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021학년도 시스템반도체공학과 신설, 우려와 기대의 목소리 공존

오는 2021학년도, 우리대학교에 시스템반도체공학과가 신설된다. 시스템반도체공학과는 취업이 보장되는 ‘계약학과’로 해당 학과를 졸업한 학생은 삼성전자에 채용된다. 하지만 시스템반도체공학과가 그리는 청사진을 우려 섞인 시선으로 보는 이들도 있다. 

 

신촌캠 첫 계약학과,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계약학과는 대학이 ▲국가 ▲지방자치단체 ▲산업체 등과 계약을 맺고 정원 외로 개설·운영할 수 있는 학위 과정이다. 계약학과 종류에는 특정 기업체 직원의 재교육·직무능력 향상을 추구하는 ‘재교육형’과 채용 조건부로 운영하는 ‘채용조건형’이 있다. 

우리대학교에 신설될 시스템반도체공학과는 채용조건형 계약학과로 오는 2021학년도부터 2025학년도까지 연 50명의 신입생을 선발한다. 시스템반도체공학과에 입학한 학생은 ▲1학년 기숙사비 전액 지원 ▲1·2학년 등록금 전액 지원 ▲산업체가 요구하는 일정 조건 충족 시 3·4학년 등록금 지원 등의 혜택을 받는다. 삼성전자가 요청한 학부 커리큘럼을 이수하면 삼성전자 채용도 보장된다. 다만 산업체와 학교가 특수한 목적으로 만든 계약학과의 특성상 전과나 복수전공이 불가능하다. 타과생의 시스템반도체공학과 수업 수강 역시 제한된다.

반도체 분야 인재양성은 범정부적 흐름 중 하나다. 지난 4월 30일 정부는 ‘시스템반도체 비전과 전략’을 발표했다. 이후 반도체 전문 인력 양성의 일환으로 대학 학부과정에 채용조건형 반도체 계약학과와 전공트랙이 신설된 것이다. 우리대학교와 더불어 고려대도 SK하이닉스와 ‘반도체공학과’를 신설해 오는 2021학년도부터 운영할 예정이다. 

 

시스템반도체공학과 설립 발표, 그 후

 

우리대학교는 시스템반도체공학과 신설로 우수한 학생들을 모집할 것으로 기대한다. 그러나 교수와 학생들의 우려 섞인 의견도 존재한다. 우선 교원 임용 관련 문제가 제기됐다. 시스템반도체공학과의 교원 인력을 충당하는 과정에서 기존 학과 교원이 차출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손일 교수(공과대·에너지/환경)는 “재정상 신임교원만으로 본 학과를 구성하기 어려워 기존 학과 교수들이 겸임할 가능성이 있다”며 “그럴 경우 현재 교원이 속해 있는 분야의 교육과 연구에 차질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시스템반도체공학과에 별도로 교원이 충원되지 않으면 기존 교원들이 교육과 연구를 방해받을 수 있다는 말이다. 우리대학교 공과대 재학생 A씨 역시 “관련 학과에서 강의할 수 있는 교원이 시스템반도체공학과로 이전할 가능성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특정 기업을 위해 학과를 설립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있었다. 소수 대기업을 위한 전문 인력 양성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손 교수는 “기업의 재정 상황이 악화되거나 인력 수용 임계점을 넘을 경우 잉여 인력 수요가 줄고 공급은 과대해질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채용조건형 계약학과 학생들은 취업 시장에서 선택지가 상대적으로 줄어든다”고 말했다. 계약학과가 대학을 ‘직업 훈련소’로 만드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공과대 학생회장 권순주(기계·16)씨는 “특정 기업을 위한 계약학과를 만드는 것은 대학을 배움의 요람이 아닌 기업의 직업훈련원으로 전락시킬 수도 있다”고 말했다. 

 

각종 우려에 관해 기획처 관계자는 “현재 기획처는 설립 관련 부분을 담당하고 있어 운영 관련 질문에는 추후 해당 부서에서 답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 모습을 점차 선보일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기대도 큰 만큼 우려도 크다. 우리대학교 공과대 재학생 B씨는 “새로운 학과가 들어서면 기존 재학생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진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글 박채린 기자
bodo_booya@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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