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사회
불안과의 동거, 여성 전용 고시원여성 전용 고시원의 허술한 보안실태를 확인하다
  • 김민정 기자, 하광민 기자
  • 승인 2019.04.01 01:33
  • 호수 1829
  • 댓글 0

지난 2018년 7월, 여성 전용 고시원 화장실에 무단으로 침입한 50대 남성이 실형을 선고받았다. 해당 고시원에는 경비실도, 잠금장치도 없었다. 온라인 커뮤니티 ‘고시원넷’에 따르면 서울에는 439여 곳의 여성 전용 고시원이 있다. 많은 여성은 안전을 이유로 ‘여성 전용’ 시설을 택한다. 하지만 고시원이라는 건축물의 특성으로 보안이 허술한 ‘여성 전용’ 고시원이 양산되고 있다.

▶▶안전을 위해 선택한 ‘여성 전용’ 거주시설이 위험의 온상이 되기도 한다.


싼 만큼 위험한 방,
선택권 없는 20대 여성


통계청의 『2018년 인구 총조사』에 따르면, 여성 1인 가구는 전체 1인 가구 수의 49.5%를 차지한다. 이들은 일상에 도사리는 범죄의 위협을 호소한다. 울산대 경찰학과 강지현 교수가 발표한 『1인 가구의 범죄 피해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여성 1인 가구가 범죄를 겪을 가능성이 같은 주거 형태의 남성보다 2.27배 높다. 특히 33세 이하 여성 1인 가구의 범죄 피해율은 33세 이하의 남성 1인 가구보다 11.2배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일명 ‘철통 보안 여성 전용 원룸’이 생겨났다. 해당 시설에는 사설경비업체와 연결된 비상벨이 있고, 1층 공용 출입문은 이중으로 설치돼 있다. 또 택배기사 등 외부인은 건물에 출입할 수 없다. 이런 ‘여성 전용 원룸’의 평균 월세는 60~70만 원이다. 부동산 중개 어플리케이션 ‘다방’이 발표한 2019년 2월 기준 서울 주요 대학가 월세 현황에 따르면, 우리대학교 일대의 원룸은 평균적으로 보증금 1천만 원, 월세 49만 원에 거래된다. 여성 전용 원룸은 10~15만 원 정도 더 비싸다. 보안 시설이 설치되기 때문이다. 이처럼 높은 보증금과 월세를 감당하지 못하는 여성들은 평균 월세가 25~35만 원인 고시원으로 발을 돌린다.

사업주는 이런 여성들에게 ‘여성 전용 고시원’을 홍보한다. 남녀가 함께 투숙하는 일반 고시원과 달리 여성 전용 고시원에는 여성만 입주할 수 있다. 여성 전용 고시원 운영은 사업주의 재량이고, 별도의 허가 기준은 없다. 그 결과 ▲보안 시설 부재 ▲외부인 출입 등의 문제로 이어진다.

보안 시설은 경비실, 도어락, CCTV 등의 잠금·방범 장치를 가리킨다. ‘여성 전용’ 거주시설은 보안 시설 설치를 전제한다. 하지만 신촌·이대 일대 여성 전용 고시원 17곳 중 7곳을 방문 조사한 결과, 경비실은 한 군데도 설치돼 있지 않았다. 그중 2곳은 공동 현관문에 도어락이 없어 24시간 항시 개방된 상태였다. 별도의 보안 시설은 없느냐는 물음에 A 고시원의 총무는 “별도의 보안 장치는 없지만, CCTV가 있고 출입구를 계속 주시하고 있다”며 “지금껏 별일 없었으니 안전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생할안전지도’** 어플의 성폭력 발생 현황지도에 따르면 해당 고시원이 위치한 신촌·이대 일대는 짙은 붉은색을 띠고 있었다.

▶▶여성 전용 고시원이 밀집한 신촌 이대거리 주변은 붉은색을 띠고 있다. 붉은색으로 표시되는 지역일수록 성폭력 범죄 발생 빈도가 높다.



공동 현관문에 도어락이 설치돼 있더라도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허술한 관리 탓에 외부인에게 비밀번호가 쉽게 노출되기 때문이다. 임대인은 고시원 방을 보러온 사람이나 배달 기사에게 비밀번호를 알려주기도 한다. 여성 전용 고시원에 거주한 경험이 있는 김모(26)씨는 “고시원 방을 구하려고 전화했더니 관리인이 비밀번호를 알려주며 직접 들어가서 방을 보라고 했다”며 “외부인에게 비밀번호가 노출되기 쉬운데 번호를 자주 교체하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고시원 한 층은 15개 내외의 방으로 구성된다. 각 방에는 잠금장치가 없어 공동 현관문의 비밀번호만 알면 방에는 쉽게 들어갈 수 있다.

고시원 특성상 외부인의 출입이 잦은 것도 거주자들에게 위협으로 다가온다. 대부분의 고시원은 상가의 3~4층에 위치한다. 고시원의 위·아래로는 식당, 헬스장 등의 일반 상업시설이 입주해 외부인이 많이 드나든다. 이대 거리 B 고시원에 거주하는 박모(24)씨는 “지금 사는 고시원의 아래층이 고깃집인데, 밤마다 취객들이 상가 출입구에 서 있어서 들어갈 때마다 무섭다”고 증언했다. 여성 전용 거주시설을 배회하는 사람들에게 위협을 느낀다는 거주자들도 있었다. 김씨는 “늦은 저녁 귀가할 때 고시원 근처에서 서성거리는 사람만 봐도 괜히 겁을 먹게 된다”며 “항상 쫓기듯 잰걸음으로 들어갔다”고 말했다.


사람은 살지만
‘주택’은 아닌 기형적 건축물


많은 여성이 범죄 위험을 줄이고자 여성 전용 고시원을 찾는다. ‘고시원넷’ 관계자는 “여성 전용 고시원을 찾는 소비자들은 각종 보안 시설이 구비돼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고시원 설립·허가 기준을 규정하는 「다중이용시설의 안전관리에 대한 특별법」에 여성 전용 고시원 설립 규정은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 서대문구청 건축과 함지훈 주무관은 “여성 전용 고시원의 별도 영업 허가 기준은 없다”고 말했다. 사업주 의사에 따라 여성 전용이 될 수도, 일반 고시원이 될 수도 있는 셈이다.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 제16조에 따르면 주택 단지 각 동 출입문에는 도어락을 설치해야 한다. 그러나 고시원은 다중생활시설***에 해당해 사업주는 보안 시설을 설치할 의무가 없다. 보안 및 경비 시스템 설치는 어디까지나 고시원 사업주의 선택이다. 고시원이 주택으로 취급되지 않는 탓에 보안은 허술해지기 십상이다. 구멍 난 보안은 오롯이 세입자가 감당해야 한다. 고시원 거주자 김씨는 “방 안쪽에 개인 자물쇠를 걸고 지냈는데 외출할 때는 잠글 수 없어 불안하긴 마찬가지였다”고 말했다. 한국여성민우회 성평등복지팀 최원진 활동가는 “‘주거 난민’이 늘어나면서 여성 전용 고시원 수요는 끊이지 않는 상황”이라며 “그러나 고시원은 개인 사업장이라 보안 시설 설치 규정을 의무화하기는 어렵다”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서울시 여성가족정책실은 오는 4월부터 ‘SS존(Safe Singles Zone)’사업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여성 1인 가구를 대상으로 창문 경보기, 현관문 보조키, 방범창, 방범 필름 등의 설치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여성가족정책실은 지원 대상은 월세 및 임차보증금을 기준으로 선정하겠다고 밝혔다. 보증금이 없고, 월세가 싼 고시원에 사는 여성은 상대적으로 우선순위에 놓인다. 그러나 해당 사업의 시행 여부는 고시원 사업주의 의사에 달려 있다. 여성가족정책실 여성정책담당 김지연 주무관은 “간단한 부품들을 설치하는 사업으로, 혼자 사는 여성이 스스로 해결하기 어려운 부분들을 지원할 예정”이라며 “다만 고시원 거주자의 경우, 고시원 영업자로부터 설치를 허가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최 활동가는 “여성 전용 고시원의 잠금장치를 한두 개 보완한다고 해결될 단편적인 문제가 아니다”라며 “주거 용도의 건축물 인가 기준을 높여 고시원이라는 기형적 건축물 자체를 감소시켜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아래 형정원의 『형사정책연구』에 의하면 성범죄는 건물의 특성 및 피해자의 상황과 가장 밀접한 관련을 맺고있다. 고시원은 주택으로 간주되지 않고 보안 시설을 규정하지도 않는다. 이런 모순은 ‘여성 전용’ 고시원에서 더욱 심해진다. 보안이 보장되지 않은 여성 전용 고시원은 범죄 위험을 더욱 높일 뿐이다.

*2018년 울산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강지현 교수가 발표했다. 강 교수는 2012년과 2014년 형정원이 시행한 ‘전국범죄피해조사’를 활용해 총 1만3천260가구 가운데 1인 가구 3천117명의 범죄 피해율과 영향 요인을 비교·분석했다.
**행정안전부에서 보급한 어플로, 이를 통해 사용자의 위치 주변의 ‘치안사고(강도·성폭력) 발생 현황’을 확인할 수 있다. 붉은색으로 표시되는 지역일수록 범죄 발생 빈도가 높다.
***「다중이용업소의 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에 따른 다중이용업 중 고시원업의 시설로서 독립된 주거의 형태를 갖추지 않은 것을 말한다.

글 김민정 기자
whitedwarf@yonsei.ac..kr

사진 하광민 기자
pangman@yonsei.ac.kr

그림 민예원

김민정 기자, 하광민 기자  whitedwarf@yonsei.ac.kr

<저작권자 © 연세춘추,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