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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이 설 자리는 어디에정착하려면 대기업부터 규제까지 '도장' 깨기?
  • 강리나 기자
  • 승인 2019.05.06 05:12
  • 호수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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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는 스타트업 지원 사업을 쏟아내고 대학에서도 창업을 장려한다. 청년층은 스타트업이 취업난을 타개할 하나의 탈출구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하지만 창업 후 스타트업이 마주하는 현실은 가혹하다.

우후죽순 생겨났지만
성장하지 못하는 스타트업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7년에만 91만 3천 개의 기업이 생겼다. 2012년의 신생기업 수에 비해 약 15만 개 증가한 수치다. 스타트업 시장 규모가 커지며 투자액 역시 증가했다. 중소벤처기업부(아래 중기부)가 발표한 ‘2018 벤처투자 동향’에 따르면 지난 2018년 벤처투자액은 3조 4천249억 원으로 5년 전에 비해 약 2조 원이 증가했다. 또한 중기부의 ‘2019 - 1분기 벤처투자 동향’에 따르면 창업 7년 이하 초·중기 스타트업의 투자 유치 비율은 지난 2018년 65.4%에서 2019년 72.1%로 늘었다.

하지만 업계의 성장과는 별개로, 각각의 스타트업이 제대로 성장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지난 2017년 구글 코리아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고성장 기업*은 4년 동안 매년 4.4%씩 감소했다. 스타트업이 거대하게 성장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유니콘 기업**의 수가 적다는 점 역시 아쉬움을 남긴다. 2019년 기준 국내 유니콘 기업은 6곳이다. 우리나라에서 한 해에 약 100만 개의 스타트업이 탄생함을 생각하면 턱없이 적은 수치다.

업계 정착을 위한 관문, 대기업의 ‘갑질’

신생기업은 정착 과정부터 난항을 겪는다. 스타트업은 대개 아이디어를 실현할 자본과 시설이 부족하다. 그렇기 때문에 창업 초기에는 대기업과의 협업에 의존한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이들은 공공연하게 ▲기술 탈취 ▲불공정 계약 등 ‘갑질’에 노출된다.

기술 탈취는 대기업과 스타트업이 기술을 공유하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스타트업은 기술을 구현할 도면을 대기업에 보내고, 대기업은 이를 바탕으로 시장에 출시할 상품을 제작한다. 스타트업에게 이는 아이디어를 상품화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하지만 대기업이 스타트업과 계약을 해지하고 독자적으로 사업을 운영하기도 한다. 한국 NFC사는 자체적으로 개발한 카드 인증 기술을 협업하던 신용평가사에 탈취당했다. 한국 NFC사는 신용평가사와 함께 결제 시스템을 출시하기 위해 기술을 공유했으나 ‘사업상의 이유’로 계약 해지를 통보받았다. 하지만 얼마 후 해당 신용평가사는 한국 NFC사로부터 공유받은 기술로 사업을 운영해 이득을 취했다.

불공정 계약도 스타트업을 괴롭힌다. 지난 2017년 중소기업중앙회 조사 결과에 따르면, 조사 업체의 14.3%가 ‘대기업이 일방적으로 납품단가를 낮게 책정했다’고 응답했다. 이 중 62.8%는 대기업의 요구를 수용했다. 대한변호사협회 스타트업 법률자문단 서진수 변호사는 “중소기업은 비용 문제 때문에 법적인 조언을 받지 못하고 불리한 조항에 무지한 채로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가 많다”며 “불합리하다는 것을 알아도 매출을 위해 계약을 체결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기업의 횡포를 잡아내기란 어렵다. 스타트업에게 대기업과의 협업은 ‘스펙’이다. 대기업을 매개로 상품 가치도 증명하고 업계에서 경험도 쌓을 수 있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정책팀 정미나 팀장은 “스타트업은 불합리한 일을 당해도 목소리를 내기 어렵다”며 “문제를 제기하면 추후 대기업과 협업이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중기부는 기술 유용을 방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한다. 중기부 기술협력보호과 박장혁 대리는 “기술 유출 방지를 위해 상담이나 기술지킴서비스 등을 제공하고 있다”며 “기술분쟁조정중재위원회를 운영하며 기업 간 조정을 돕는다”고 밝혔다. 그러나 사후 조치를 묻는 질문에 그는 “중기부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시정 권고와 스타트업을 대신해 경찰에 신고하는 정도”라고 말했다. 공정거래위원회(아래 공정위) 역시 불공정 거래 행위를 예방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신고 접수와 더불어 매년 서면으로 불공정 거래 발생에 관한 실태조사를 진행한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소기업이 대기업으로부터 당한 횡포를 호소하는 데 한계가 있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스타트업은 부당행위를 법적으로 처리하는 과정에서 또 한 번 어려움에 부딪힌다. 정 팀장은 “스타트업은 소송 비용과 긴 소송 기간을 부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 변호사는 “계약 무효를 입증할 책임은 중소기업에 있다”면서도 “계약의 불공정성과, 손해 발생, 손해와 계약 사이 인과관계 등은 객관적으로 입증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갑질’ 넘으니 기다리는 것은 규제

험난한 과정을 겪고 업계에 정착한 스타트업은 ‘맥락 없는’ 규제를 마주한다. 스타트업은 기존의 시장을 혁신하거나 새로운 시장을 창출한다. 전에 없던 존재인 만큼 이들을 법적으로 정의하거나 규제하는 조항은 따로 없다. 하지만 정부 기관은 기존 시장의 보호를 명목으로 규제를 진행한다. 에어비앤비와 우버같은 공유 플랫폼 사업이 한국에서 자리 잡기까지 어려움을 겪었던 이유다. 구글코리아의 보고서는 전 세계 투자액 규모 상위 100개의 스타트업이 한국에서 시작했다면 절반 이상은 성장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스타트업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규제는 신생기업의 성장을 가로막는다. 이에 대해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안승구 선임연구위원은 “스타트업이 성장하려면 규제의 탄력적 적용이 필요하다”며 “새롭게 등장하는 기업들에 적용할 새로운 체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중기부는 규제 완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한다. 중기부 규제혁신과 김대수 대리는 “기존의 규제를 완화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며 “규제자유특구 정책***이나 규제 샌드박스****를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스타트업은 국가 경제를 이끌 새로운 동력으로 각광받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척박한 환경은 스타트업의 성장을 저해한다. 스타트업의 성장을 가로막는 장애물을 제거하기 위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1년에 매출이 20% 이상 성장한 스타트업
**주식시장 상장 전 기업가치가 1조 원 이상인 스타트업
***지역 단위로 신산업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는 정책
****신제품이나 새로운 서비스를 출시할 때 일정 기간 기존 규제를 면제하거나 유예하는 제도

글 강리나 기자
lovelina@yonsei.ac.kr

그림 민예원

강리나 기자  lovelina@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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