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행위와 예술 사이의 갈림길에 선 타투 시술

“홍대입구역 8번 출구 쪽 오피스텔 512호로 오세요”

#‘선타투 후뚜맞*’을 각오하고 작업실로 향했다. 타투이스트가 문자로 보내준 지도를 따라가 보니 평범한 오피스텔이 보였다. 작업실 간판이 없어 위치를 찾는 게 쉽지 않았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5층에 도착하니 복도 불은 꺼져있었다. 타투머신 진동소리만이 이따금 어둠을 갈랐다. 512호 문을 두드리자 작업실 내부는 급격히 조용해졌다. ‘누구세요?’ 예약했던 고객이라고 말하자 안도의 한숨과 함께 문이 열렸다.

타투(TATOO), 살갗을 바늘로 찔러 먹물 등의 물감으로 무늬를 새기는 행위다. 한국타투협회가 발표한 ‘2017년 타투 및 반영구화장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17년 타투 시술 건수는 50만 건 이상, 타투 시장 규모는 2천억 원에 달한다. 타투 업계 종사자도 약 2만 명으로 결코 적지 않다. 이렇듯 타투 업계의 존재는 공공연한 사실이다. 하지만 타투이스트들은 모두 범법자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의료자격증 없이 진행되는 타투 시술은 불법이기 때문이다.

▶▶타투 시술에 이용되는 도구와 도안이다.



불안에 떠는 타투이스트
도안 저작권 보호마저 어려워


현행 「의료법」 제27조 제1항**은 비의료인의 의료행위를 금지한다. 또한 의사가 아닌 자가 영리를 목적으로 의료행위를 할 경우 「보건범죄단속법」에 따라 2년 이상의 징역 혹은 100만 원 이상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즉, 의료인이 아닌 이가 타투 시술을 하는 행위는 불법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활동 중인 타투이스트 2만 명 중 의료자격증을 보유하고 있는 사람은 10명이 채 되지 않는다. 의료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서는 의과대학 6년을 마치고 국가고시에 응시해 의사면허를 받아야 한다. 의사에게만 타투 시술을 허용하는 셈이다. A씨는 “자칫 실수하면 큰일이기 때문에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라며 “타투 업계로 들어온 지 3년이 됐지만 종종 타투이스트의 삶을 후회한다”고 고백했다.

타투이스트들의 일상에는 단속 위험이 늘 존재한다. 이를 악용하는 고객도 적지 않다. 시술을 마친 후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환불을 요청하면 타투이스트는 고객의 요구를 들어줘야 한다. 손님이 타투이스트를 신고할 경우 꼼짝없이 처벌 받기 때문이다. 경찰이 손님으로 위장하거나 다른 타투이스트가 신고 목적으로 접근하기도 한다. 이런 이유로 많은 타투이스트가 가명 혹은 익명으로 SNS 상담을 진행한다. 그림을 전공한 타투이스트 A씨는 “손님과 편하게 상담하고 싶지만 만일의 상황을 대비해 의심할 수밖에 없다”며 “프로필 사진을 비롯한 고객의 기본 정보를 확인할 수 없을 시 일절 상담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타투이스트들은 자신의 도안 저작권을 보호받지 못한다. 타투이스트가 도안 저작권을 보호받기 위해서는 자신이 저작자임을 증명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무면허 의료행위를 했다는 사실도 밝힐 수밖에 없다. 법무법인 ‘화우’ 양소라 변호사는 “무면허 의료행위가 형사처벌 대상인 것과 별개로 도안 자체는 저작권법이 정한 창작성을 갖춘 이상 저작권 보호 대상”이라며 “하지만 저작권을 주장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무면허 의료행위 사실까지 밝히게 되므로 실제로 저작권을 보호받는 데에는 현실적 장벽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때문에 타투이스트들 사이에서 ‘도안 베끼기’ 문제는 빈번하게 일어난다. 자신이 그린 도안이 누군가의 작업물로 도용됐을 때 당사자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못한다.  사과를 받는 게 최선이다. 서울에서 타투이스트로 활동 중인 B씨는 “도안 저작권 문제는 타투이스트 개인의 양심에 맡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타투시술, 의료행위로 볼 것인가
팽팽히 대립하는 대한의사협회와 타투 업계


우리나라는 타투 시술을 의료행위로 판단한다. ‘타투 시술은 의료행위다’라고 법에 명시돼있지는 않지만 그 근거는 1992년 한 판례에서 찾아볼 수 있다. 당시 대법원은 반영구 화장(미용 문신)을 의료행위로 규정하며 의료자격증이 없는 사람의 타투 시술은 불법이라고 판결했다. 법무법인 ‘화우’ 강병훈 과장은 “대법원 판결의 경우 중요한 법원(法源)의 하나로 평가된다”며 “다른 사건에도 기속력이 발생한다고 볼 수 있다”고 전했다.

이 판결로 불붙기 시작한 대한의사협회와 타투이스트 사이의 논쟁은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타투 시술을 의료행위로 봐야 한다고 말한다. 비전문가가 시술할 경우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 그 근거다. 동일한 이유로 비의료인이 타투 도구를 생산하거나 수입하는 행위도 불법이다. 실제로 많은 타투이스트들은 전동 기구로 피부에 색소를 주입한다. 전동 기구 속 바늘은 1분에 3만 번 정도 진피층을 관통한다. 이 과정에서 바늘 속 이물질로 인해 부작용 발생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대한의사협회의 주장이다. 지난 2018년 콜롬비아의 한 여성이 타투 시술을 받고 척수가 박테리아에 감염돼 두 다리를 잃기도 했다. 대한의사협회 홍보팀 김철욱 과장은 “타투 시술은 침습적 시술***을 동반하기 때문에 박테리아 및 바이러스로 인한 감염의 우려가 상당히 높다”고 전했다. 덧붙여 김 과장은 “침습이 동반되는 행위는 의료기관 내에서도 감염 우려가 높아 조심스럽다”며 “비전문가가 시술할 경우 위험 정도는 현저히 높아질 것이다”라고 말했다.

반면 타투업계는 대한의사협회가 주장하는 감염 가능성에 대해 전혀 우려할 바 아니라는 입장이다. 타투이스트들은 타투 시술 후 바늘과 잉크 잔여분 폐기를 통해 감염 경로를 완전히 차단할 수 있다고 역설한다. A씨는 “위생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는 타투이스트를 찾는 것보다 감염 사례를 찾는 게 더 어렵다”며 “타투이스트들은 일회용 바늘과 일회용 잉크통을 사용하며 한 번 시술이 끝날 때마다 모든 작업 도구를 소독하기 때문에 병원보다 더 철저한 위생관리가 이뤄진다”고 말했다. 홍대에서 작업하는 타투이스트 C씨는 “불법이라는 낙인을 달고 사는 우리나라 타투이스트들은 문제가 생기지 않기 위해 위생관리를 더 철저하게 한다”며 “감염 위험성만을 강조할 게 아니라 음식점이 식약청 감사를 받듯 보건복지부에서 위생교육을 철저하게 한다고 하면 거부할 타투이스트는 없다”고 말했다.

타투 시술은 의료행위가 아닌 예술로 봐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타투 시술을 의료행위로 규정하는 건 우리나라가 전 세계에서 유일하다. 본래 일본도 지난 2018년까지 타투 시술을 의료행위로 규정했었다. 그러나 2018년 11월, 오사카 고등법원에서 타투 시술을 의료행위로 볼 수 없다고 판결함에 따라 현재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미국에서는 타투 시술을 하나의 예술로 인정하고 별도의 타투이스트 면허 제도를 시행한다. 조선대학교 대학원에서 발표한 ‘문신 시술 행위의 합법화 방안에 관한 연구’ 자료에 따르면 뉴욕 등 11개 주는 면허제도와 위생기준 등으로 규제를 하고, 나머지 주는 제한을 전혀 두고 있지 않다. 뉴저지 주에서는 4시간 이상의 위생교육과 2000시간 이상의 타투이스트 교육을 받으면 자격증을 발급받을 수 있다. 미국공중보건부와 미국식품의약청에서는 타투 시술이 위생적으로 행해지면 에이즈나 간염에 감염될 우려는 매우 적다고 말한다. 뿐만 아니라 외국은 국제타투대회를 개최해 타투이스트의 예술성을 평가하기도 한다. 대회에서는 각국에서 유명한 타투이스트들이 참여해 자신의 작품을 홍보하고 심사를 받는다. 한국타투협회 송강섭 회장은 “현대 사회에서 타투가 가지는 예술적 의의를 고려할 때 병을 고치고 진찰하는 의사의 업무와는 근본적인 차이가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대한의사협회와 타투 업계는 타투 시술을 의료행위로 규정한 판례를 두고 27년 동안 다른 입장을 보이고있다. 문신사법(文身士法) 발의 등 타투 합법화 시도가 있었지만 실질적인 변화는 없었다. 정부 또한 대한의사협회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 김준혁 주무관은 “타투 시술은 의료행위라고 대법원이 판결을 내린 바가 있기 때문에 정부는 불법 타투 시술을 단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긴 논쟁의 끝에서 타투이스트는 ‘불법’ 꼬리표를 뗄 수 있을까.

 

 

*선타투 후뚜맞: ‘일단 타투를 받고 나서 부모님께 두들겨 맞는다’는 의미의 신조어
**「의료법」 제27조 제1항: 의료인이 아니면 누구든지 의료행위를 할 수 없으며 의료인도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를 할 수 없다.
***침습적 시술: 의료용 장비의 일부가 체내 조직 안으로 들어가는 과정을 수반하는 시술

 

글 채윤영 기자 
haereporter@yonsei.ac.kr

자료제공 <클립아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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