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성은 제도에 의해 생기는 것이 아니다.

안태우 (보건행정·18)

최근 『어벤져스: 엔드게임』이란 영화가 화제다. 10년 만의 시리즈 완결, 개봉 첫날 스크린 2천800개 돌파, 개봉 7일 만에 700만 관객 달성 등 국내 영화계는 해당 영화에 대한 관심으로 떠들썩하다. 하지만 그만큼 한국 극장을 점령한 ‘어벤져스 시리즈’에 우려도  나온다. 스크린 독과점으로 다른 영화를 선택할 관객의 권리가 침해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이런 논란이 가중되자,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독과점을 막기 위해 ‘스크린상한제’ 실시를 고려 중이라고 발표했다. 그렇다면, 독과점 문제를 해결하기에 스크린상한제는 과연 적합한 제도일까.
스크린상한제란, 특정 영화가 극장 전체 상영 수의 일정한 기준을 넘지 못하게끔 규제하는 제도다. 이는 스크린 독과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두됐다. 그렇다면 스크린 독과점은 언제부터 문제가 됐을까. 지난 2005년 개봉한 영화 『괴물』이 한국 전체 스크린의 30%를 차지하면서 논란이 일었다. 이후 마블 영화들이 상영관을 싹쓸이하며 스크린상한제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실제로 스크린상한제를 지지하는 사람은 문화적 다양성 보호, 관객들의 선택권 보호, 국내 산업 보호 및 육성을 이유로 들고 있다. 스크린상한제는 문화적 다양성과 관객 선택권을 보호할 수 있다. 2003년 이라크전쟁 당시 ‘이라크군은 낮에는 미군과 싸우고 밤에는 할리우드 영화 보며 쉰다’란 말이 돌았다. 이는 미국 영화가 세계적으로 높은 시장지배력과 문화적 힘을 가졌음을 의미한다. 이처럼 스크린 독점이 가능한 미국과 같은 지배적 입장의 영화 상영 수를 스크린상한제를 도입해 제한한다면, 남는 스크린에 더 다양한 영화가 극장에서 상영될 수 있고, 관객의 선택권 또한 보호할 수 있다. 또한, 국내 영화 산업 보호 및 육성이 가능하다. 스크린상한제는 거대 자본을 등에 업은 해외 영화의 강력한 시장 점유율로부터 상대적으로 약한 국내 영화 산업을 보호할 적절한 장치로 작용한다. 즉, 국내 영화를 더 많이 상영해 이로부터 얻는 경제적 이익이 영화 산업 육성으로 이어져 더 많은 작품 배출이란 선순환을 불러온다는 것이다.
하지만, 스크린상한제만이 독과점 문제를 해결하고, 국내 영화 산업 보호를 이룬다는 주장에는 의문점이 든다. 오히려 스크린상한제가 문화적 다양성에 독이 될 수도 있다. 왜냐하면 스크린상한제는 공급에 제한을 두는 것이기 때문에, 흥행 가능한 좋은 작품을 만들려는 제작자의 의욕을 잃게 할 수 있다. 이로 인해 많은 작품이 제작되지 않을 수 있어 다양성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스크린상한제가 관객들의 선택권을 보장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스크린상한제는 극장에 영화 공급을 제한하기 때문에 특정 영화를 상영할 스크린 수가 전보다 줄어든다. 만약 흥행 영화에 대한 수요는 넘치는데 공급이 제한된다면 영화를 보고 싶은 사람들은 극장에 가서 스크린상한제를 실시하기 전보다 흥행 영화를 보기 어려워진다. 규제로 인해 흥행 영화를 보고 싶은 관객들의 선택권이 존중받지 못하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도 있다. 그리고 흥행 영화가 해외 영화일 경우, 해당 영화의 상영 일수를 늘리는 편법을 초래할 수도 있다. 또한 마지막으로 스크린상한제는 국내외 영화 모두에 적용되기 때문에 공급을 줄임으로써 독과점을 막는 스크린상한제는 ‘스크린 쿼터제’의 대상인 국내 영화 산업의 발전을 막을 수 있다.
이처럼 독점을 막기 위한 스크린상한제는 여러 부작용을 안고 있다. 물론 스크린상한제가 지닌 장점을 무시할 순 없다. 그러나 특정 영화의 독점을 막기 위한 방안으로 스크린상한제가 무조건적인가에 대해서는 긍정하기 어려우며, 다른 방안 또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좋은 영화를 배출하기 시작한 한국 영화계의 다양성 증대를 위해서는 더 많은 작품을 제작할 수 있도록 영화를 제작하는 인력들에 대한 투자와 영화 산업 인프라 구축을 위한 노력 등이 선행돼야 한다. 다양성은 제도에 의존해서 생기는 것이 아니다. 억지 공급 억제로 독점을 완화하는 것이 아닌 다양한 제작 활동을 가능케 하는 것이 독점을 막고 한국 영화계의 다양성 발전에 더 절실한 방안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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