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케이션 분야의 대표적인 이론 중 침묵의 나선 이론(Spiral of Silence Theory)이라는 게 있다. 독일 출신의 노엘레 노이만이 주장한 이 이론은 국내에서도 이미 보편적인 여론 형성 이론으로 그 핵심 내용은 다음과 같다. 사람들은 새로운 생각에 당면했을 때 각자 기준에 따라 재빠른 판단을 하는데 자신의 생각이 그 사회가 지지하는 것이면 더욱 자신 있게 말하고, 소수의 의견이라 판단될 경우에는 침묵한다. 사람들이 속한 커뮤니티나 사회로부터 외면당하거나 소외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소외를 피하기 위해 다수 여론이 어떻게 형성되는지 꾸준히 관찰하고 미디어를 통해 여론 분위기(climate of opinion)를 파악하고자 한다.

「연세춘추」 1828호에 게재된 ‘시작부터 삐걱대는 GBED, 외국인 학생들은 어디로’ 기사는 지난 2018년부터 도입된 GBED와 관련된 이슈를 다뤘다. 현재 외국인 학생이 겪고 있는 다양한 현안을 소개하면서 그에 대한 문제점과 주요 관계자의 인터뷰를 실었다. 그러나 기사를 읽으면서 몇 가지 아쉬웠던 점은 학교가 GBED를 도입하게 된 배경이 상세히 다뤄지지 않은 점과 GBED 도입 전과 현재를 비교할 수 있는 객관적 지표가 소개되지 않은 점이다. 우리대학교에 유학 와 졸업했던 수많은 외국인 학생의 인터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하더라도, 현재 재학 중인 외국인 유학생의 피드백도 다뤘으면 좋았을 것이다. GBED 제도 도입 전후의 차이를 비교해 외국인 유학생 지원 제도의 문제점을 다뤘다면 기사를 읽는 연세 구성원이 본질에 좀 더 접근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물론 짧은 시간에 여러 이슈를 다루는 일은 절대 쉽지 않다. 게다가 학생 기자가 갖는 정보 접근의 한계도 있고 학업과 병행하며 다양한 취재원을 만나기는 어려운 일이다. 그럼에도 대학신문은 대학 구성원의 여론을 형성하고, 그 여론이 정책에 반영된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경우에 따라서는 침묵의 나선 이론으로 소수의 의견이 다수의 의견인 것처럼 비춰질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학교를 둘러싼 강사법 이슈나 청소경비 용역직원의 처우 개선 문제 등도 마찬가지다. 한쪽 목소리만 들어서는 안 되며 이해관계자의 다양한 의견과 상충될 수밖에 없는 입장 차이를 본질적 수준에서 고민하는 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연세춘추」가 연세의 역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크다. 비록 지금은 예전만큼의 사랑과 관심을 못 받고 있지만 「연세춘추」가 디지털시대를 맞아 SNS 세대와 소통할 새로운 활로를 찾는 노력을 가미한다면 예전의 영광과 명성을 곧 되찾게 될 것이고 학교와 구성원을 연결하는 가교 역할도 더욱 견고해지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연세의 어제, 오늘, 미래를 함께하는 동반자로서 어려운 여건 속에서 「연세춘추」가 더욱 힘내길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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