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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동물도 ‘귀엽게 생겨야’ 관심 받는다고?유기견 맥둥이(2)씨를 만나다
  • 박지현 기자
  • 승인 2019.04.01 02:20
  • 호수 48
  • 댓글 0

#한때 귀여운 외모로 100만 팔로워를 거느렸던 견(犬)플루언서의 대명사 ‘인절미’. 최근 그 팔로워는 91만명까지 떨어졌다. 이유는 인절미가 크면서 이전의 귀여운 모습을 잃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지난 2016년 6월에는 ‘애견미용대회’가 열렸다. 강아지의 털에 캐릭터를 그리고 염색을 하는 등 예쁜 강아지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 대회는 ‘아트’라는 명목 하에 개최됐다.

#강아지는 태어날 때부터 귀여움을 강요받기도 한다. 컵에 들어갈 정도로 작은 강아지를 일컫는 ‘티컵강아지’는 근친교배 등의 방법을 통해 성견이 될 때까지 작은 크기를 유지하려 인위적으로 개량된 종이다.

인간이 만들어 낸 외모지상주의는 ‘인간’의 테두리를 벗어난 지 오래다. 동물도 인간의 눈에 귀엽지 않으면 외면당한다. 지난 2017년 서울연구원이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반려동물을 키우게 된 계기의 53.3%가 ‘예쁘고 귀여워서’였다. 이에 『The Y』는 전 주인으로부터 귀여움을 강요받다 현재 유기동물 보호소에서 살고 있는 맥둥이(2)씨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Q. 만나서 반갑습니다.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A. 안녕하세요. 올해로 2살이 된 맥둥이입니다. 전 주인이 매거진 읽는 걸 좋아하는 데다 제가 집에서 제일 막내라는 이유로 ‘맥둥이’라고 이름을 지어줬어요. 전 주인과 1년 정도 같이 지내다가 지금은 유기동물 보호소에서 살고 있어요. 버려졌거든요.

Q. 정말 유감입니다…. 어쩌다 버려지셨는지 여쭤도 될까요?

A. 정확한 이유는 주인만 알겠죠. 다만 추측이 가는 건 하나 있어요. 주인은 제가 거기 있는 다른 강아지 중 가장 귀엽다고 해서 저를 데려왔었어요. 어렸을 땐 작고 귀여워서 그랬는지 예쁨을 많이 받았어요. 볼 때마다 온몸을 쓰다듬고 사랑스러워 죽겠다는 눈빛으로 절 쳐다봤어요. 제가 좋아하는 간식을 자주 사다주고 매일 산책을 하러 가기도 했고요. 주인을 만난 게 큰 행운이라 생각하며 감사한 마음으로 지냈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사랑이 식더라고요. 집에 돌아오면 반겨주는 제가 귀찮다며 눈길도 안 줬고요. 제가 똬리를 틀고 자는 게 귀엽다고 찍었던 적도 많았는데, 다 까마득한 옛날 얘기죠. 몸집이 커지면서 더 이상 품에 쏙 들어오지 않는다고 안아주지도 않았어요. 그러다 갑자기 저를 꾸미기 시작하더라고요. 시작은 발과 귀에 빨간색 염색약을 바르는 것이었어요. 그거로는 성에 차지 않았는지 몸통에 줄무늬를 넣고 이상한 걸 그려 넣기 시작했어요. 냄새가 역하기도 하고 제 몸을 핥을 수 없게 돼서 싫었지만 그래도 주인이 재밌어하는 걸 보고 참았어요.

염색에 그쳤으면 좋았을 텐데, 한 번은 저를 갑자기 병원에 데려갔어요. 그러고는 제 꼬리를 잘랐어요. 원래 꼬리를 자르는 ‘단미’는 주로 나뭇가지나 수풀에 꼬리를 다치지 않기 위해 하는 건데, 사실 집에 사는 저는 딱히 필요가 없거든요. 그것 말고도 미용실에 저를 데려갈 때마다 제 털 모양을 계속 바꿨어요. 그러다 갑자기 절 어느 숲에 데려가 버려두고 집으로 가버렸어요. 그게 마지막이었죠. 한참 떠돌다 어떤 분이 저를 지금의 보호소로 데려왔어요.

Q. 유기동물 보호소 생활은 어떠세요?

A. 좋아요. 전 주인처럼 저를 이래저래 괴롭히진 않으니까요. 다만 밤마다 제가 언제까지 여기서 생활할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에 잠이 잘 안 와요. 다른 집으로 입양을 갈 수 있다면 제일 좋은데, 기대는 안 돼요. 입양 가는 보호소 친구들을 보면 대체로 저보다 어리고 작더라고요. 언제는 한번 저희를 관리해주시는 분들이 얘기하시는 걸 들은 적이 있어요. 아직 유기동물이 더럽거나 질병이 있을 거라는 인식 때문에 입양을 잘 안 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사람들은 어린 강아지를 키우고 싶어 하는데 유기견은 대부분 성견이라 입양이 힘든 부분도 있는 것 같다고 하는 걸 들었어요. 또 사람들이 좋아하는 품종이 다들 비슷한지 일부 종들만 입양하는 경향도 있는 것 같아요.

Q. 마지막으로 인간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저희에게 관심을 주시고, 저희의 권리를 보호하려 노력해주시는 분들께는 늘 감사해요. 하지만 동물을 외모로만 판단하려는 시선은 거둬주셨으면 좋겠어요. 저희에게도 ‘안 귀여울 권리’는 있으니까요. 사실 다른 동물들 입장에선 제가 배부른 소리를 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어요. 저처럼 강아지나 고양이들은 인간에게 친숙하지만, 관심조차 받지 못하는 동물들이 많잖아요.

늘 발랄해야 한다는 강박이 있어서 진지한 얘기를 길게 못 했었어요. 이렇게 하고 싶던 말을 다 할 수 있게 해 주셔서 감사해요. 제가 대답하느라 계속 짖어 대서 사람들이 기자님을 이상하게 생각할까봐 걱정되네요. 얼른 인터뷰를 마쳐야겠어요. 조심히 들어가세요!

글 박지현 기자
pjh8763@yonsei.ac.kr

자료사진 클립아트 코리아

박지현 기자  pjh8763@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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