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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 공동체, 지역학습, 사회혁신
  • 한상일 교수 (우리대학교 정경대)
  • 승인 2019.05.06 04:58
  • 호수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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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일 교수
(우리대학교 정경대)

며칠 전 한 포털 사이트에 소개된 블로그의 글이 잔잔한 감동을 일으켰다. 남아프리카의 내륙 잠비아 고산지대의 ‘바벰바 부족’에서는 반사회적 범죄가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고 한다. 나쁜 일을 한 사람이 생기면 바벰바 부족은 며칠간의 의식을 시작한다. 구성원이 모여 잘못을 저지른 부족원을 둥글게 에워싼다. 차례로 돌아가며 그 부족원이 베풀었던 선행, 그가 가진 건설적인 능력, 그가 베풀었던 친절한 행위를 빠짐없이 말하는 것이다. 거짓말이나 과장은 절대 허용하지 않는다. 이렇게 부족원의 칭찬 거리를 다 찾아내면 비로소 즐거운 축제가 시작되고 잘못을 저지른 사람을 다시 공동체의 구성원으로 받아들인다. 구성원 모두가 참여하는 긍정적인 심판은 그의 단점을 지적하기보다 장점을 말하고 자존감을 지켜줌으로써 공동체를 위해 봉사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

이렇게 공동체에서 소외된 구성원이 자신의 역량과 자존감을 자산으로 인식하고 지역의 발전에 기여하도록 유도하는 방식을 학계에서는 ‘자산기반 지역공동체 발전전략’이라고 명명하고 주목했다. 자산기반 발전전략은 지역사회 구성원이 포용적으로 참여할 때 지역의 결속력과 공동체의식이 높아지고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실현된다고 본다. 지역의 자산은 공동체 구성원으로 한정되지 않고 버려진 공간, 지역사회의 공공기관, 비영리조직, 사회적기업 등도 포괄한다. 지역 발전을 위해 우선 주목할 지점은 지역 거주민, 그들의 능력과 공간, 지역의 조직들이라는 것이다.

지역에서 소외된 구성원이 가진 좋은 자질과 활용되지 않았던 자산을 발굴하고 공동체의식을 높이는 방식은 자본주의가 촉발한 여러 사회문제를 해결할 방안이 될 수 있다. 한국의 발전 과정에서 자유, 경쟁, 재산권보호, 그리고 시장원리는 중요한 추동력이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사회경제적 불평등, 세대 간 집단 간 갈등, 사회보호, 실업 등 문제에 직면하게 됐다. 때문에 더불어 사는 존재로서의 공동체의식, 호혜와 협력의 정신, 나눔의 문화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사회적 효율성과 사회통합이 중요하며 소외되고 배제된 사람들을 포함한 지역사회 구성원 모두가 자신의 역량과 자존감을 바탕으로 참여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한국에서 공동체로서의 지역개념과 지역자산의 발굴이 중요한 이유는 지역별로 사회문제가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고령화와 이주로 인해 소멸위기에 처한 지역이 있는 반면, 인구 증가로 주거와 환경문제에 직면한 지역이 있다. 노인 돌봄 수요가 증가하는 지역이 있는 반면 유아교육 수요가 증가하는 지역도 있다. 때문에 지역 내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구성원과 지역사회가 자산을 발굴함으로써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새로운 제도를 설계해 사회혁신을 실현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이렇게 지역에서 스스로 혁신을 주도하는 공동체의 특징은 사회적 기업가 정신에 충만한 구성원, 구성원 간 협력적인 관계, 지역 전체가 토론하고 학습하는 과정이 있다는 점으로 요약할 수 있다. 먼저 혁신적인 지역사회의 구성원은 기꺼이 위험을 감수하며 새로운 기회를 실현해나가는 사회적 기업가 정신이 충만한 사람들이다. 사회적 기업가정신은 구성원이 사회적 약자에 공감하고,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 지역 사람들이 자신을 도와줄 것이라는 확신을 갖출 때 발휘된다. 즉, 지역의 구성원이나 조직들이 기꺼이 협력할 수 있어야 한다. 개인의 이익보다 전체의 이익을 생각하고 원활하게 일을 나누고 조언하는 과정도 중요하다. 사회적 기업가 정신이 발현하고 협력적 관계가 형성되는데 지역 전체가 함께 학습하고 혁신하는 지역학습도 필요하다. 외부환경의 변화와 지역의 역량에 대해 활발한 대화와 토론을 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장려해야 긍정적 효과가 있다.

이렇게 지역에서 학습과 혁신이 중요해질 때, 지역 내 학교 특히 대학의 역할이 커진다. 그런 의미에서 지역과 대학이 협력하고 문제해결을 모색하는 공동체 기반학습(community-based learning)은 이해관계자로서의 학생과 지역사회 구성원이 포용적이고 지속가능한 발전방안을 함께 모색하는 연결고리가 된다. 지역사회는 고질적인 문제를 학교와 함께 진단하며 새로운 대안의 유효성을 검증하는 기회를 얻을 수 있고, 참여하는 학생은 문제해결 기법을 배울 수 있다. 아마도 바벰바 부족의 의식 또한 잘못을 저지른 사람을 포용하는 과정임과 동시에 다른 구성원도 자신과 공동체를 되돌아볼 숙고와 성장의 시간이었을 것이다. 우리가 직면한 문제를 함께 사는 사람들과 모여 토론하고 생각하는 과정이야말로 진정한 학습과 성장의 과정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한상일 교수 (우리대학교 정경대)  chunchu@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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