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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의 이름을 찾아주세요느슨한 규제와 단속, 허점 많은 동물등록제
  • 박윤주 기자
  • 승인 2019.05.06 05:13
  • 호수 1830
  • 댓글 0

우리나라 반려동물 유기 건수는 지난 2017년 10만 건을 넘어섰다. 상식 밖의 동물 학대 사건도 언론에 종종 등장한다. 동물 유기 및 학대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지금의 노력은 정말 ‘최선’일까.



힘없는 ‘의무’, 동물등록제
모든 동물 포괄하지도 못해


우리나라에서는 동물 유기 방지를 위해 동물등록제를 시행 중이다. 동물등록제는 생후 2개월 이상의 반려견을 소유한 사람이 시·군·구청에 반려견의 정보, 보호자 연락처 등을 등록하도록 의무화한 제도를 말한다. 등록 절차를 거친 반려견은 외출 시 인식표*를 하거나 몸에 보호자 정보가 담긴 마이크로칩을 삽입한다. 등록된 동물이 유기·분실될 시 인식표와 마이크로칩에 담긴 보호자의 정보를 통해 보호자를 찾을 수 있다.

동물등록제는 지난 2014년 처음 시행됐지만 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가장 큰 문제점은 반려인이 동물 등록이 의무라는 점을 모른다는 것이다. 반려견 보호자 이모(23)씨는 “동물등록제에 대해 들어본 적이 없다”며 “동물 등록이 의무라는 사실에 놀랐다”고 말했다. 농림축산식품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7년 기준 반려견 보유 가구의 33.5%만 등록의무를 이행하고 있었다. 한국동물구조관리협회 관계자 A씨는 “등록되지 않은 동물이 유기·유실되면 보호자를 찾을 길이 없다”며 “이 동물들이 제 자리를 찾기 위해선 등록률이 반드시 증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동물’등록제는 반려견 등록만을 의무로 삼고 있다. 때문에 반려묘와 같은 개 이외의 동물들은 보호하지 못한다. ‘동물해방물결’ 공동대표 윤나리씨는 “점점 증가하는 반려묘와 기타 동물들을 보호하기 위한 정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 B씨는 이에 대해 “최근 반려묘 동물 등록 시범 사업을 진행했다”며 “해당 사업 결과를 기반으로 반려묘를 의무 등록 대상에 포함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개와 고양이를 제외한 기타 반려동물들은 여전히 등록 대상에서 제외된다.

동물등록제의 실효성 제고를 위한 방안으로는 동물 판매업자의 동물 등록을 의무화하는 것이 제시됐다. A씨는 “유기동물보호센터에서 입양되는 동물들은 모두 마이크로칩이 삽입된 후 입양된다”며 “동물 판매업자에게 동물 등록 책임을 부과하면 단속 대상이 명확해지므로 동물등록제 관리가 쉬워진다”고 말했다. 이를 실행하기 위해선 현재 판매자가 아닌 소유주가 의무적으로 동물을 등록하도록 힌 현행 「동물보호법」을 개정해야 한다.

동물 보호 정책 강화
‘못’ 하나 ‘안’ 하나


낮은 등록률은 등록의무 미이행에 대한 약한 처벌 및 단속에서 기인한다. 현재 단속은 특정 지역에 배정된 단속원이 산책 중인 반려견의 등록 여부를 직접 조사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현행법상 보호자가 등록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시 최대 6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하지만 과태료가 부과된 사례는 지난 2014년에서 2016년간 단 1건에 불과했다. 서울시 동물관리팀 박선덕 사무관은 “단속 현장에선 대부분의 동물이 등록돼 있다”며 “일일이 보호자를 찾아다니며 확인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현행 단속 체제는 동물 등록을 이행하지 않은 보호자의 상당수를 단속하지 못하는 셈이다.

일각에서는 반려동물 학대 및 유기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선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한다. 인식 제고 방안으로는 반려동물 보호자 교육이 있다. 독일에서 반려동물을 입양하고자 하는 보호자는 관련 교육을 이수해야 한다. 예비 보호자는 필기·실기 시험에 합격한 후에야 반려동물 보호자 자격을 획득한다. 독일의 반려견 파양** 비율은 2%로 매우 낮은 편이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반려동물을 기르기까지 거쳐야 하는 별도의 절차가 없다. 대부분의 보호자는 반려동물을 지인에게 분양받거나 펫샵에서 구입한다. 서울시 반려동물교육센터 담당자는 “유기 및 학대의 원인으로 알려진 반려동물의 문제행동은 보호자가 반려동물을 적절히 사회화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반려동물 보호자 교육은 유기 사고 예방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아직도 공적 부문에서의 반려동물 보호자 교육 확대 논의는 없는 상황이다. 현재 정부 및 지자체 차원에서 운영되는 반려동물 관련 교육기관은 지난 2018년 4월 문을 연 서울시 반려동물교육센터뿐이다. B씨는 “비정기적으로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한 반려동물 인식 개선 홍보 캠페인을 진행 중”이라며 “의무화에 대한 논의는 국회에서 할 일”이라고 단정했다.

캘리포니아주(州)를 포함한 미국 일부 지역에서는 동물에 인간·물건이 아닌 제3의 지위를 부여함으로써 고유의 권리를 보장한다. 하지만 우리나라 법률은 변화하는 시대 인식을 반영하지 못한다. 반려동물의 사체는 여전히 폐기물로 취급된다. 반려동물을 인간의 즐거움을 위한 장난감으로 여기는 시대는 지났다. 급증하는 반려동물과 보호자 수를 고려한 구체적이고 실효성 있는 입법이 시급한 이유다.

*인식표: 동물등록번호 및 보호자 연락처 등을 기재한 표식. 목걸이 형태로, 반려동물이 착용한다.
**반려견 파양: 반려견을 보호시설이나 다른 보호자에게 보내는 일.

글 박윤주 기자
padogachulseok@yonsei.ac.kr

그림 민예원

박윤주 기자  padogachulseok@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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