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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예쁘다’는 생각, 본능일까?
  • 박지현, 민수빈 기자
  • 승인 2019.04.01 02:30
  • 호수 48
  • 댓글 1

지난 2015년, 대학내일 20대 연구소가 20대 남녀 459명을 대상으로 ‘성형수술’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여성 응답자의 46.4%, 남성 응답자의 29.3%가 성형 경험이 있다고 말했다. 남성은 ‘주변 권유’를 성형수술의 이유로 가장 많이 꼽은 반면, 여성은 ‘타인의 외모에 대한 부러움’이 44.9%로 압도적인 수치를 기록했다. 이처럼 외모지상주의의 존재는 분명하지만, 생성 배경에 대해서는 여러 담론이 존재한다. 혹자는 외모지상주의의 원인이 외모가 수려한 사람들만을 지속적으로 노출시키는 미디어라고 말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외모지상주의는 학습의 결과가 아니라고 반박한다. 그들은 외모지상주의가 과학적인 현상이며, 선택적 판단의 효율적인 정보처리 과정이라고 주장한다. 『The Y』에서는 외모지상주의를 둘러싼 여러 논의들을 짚어봤다.

아름다움의 역사, 인류의 역사

현생인류의 근원이라고 할 수 있는 호모 사피엔스 이후, 인류의 두뇌 발달은 급격한 문화와 기술의 발전을 따라가지 못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인류는 뇌 속 어딘가에 남겨져 있는 원시적인 습성을 발현해 낸 것이다. 이러한 경향은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 ‘기왕이면 다홍치마’란 속담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이런 습성은 여러 예술 작품에도 투영된 바 있다. 그러나 특이하게도 역사 속에서 남성의 이상적 미의 기준을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은 전무했다. 이를 통해 과거에서부터 남성보다 여성에게 미적 판단의 잣대가 더욱 엄격했음을 알 수 있다.

16세기 영국의 극작가인 크리스토퍼 말로는 희곡 『포스터스 박사』에서 트로이 전쟁의 시작을 초래한 헬레네를 다음과 같이 묘사했다. “정녕 이것이 1천 척의 배를 출범시키고 일리움의 까마득한 탑들을 불타게 만든 바로 그 얼굴이란 말인가?” 미술사 개관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밀로의 비너스’에도 미에 대한 숭상이 드러난다. 인체의 움직임을 가장 아름답게 표현하기 위한 ‘콘트라포스토(Contrapposto)*’ 포즈, 8등신 비례, 두터운 어깨와 팔뚝 등은 당시 미의 기준인 유연미와 황금률을 보여준다. 이 외에도 아름다움을 경배했던 역사는 인류의 발전과 궤를 같이 한다.

현대 학자들은 이런 인간의 본성을 다시금 용어로 정의했다. 사람들은 상대방의 외적인 요소에서 뚜렷한 인상을 받고 이외의 정보를 외면한다는 ‘맥락 효과’는 이를 가장 잘 드러낸다. 맥락 효과에 따르면 외모가 눈에 띄는 사람이 좋은 첫인상을 얻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미국 텍사스 휴스턴 대학교의 심리학자들은 텍사스주 법원이 수년간 판결을 내린 2천235건의 사건을 전수 조사했다. 놀랍게도 똑같은 죄목으로 재판에 소환됐음에도 불구하고 아름답고 미소를 자주 지었던 여성은 그렇지 않은 여성보다 형량을 반 정도밖에 받지 않았다. 이로써 누군가를 마주했을 때 발견하는 아름다움이 실제 이성적 판단의 과정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침을 알 수 있다.

외모지상주의.
단순히 ‘본능’에 의한 것만은 아니다.

매력적인 외모에 끌리는 것이 본능이라고 하지만, 외모지상주의를 전부 진화론적 관점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사회적 배경 또한 우리의 가치관과 시각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나라마다 미의 기준이 다르다는 점 ▲미의 기준이 시대에 따라 변한다는 점에서 그 근거를 찾을 수 있다.

먼저 전 세계의 나라는 제각기 다른 미의 기준을 가지고 있다. 한국 형질 문화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미인관은 기원전 323년~126년의 헬레니즘기 미인관으로, 작고 갸름한 얼굴과 날씬한 몸매를 선호한다. 그러나 가뭄과 기아가 널리 퍼져있는 아프리카 모리타니 지역에서는 전통적으로 부를 상징하는 풍만한 몸매를 선호한다. 프랑스는 자연스러움을 미덕으로 여겨 잡티를 그대로 노출하는 것을 선호한다.

또한 미의 기준은 변화한다. 조선 후기까지는 얼굴이 둥글고 이목구비가 작은 사람이 전통적인 미인상으로 꼽혔다. 성리학의 영향을 받아 활발해 보이는 얼굴보다는 고즈넉하면서도 토속적이며 자기 억제적인 표정과 얼굴이 미인으로 여겨진 것이다. 일제강점기에 들어서면서 이른바 ‘대구 미인’이 인기를 끌었다. 당시 일본의 미인상이었던 ‘고구마형’ 긴 얼굴과 대구 지역의 미인이 비슷했기 때문이다. 광복 이후 서양의 미인관이 유입되면서 입체적인 얼굴을 선호하기 시작한다. 이러한 서구의 미인관은 대중 매체에 의해 견고해진다. 한국 형질 문화연구원장 조용진 교수는 “우리나라의 미인관은 평균 얼굴과 성리학, 그리고 대중매체에 의해 형성된 것”이라며 “이는 여성과 남성 모두에게 적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외모지상주의는 본능과 사회적 배경의 합작품이라 볼 수 있다. 따라서 호감형의 외모에 끌리는 것을 금기시할 이유는 없지만, 본능이라는 탈을 쓴 채 외모를 최상의 가치로만 두고 다른 가치들을 깎아내릴 권리는 없다.

*콘트라포스토: ‘대비된다’는 뜻의 이탈리아어. 인체 입상에서 인체 입상에서 인체의 중앙선을 S자형으로 그리는 포즈를 일컫는다.

글 박지현 기자
pjh8763@yonsei.ac.kr
민수빈 기자
soobni@yonsei.ac.kr

박지현, 민수빈 기자  pjh8763@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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