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학생 보호 장치인가?’… 입장 차는 여전해

지난 4월 11일 페이스북 페이지 ‘연세대학교 대나무숲’에 본인을 글로벌기초교육학부(아래 GBED) 학생이라고 밝힌 작성자의 글이 게시됐다. “GBED 자퇴를 결정했다”는 내용의 게시물은 댓글 250여 개가 달리는 등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학기는 어느새 반환점을 돌았지만, GBED 학생들의 불만은 끊이지 않는다.

 

GBED, 학생들은 여전히 불만

 

2019학년도 1학기부터 우리대학교에 입학하는 외국인 학생은 1년간 GLC 산하 GBED에 소속된다. 외국인 학생들은 ▲학사 관련 공지가 늦게 이뤄진 점 ▲기존 소속 학과보다 등록금이 높다는 점 ▲다른 학과 학생들과의 교류가 제한적이라는 점에 불만을 토로했다. <관련기사 1828호 2면 ‘시작부터 삐걱대는 GBED, 외국인 학생들은 어디로’>

학생들의 불만이 사그라지지 않자 지난 4월 16일 GLC 학장 조용수 교수(공과대·전자에너지소재)는 2차 간담회를 열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GBED 프로그램 ▲등록금 ▲학사제도 등에 관한 논의가 오고 갔다. 그러나 몇몇 학생들은 두 번째 간담회에서도 충분한 대답을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간담회에 참가한 학생 A씨는 “조 교수에게 등록금 문제를 포함해 여러 가지 불만 사항을 얘기하면 다른 질문으로 넘어가거나 대답을 회피하는 듯했다”며 “제대로 된 답변을 듣지 못해 여전히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계속해서 불만이 제기되자 총학생회(아래 총학)가 GBED 학생들의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나섰다. 지난 4월 19일 총학은 GBED 관련 입장문을 게재했다. 총학은 입장문에서 “GBED에 대한 학교 본부의 준비가 미흡했다”며 “GBED 관련 논란은 학교 본부의 일방적인 정책 결정과 미흡한 행정 처리에 관한 문제”라고 밝혔다. 총학생회장 박요한(신학·16)씨는 “총학 차원에서 학교와 논의하겠다”며 “조만간 GBED 학생들과의 간담회 자리를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논란의 핵심은 ‘높은 등록금’

 

GBED 학생들은 높은 등록금에 불만을 가장 많이 제기한다.  GLC행정팀(아래 학교 측)은 GBED에서는 등록금에 상응하는 교육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 그럼에도 학생들이 느끼는 부담은 장학금 지급 확대로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학교 측은 GLC 대학 교양과 GBED 한국어과정을 신설하는 과정에서 비용이 많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GLC 행정팀 손성문 팀장은 “학생들의 등록금은 양질의 수업뿐만 아니라 공항 픽업 서비스, 시티투어와 같이 학생들의 생활과 밀접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사용된다”며 “이 점을 고려했을 때 등록금은 충분히 합리적”이라고 설명했다. 

학생들은 학교 측의 주장을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GBED 재학생 B씨는 “학교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만으로는 높은 등록금이 설명되지 않는다”며 “학교는 등록금 산정 및 이용 내역을 학생들에게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손 팀장은 “어느 학교에서도 등록금 사용 내역을 일일이 공개하지 않는다”며 등록금 사용 내역 공개 가능성을 일축했다. 이어 손 팀장은 “학생들의 등록금 부담을 인지하고 있다”며 “가계곤란 장학금, 성적우수 장학금 등 장학금 지급을 확대해 등록금 부담을 완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학교 측, “외국인 학생 교육권 보장 목적”
학생들, “직접적으로 와 닿지 않아”

 

학교 측은 GBED가 외국인 학생들이 겪는 어려움을 해소한다고 말한다. 이를 위해 ▲한국어‧한국문화교육 ▲GLC 대학교양 ▲한국어학당 학점인정 등을 제공하고 있다는 것이다. 손 팀장은 “외국인 학생들은 기존 학부체제에서 한국어 실력과 한국문화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수업을 제대로 따라가지 못했다”며 “GBED는 외국인 학생으로만 구성돼있기 때문에 불필요한 성적경쟁을 막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GBED 학생들에게는 GBED 한국어과정과 글쓰기 멘토링 프로그램이 제공된다. 손 팀장은 “해당 프로그램은 한국어학당 수업으로만은 불충분한 한국어 교육을 보충하기 위함”이라며 “프로그램을 이수한 학생들은 소속 전공으로 돌아갔을 때 수업에 쉽게 적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GBED에서 제공하는 프로그램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일반학과에 재학 중인 C씨는 “한국어학당 수업을 개인적으로 수강해 한국어 실력을 키웠다”며 “GBED 한국어과정과 글쓰기 멘토링이 아니어도 일반학과 수업을 듣는 데 문제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또한 이미 한국어에 능통한 학생들은 추가적인 한국어 수업 없이도 일반학과 수업을 듣는 데 문제가 없다. 이들은 GLC 대학교양 9학점만 수강하면 GBED 이수요건을 충족한다. 해당 9학점을 제외하면 일반학과 수업을 들어도 무방하지만 외국인 학생이라는 이유로 일반학과 등록금이 아닌 GLC 등록금을 지불한다. 이에 대해 손 팀장은 “이미 한국어가 능숙한 학생들이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며 “이 학생들을 위한 ‘맞춤형’ 지원책을 구상 중”이라고 말했다.

학교 측은 GBED의 한국어학당 학점인정 제도가 학생들의 학점 이수 부담을 줄인다고 말한다.「2018학년도 3월 입학 외국인전형 요강」에 따르면 한국어능력시험 4급 이하를 보유하거나 또는 한국어학당 4급 과정에 재학 중인 학생들은 한국어학당 수업을 의무적으로 들어야 했다. 또한 수강 가능한 정규 수업이 제한적이었다. 한국어를 구사하지 못하는 학생은 많은 시간을 한국어학당에서 보내지만 기존 학부체제에서 한국어학당 수강내역은 학점으로 인정되지 않았다. 해당 학생들은 1학년 1학기에는 3학점, 2학기에는 6학점의 정규 수업만을 수강할 수 있었다. 손 팀장은 “GBED에서 외국인 학생들은 한국어학당에서 수강한 수업을 정규학점으로 인정받기 때문에 한국어를 아예 못하는 학생도 한 학기에 15학점을 이수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학교 측은 GBED가 외국인 학생을 보호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일부 GBED 학생들은 여전히 불만을 품고 있다. B씨는 ”GBED에서만 제공하는 특화된 수업과 다양한 서비스를 감안하더라도 등록금은 턱없이 비싸다”며 “학교에서 외국인 학생들을 좀 더 생각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글 이승정 기자
bodo_gongju@yonsei.ac.kr
 박제후 기자
bodo_hooya@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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