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도락의 계절 봄이 왔다. 뭉근히 끓여낸 카레 한 그릇은 스산하다가도 포근한 4월의 봄바람에 제격이다. 여기서 잠깐, 『우리말 나들이』에 나올 법한 질문 하나 던지겠다. ‘카레’와 ‘커리’ 중 어느 표현이 맞을까? 답부터 말하자면 둘 다 맞다. 그러나 둘은 엄연히 다르다. ‘커리’는 인도에서 유래했으며 ‘카레’는 커리가 영국과 일본을 거치면서 재해석된 요리다. 막간을 이용해 공부도 했겠다, 적당한 허기를 안고 『The Y』와 함께 신촌과 연희동 곳곳에 숨은 카레 맛집으로 향해보자.

 

1. 요코야카레하우스 (기본 카레 S사이즈 3천900원 + 치킨 가라아게 토핑 2천 원)

 

신촌 현대백화점 옆 블록에 있는 작은 가게다. 기본 카레는 순한 맛, 약간 매운맛, 아주 매운맛 중 선택할 수 있다. 기자는 가장 인기가 많다는 약간 매운맛 카레에 치킨 가라아게 토핑을 추가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나온 기본 카레는 익숙한 비주얼이었다. 오뚜기 3분 카레와 학창시절 먹던 급식이 떠올랐다. 밥과 소스, 토핑이 전부인 상차림은 집에서 간단하게 먹는 카레 느낌이 나기도 했다.

하지만 맛은 고급스러우면서도 자극적이었다. 카레는 약간 매콤하면서도 짭짤했다. 밥은 쫀득하고 찰기가 있었지만 아쉽게도 자극적인 소스가 그 장점을 덮었다. 금방 튀긴 치킨 가라아게는 부드러운 속살과 바삭한 튀김옷을 자랑했다. 가라아게 역시 간이 셌다. 카레나 토핑 둘 중 하나가 심심했다면 좋았을 것 같다. 그래도 자극적인 음식은 맛없기 힘들다. 가격 부담 없이 카레를 먹고 싶다면 이곳을 찾기를.

 

총평: 가성비 좋은 카레를 편하게 먹고 싶다면 여기로.

 

2. 유타카나 본점 (유타카나 야끼카레 5천 원 + 돈가스 토핑 4천 원)

 

명물 거리 옆 골목에 위치한 유타카나. 외관이 일본풍으로 꾸며져 있어 일식집임을 단번에 알 수 있다. 메뉴판에는 ‘고베 장인 정신과 정성이 담긴 일본식 카레’라고 적혀 있었다. 기대를 안고 기본 카레에 돈가스 토핑을 추가했다. 카레 위에 올라간 달걀프라이와 파 토핑은 기대를 한층 높였다. 첫맛은 다소 짭짤했지만 금세 사라져 부담스럽진 않았다. 카레와 밥을 무료로 추가할 수 있어 간을 조절할 수도 있다. 달걀의 고소함과 소스의 짭짤함이 조화로웠고, 질릴 즈음엔 알싸한 파를 곁들였다. 카레는 철판에 제공돼 시간이 지나도 따뜻했다. 유일하게 아쉬운 점은 찰기 없이 입안에서 무기력하게 흩어지는 밥이었다.

돈가스 튀김옷은 부드러웠다. 눅눅하다고 느낄 즈음이면 바삭한 가장자리가 아쉬움을 달랬다. 돈가스가 담백했던 탓인지 카레와 함께 먹어도 느끼하지 않았다. 양과 맛 모두 4천 원이 아깝지 않았다.

 

총평: 달걀, 파, 돈까스. 어느 토핑과도 어울리는 일본식 카레의 표본.

 

3. 연희동 시오 (큐슈야끼카레, 1만 5천 원)

 

가게 안팎으로 걸린 풍경 사진은 마치 일본의 작은 골목식당에 온 듯한 느낌을 줬다. 이곳은 신선한 식자재를 사용하기 위해 점심 2개, 저녁 3개의 메뉴만을 제공한다. 가게의 대표메뉴이자 그날의 저녁 특선이었던 쿠슈야끼카레를 주문했다.

이내 나무 쟁반에 카레와 각종 밑반찬이 나왔다. 모차렐라 치즈가 소담히 올라간 독특한 모양의 오븐 카레였다. 카레를 끓인 후 오븐에서 조리해서 그런지 밥과 카레가 겉돌지 않았다. 조금 느끼하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카레 자체의 매콤한 맛이 치즈와 잘 어울렸다. 슬슬 맵다고 느껴질 때쯤 꽃게 된장국이 매운맛을 진정시켰다. 다른 카레와 달리 고기가 첨가된 카레 양념은 특유의 향신료 향 탓에 카레를 꺼리는 이들에게 반가운 변주일 듯하다. 연어 샐러드, 가지 튀김, 생강 초절임 등 다양한 식감의 밑반찬들도 만족스러운 곁들임이었다. 다소 부담스러운 가격이 흠이라면 흠.

 

총평: 지갑이 두툼한 날 저녁, 신선한 재료로 정성스레 차려진 카레 정식 한 상을 먹을 수 있는 곳.

 

4. 키노코 (새우크림카레, 1만 3천 원)

 

원목 식탁, 물컵 등에서 연희동 특유의 아기자기함과 세심함이 묻어났다. 이는 요리에서도 여실히 느껴졌다. 밥 위에 적당히 익힌 가지, 버섯, 그리고 단호박 슬라이스가 가지런히 놓여 있는 모양새는 단정하면서도 식욕을 돋운다.

하루 동안 볶은 양파로 끓여낸 카레에서는 묵직한 고소함을 맛볼 수 있었다. 코코넛 베이스가 주는 부드러운 달콤함도 편안하게 어울렸다. 중간중간 톡톡 씹히는 새우는 식감을 충실히 책임졌다. 반 정도 먹었을 즈음 코코넛의 달짝지근함이 조금 무겁게 다가오는 듯했다. 하지만 기우에 불과했다. 산뜻하게 입안에 감도는 곡물 드레싱 샐러드도 본식 못지않게 매력적이다. 귀여운 접시에 놓인 귤 한 개로 후식까지 즐길 수 있는 한 상이었다.

 

총평: 단정한 모습에 숨겨진 깊은 풍미와 부드러움, 쫀득한 식감 모두 만족스러웠던 한 그릇.
 

글 박지현 기자
 pjh8763@yonsei.ac.kr
민수빈 기자
soobni@yonsei.ac.kr

사진 정구윤 기자
guyoon1214@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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