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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과거화할 수 없는 세월호 참사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것은 5년 전이다. TV로 생중계되던 아비규환에 전국민이 경악하던 시간도 5년 전이다. 시간이 흘러 이제 광화문 광장에서 세월호 관련 천막들이 내려졌다. 진상규명을 위해 천막들이 쳐진 후 4년 8개월 만이다. 세월호 당시 대통령은 수감 중이고, 촛불 혁명으로 정권이 바뀌었다. 탑승 인원 476명 중 299명이 사망하고 5명이 실종된 참사. 세월호를 인양하는 데 1천91일이 걸렸다. 어처구니없는 참사였고 수습 과정이었다. 천막들이 사라진 자리에 ‘기억‧안전 전시공간’이 설치된다.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고, 안전을 생각하자는 취지로 보인다.

세월호 참사 당시 많은 이가 우리 사회 자체가 세월호라고 탄식했다. 무엇이 세월호를 가라앉게 했고, 한국 사회라는 세월호를 가라앉힐 수 있는지에 대해 사유가 필요하다. 그것은 결국 우리 사회 전반에 퍼져 있는 윤리 의식의 마비라고 할 수 있다. 하나의 사회가 유지되는 데는 물질적 기반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물질적 기반에 걸맞은 윤리 의식이 필요하다. 한국 사회는 이제 자본주의 사회라고 할 수 있을 만큼 거대한 부를 축적했다. 그러나 그에 어울리는 사회 윤리를 갖추고 있느냐 할 때 긍정적 답변을 할 수가 없다. 연일 매스컴을 통해 드러나는 각종 비리는 한국의 윤리 의식이 얼마나 부실한지 여실히 보여준다.

윤리 의식은 고리타분한 옛것이 아니라 시대마다 마련돼야 하는 사회의 안전판이다. 그런 철학적 바탕이 없는 사회는 결코 선진 사회라 할 수 없고, 선진 사회로 갈 수도 없다. 윤리 의식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타자에 대한 책임감’은 단기간에 가공할 수 없다. 그것은 어쩌면 사회 전체의 분위기 같은 것이고, 무엇보다 교육 과정을 통해 서서히 체화하는 것이다.

이제 세월호에 관한 페이지가 한 장 넘어가고 있다. 그러면서 마련된 ‘기억‧안전 전시공간’만으로는 망자들을 위로하는 데 충분하지 않다. 우리 사회가 ‘세월호 사회’라는 딱지를 뗄 수 있을 때에야 진정한 위령(慰靈)이 가능할 것이다. 어느 사회건 윤리 의식이 낮을 때, 특히 지도층의 부패가 심할 때, 침몰하게 돼 있다. 그것은 수많은 역사가 가르쳐준 법칙이다. 그 역사 중 가장 가깝고 충격적인 역사가 세월호 참사이니 우리 사회는 이 역사를 분명한 교사(敎師)로 삼아야 한다. 세월호를 과거로 보내면 안 된다. 세월호를 현재화하여 우리 사회의 윤리적 안전판을 지속적으로 마련하는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

연세춘추  chunchu@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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