 되는 것 또한 실감한다. 그러나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하는 것은 섣부르다고 생각한다. 기준이 명확하지 않으며, 여러 사례에서 모호함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해 공식적으로 의학의 영역으로 포함시키기 전에, 지금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사회적 예방 캠페인에 더욱 주목하고 힘을 실어주는 것이 오히려 효율적일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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