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영훈 보도부장 (사회·12)

무엇이 맞고 무엇은 틀렸는가.  기자가 되겠다고 마음먹은 후 쟁점으로 떠오른 정치적 사안에 대해 가치판단을 하곤 한다. 하지만 복잡한 세상일을 양분하기는 항상 쉽지 않다. 하나의 쟁점에 대한 찬반양론을 듣고 있노라면 혼란스러워진다.

‘동물국회’가 오랜만에 펼쳐졌다. 선거법 개정안과 공수처 신설안이 포함된 여야 4당 합의안을 패스트트랙에 태우기 위해서는 사법개혁특별위원회와 정치개혁특별위원회를 통과해야 한다. 바미당 일부는 공수처 신설안에 반대하고 나섰다. 이에 바미당 김관영 원내대표가 패스트트랙 지정에 반대하는 의원들을 다른 의원으로 사·보임했다. 여야 4당의 합의에 반발해왔던 자한당은 바미당 패스트트랙 반대파에 가세했다. 이들과 여야 3당·바미당 패스트트랙 찬성파는 국회에서 충돌했다.

동물국회를 촉발한 사·보임에 대한 위법여부는 패스트트랙 지정을 둘러싼 주요 쟁점 중 하나가 됐다. 이에 대한 해석 역시 분분하다. 국회법 48조에 따르면 임시회 동안 위원의 교체는 ‘위원이 질병 등 부득이한 사유로 의장 허가를 받은 경우’를 제외하면 할 수 없다. 자한당과 바미당 일부는 해당 법 조항을 근거로 패스트트랙에 반대하는 의원을 사임하고, 찬성하는 의원을 보임한 것을 불법으로 규정했다. 하지만 해당 사·보임이 법리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국회법 48조에 1항에 따르면 교섭단체 대표의원의 요청으로 의장이 위원을 개선하도록 돼 있다. 또한 관례로 의장이 부득이한 사유에 대한 판단을 교섭단체 대표의원의 의견을 통해 판단해왔다는 것이다. 적어도 이 쟁점만을 바라볼 때 누구의 주장이 맞는가.

홍상수의 영화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는 1부,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와 2부,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로 구성돼 있다. 1부와 2부에서 함춘수는 윤희정을 만나 동일한 시공간을 여행하지만 1부에서는 함춘수의 행동이 둘 사이에 균열을 일으키며 둘은 이어지지 않는다. 2부에서는 함춘수가 1부의 실패를 만회하기라도 하듯(물론 2부의 함춘수는 1부의 함춘수를 알지 못한다) 그 균열을 메꿔 결국 윤희정의 호감을 산다. 

2부가 맞았던 것은 작은 차이가 쌓이면서다. 가령 1부에서는 함춘수가 그녀의 그림을 칭찬하기만 했다면 2부에서는 그녀의 그림을 비판하기도 하는 식이다. 작은 뉘앙스가 쌓여 1부는 틀려지고 2부는 맞아진다. 하지만 1부와 2부의 수많은 차이 중에서 하나만을 놓고 보면 무엇이 맞고 틀린지를 말하기는 어렵다. 윤희정의 그림을 칭찬하는 함춘수가 맞는가, 비판하는 함춘수가 맞는가. 하지만 그의 행동 앞과 뒤를 살펴보면 1부의 함춘수는 윤희정의 환심을 사기 위해 윤희정을 속인다면 2부의 그는 그녀에게 솔직하기를 택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홍상수의 영화가 보여주듯 삶은 연쇄적이다. 수많은 사건이 모여 하나의 결과를 만들어 낸다. 그리고 그 결과는 또 다른 사건의 시작이 된다. 하나의 결과를 구성하는 하나의 사건에 대한 가타부타는 어렵다. 하지만 조금 더 넓은 시야에서 보면 그 사건의 의도와 목적이 보이기 시작한다. 

패스트트랙 관련 사·보임을 둘러싼 법리 다툼에서 누구의 주장이 맞는지를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그 사건 앞뒤에 놓여있는 수많은 쟁점을 동시에 확인하면 판단은 수월해진다. 자한당은 지난 12월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는 5당 합의에 동참했다. 하지만 공수처 신설에 부정적인 바미당의 일부 세력의 주장에 숟가락을 얹어 선거법 개정마저 부정하고 있다. 국회를 다시 동물원으로 만들어 놓은 그들은 현재 거리에 나가 태극기 부대를 소환해 근거가 부실한 ‘좌파독재’를 외친다. 사·보임을 둘러싼 논쟁에서 자한당의 주장이 맞는 것처럼 보일지는 모르나, 다른 당과의 합의를 깨고 그 책임을 좌파프레임으로 뭉뚱그리려 하는 자한당은 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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