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아침, 귀찮지만 쉽게 거르지는 못하는 일과가 있다. 바로 머리 감기. 두피를 시원하게 해주는 샴푸부터 찰랑거리는 머리를 만들어줄 트리트먼트까지, 머리 감기는 아침 일과 속 적지 않은 부분을 차지한다. 그러나 최근 들어 샴푸의 유해성에 관한 이야기가 고개를 들고 있다. 샴푸로 머리를 감으면 유·수분 균형을 위해 두피에서 윤활유가 생성되고, 두피가 과도하게 기름져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샴푸에 함유된 각종 유해 성분이 두피와 모발을 상하게 할뿐더러 평생 몸속에 남는다고도 한다. 이런 샴푸를 우리의 일상에서 없애보면 어떨까. 궁금하지만 선뜻 결심이 서지 않을 당신을 위해 『The Y』가 샴푸 없는 ‘노푸’ 일주일을 살아보기로 했다.

<수빈 기자의 노푸 일주일>

수빈: 피부로 치면 극도의 복합성. 머리를 감지 않은 채 하루 정도 지나면 슬슬 간지럽지만, 머리카락이 얇고 푸석해 티는 많이 나지 않는다.

1일차

평소에는 샴푸와 린스, 트리트먼트를 듬뿍 짜서 머리를 감았다. 이 모든 것이 사라진 채 머리를 감는 것은 무척 어색했다. 그래도 ‘노푸, 생각보다 괜찮은데?’라고 생각하며 드라이기로 머리를 말리던 중 손가락 끝에 머리 뭉치가 턱 걸렸다. 파마머리에 물만 묻히니 안 그래도 푸석하던 머리카락 상태가 더 심각해졌다. 하지만 머리를 예쁘게 연출할 수 없다는 아쉬움만 남았지, 찝찝하다는 느낌은 없었다.

2일차

슬슬 주변 시선이 걱정되기 시작한다. 내 정수리 냄새를 맡아보는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닌데 괜히 정수리를 더듬어 보는 버릇이 생겼다. 다행히 아직 괜찮다. 하지만 생각날 때만 챙기던 향수는 필수품이 됐다.

주위 시선보다 더 걱정됐던 건 미세먼지였다. 유독 미세먼지가 심각한 날 과연 물만으로 머리에 옹기종기 붙었을 먼지들이 씻겨 내려갔을까 염려됐다.

3일차

점점 불쾌감이 더해진다. 갈수록 머리카락이 뭉친다. 먼지나 유분이 제대로 씻기지 않아서 그런지 머리카락이 산뜻하게 마르지 않는 것 같다. 당연히 전열 기구도 무용지물이다. 결국 오늘도 머리를 한 갈래로 묶었다. 노푸가 불편하지 않았다는 후기가 많았는데, 나는 예외인가 보다.

외출이 이렇게 싫었던 적이 있었나 싶다. 그것도 후배와 처음 만나 밥을 먹는 자리였다. 대화하는 중에도 머릿속은 정수리와 각질 생각으로 가득했다. 두피 속에 남아있는 각질이 일어날까 봐 머리카락을 과감히 만지지도 못했다.

4일차

갈수록 태산이다. 장장 30여 분 동안 물을 적셔도 정수리 쪽 머리가 심하게 엉겨 붙는다. 물과 유분을 머금은 머리카락은 잘 안 마르기 시작했다. 사춘기 이후 작별을 고했던 두피 속의 뾰루지도 조금씩 고개를 드러냈다. 사면초가 그 자체다.

조금씩 불안해지는 마음에 검색창에 ‘노샴푸’를 입력했다. ‘두피 모공에 피지와 먼지가 뒤엉켜 염증을 일으키고 각질층이 두꺼워지는 과각화 현상으로 병원을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 ‘유명 배우들이 한다고 해서 무작정 따라 하면 뾰루지, 비듬, 탈모 등이 찾아올 수 있다’는 피부과 전문의의 자문을 발견했다. 눈앞이 캄캄해졌다. 주인을 잘못 만나 고생하는 것 같아 두피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5일차

남은 시간 동안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두피를 최대한 깨끗이 헹군 뒤 잘 말리는 것뿐이란 생각이 들었다. 뜨거운 물을 틀어 두피 이곳저곳을 만지며 세심히 헹궜다. 그 후에는 두피가 바싹 마를 때까지 드라이기 열을 쐬어줬다. 머리를 다 말리니 한 시간이 지나 있었다. 샴푸로 머리를 감을 때보다 무려 두 배나 더 걸린다. 기름과의 사투에 시간 낭비까지. 흥미롭겠다며 이번 체험에 자원했던 과거의 내가 미워진다.

7일차

전날은 외출할 일이 없어 머리를 감지 않았다. 내일이면 다시 향기로운 거품과 함께 두피를 씻을 수 있단 생각에 안도의 한숨이 절로 나왔다. 풍성해진 머릿결을 얻고 정수리 냄새와 작별했다는 노푸 예찬론자들의 이야기는 나와 거리가 멀었다. 자신의 두피 상태와 특징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채 시도하는 노푸는 두피에 무리만 줄 뿐임을 알려준, 괴롭기만 한 일주일은 이렇게 끝났다.

 

<지현 기자의 노푸 일주일>

지현: 하루 동안 머리를 감지 않으면 머리를 묶어서 기름을 가릴 수 있지만, 시간이 더 지나면 가릴 수 없는 지성 두피.

1일차

샴푸 없이 머리를 감는 건 화장실에 비누가 없어 물로만 손을 씻는 느낌과 비슷했다. 샴푸를 쓸 때보다 훨씬 오랫동안 머리를 헹궜다. 설렘 반 걱정 반으로 머리를 말린 결과, 역시나 기름기가 완전히 씻기지 않았다. 그래도 첫날이라 그런지 나름 괜찮다.

2일차

머리를 감아도 찝찝한 기분은 여전하다. 차라리 머리를 안 감으면 더 잘 수 있는데…. 억울하다. 결과는 어제보다 더 심각했다. 맨손으로 머리를 만져도 기름진 게 느껴진다. 7일을 이렇게 살아야 한다니 조금 울고 싶었다. 신경 쓰여서 결국 낮에 머리를 묶고 다녔다. 괜히 찔려서 친구한테 물어봤더니 다행히 아직은 괜찮아 보인단다.

3일차

아침에 일어나 보니 머리가 떡이 돼 있었다. 이대로는 도저히 안 되겠다는 생각에 대안을 찾기 시작했다. 랜선 노푸 선배님들이 소개해 준 방법 중 ‘밀가루 풀’을 선택했다. 밀가루 두 컵과 물 네 컵을 섞고 계속 저어주며 끓이면 2~3일 정도 쓸 수 있는 풀이 완성된다. 만드는 내내 풀을 젓고 있는 내 모습이 우스워 계속 헛웃음이 나왔다. 물로 헹구기 전에 머리에 뭔가를 문지를 수 있게 돼서 기뻤다. 하지만 막상 밀가루를 머리에 비벼대고 있자니 기분이 유쾌하지만은 않았다. 최대한 꼼꼼히 문지른 다음 더 오래 헹궜다.

샴푸를 쓰던 때만큼 뽀송뽀송하진 않지만 그래도 확실히 기름기가 많이 잡혔다. 밀가루 냄새가 나는 것도 같지만 아무도 내 머리 냄새에 관심이 없다. 밀가루 덕에 마음이 놓인다.

4~6일차

밀가루 풀 덕분에 무난한 나날을 보낼 수 있었다. 물로만 헹구는 것보다 훨씬 효과적이었지만, 머릿결이 너무 뻑뻑해진다는 게 흠이었다. 생각보다 밀가루에 빨리 적응한 내가 놀라웠다. 샴푸를 쓸 때보다 머리가 덜 빠지는 게 느껴졌다. 다만 밀가루를 머리에 버무리고 헹구는 게 오래 걸린다. 말리고 나서 도 계속 두피를 들여다보느라 지각할 뻔하기도 했다.

7일차

현미경으로 내 두피 상태를 본 건 아니지만, 겉보기에는 괜찮다. 밀가루 풀은 일주일을 버티는 데 큰 도움을 줬다. 하지만 굳이 샴푸 대신 쓸 이유는 찾지 못했다. 시간도 오래 걸리고, 꼼꼼히 헹궈야 하는 데다 머릿결이 안 좋아진다. 게다가 정수리의 밀가루 냄새가 심해진 것 같다.

 

대한 두피 모발 전문가협회 이현준 이사장에게 묻다.

Q. 노푸가 두피 건강에 전반적으로 어떤 영향을 끼치나요?

A. 샴푸만큼 세정 효과를 볼 수 있다면 좋은 영향을 끼칩니다. 인체에 유해한 계면활성제가 없는 천연 재료를 주로 사용하기 때문입니다. 세정은 말 그대로 두피에 쌓인 각종 노폐물을 씻어내는 것을 뜻합니다. 하지만 유분은 물에 녹지 않는 데다, 미세먼지를 비롯한 각종 오염물질이 많은 상황에서 노푸가 이를 깨끗이 씻어낼 수 있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또한 샴푸는 두피의 유·수분 균형을 맞춰 줍니다. 따라서 노푸가 세정 효과가 있더라도 이 밸런스를 맞출 수 있을지 미지수입니다.

 

Q. 노푸가 탈모 방지에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오나요?

A. 탈모의 원인이 샴푸라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탈모에는 유전적인 부분이 크게 작용하며, 그 외에도 스트레스와 잦은 다이어트로 인한 영양 불균형 등이 원인이 되곤 합니다. 샴푸 사용이 탈모와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Q. 노푸를 시도하는 사람들이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면?

A. ‘세정’에 온 힘을 기울여야 합니다. 샴푸 대체재와 유분을 완벽히 헹궈낼 자신이 있는 경우에만 노푸를 시도하길 추천합니다. 노폐물을 씻으려 사용한 천연 재료가 두피에 남으면 산화돼 노폐물이 되기 때문입니다. 이것들이 쌓이면 다른 두피 질환들이 생길 수 있습니다. 계면활성제가 두피에 미치는 영향이 걱정된다면, 노푸보다는 천연 샴푸를 쓰는 것을 추천합니다.

 

글 박지현 기자
pjh8763@yonsei.ac.kr
민수빈 기자
soobni@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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