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와 대기업 주도로 우리대학교에도 반도체 관련 학과가 개설될 예정이다. 이에 대한 찬반 의견이 존재한다. 장학금과 일자리를 동시에 예약할 수 있다는 장점이 일부 학생에게 매력일 것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어차피 발생할 재교육 비용을 미리 제공함으로써 우수 인재를 선점하고 기업 홍보 효과까지 누릴 수 있다. 정부로서는 무엇보다 일자리 창출이라는 정치적 명분을 확보할 수 있다. 반면 대학의 해당 학과는 기업에의 의존이라는 틀에 얽매일 것이다. 

외부 요구에 맞춤 서비스를 제공해, 정원 외 학생도 유치하고 학생 취업을 안정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대학에도 긍정적이라면 긍정적일 수 있다. 대학 홍보 효과도 있을 것이다. 그 밖에도 장점들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현재도 전자공학 계열 학과에서 반도체 관련 인력을 키워내고 있다. 취업률도 높은 편이다. 따라서 취업률 제고란 것은 어느 정도 허상이라고 할 수 있다. 

대학과 기업 간 산학협력은 바람직한 것으로 이해된다. 기업의 요구를 대학원이란 전문적 수준에서 받아들이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일반적인 대학 교육과정인 학부과정에 기업 주문형 학과를 세우는 것은 조심스럽다. 실제로 미국 유수 대학들에서도 학부 수준에선 기업 주문형 학과를 개설하지 않는다. 창의적 인재 형성을 위해서는 대학의 일반적 교육 경험이 선행돼야 한다는 판단 때문이다. 

기업 논리에 맞춘 교육 제도는 기업의 교육기관이지 대학의 영역이 아니다. 이러한 제도는 신중하게 설치해야 한다. 제한적으로 설치해야 하고, 교육 내용에 대학의 교과과정다운 부분도 반드시 포함해야 하는 등 대학에 주어진 과제들이 있다. 무늬만 대학 학과이지 대기업 위탁 교육기관 같은 내용을 갖는다면 이는 대학교육이 아니다. 

그런데 기업 주문형 학과 개설의 명암을 보면서 외부로부터의 대학 혁명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정보 과학기술의 발달에 따른 온라인 교육의 확대, 인공지능 교수 및 조교의 등장, 직업 구조 재편 등이 대학의 본질적 변화를 강요하는 것을 새삼 실감하게 된다. 기업 주문형 학과 개설 소식이 상기시키는 화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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