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은 시대의 흐름과 현실을 반영해야 한다

이정근 (의공·석박사통합13학기)

요즘 강사법 시행을 앞두고 온 학교와 나라가 떠들썩하다. 지난 2000년대 초반부터 일부 시간강사가 어려움 속에 극단적인 선택을 하면서 이 문제는 세상 밖으로 알려졌다. 그 후 강사법이 발의됐으나 계속해서 유예됐고, 이후 강사들은 더욱 불안에 떨었다. 강사법으로 위태로워진 대상은 갓 박사학위를 취득한 신진 연구자들과 박사과정 학생들이다. 박사과정 후반 또는 박사 후 과정에서 일부 강의를 맡아 경력과 경험을 쌓던 기존 방식이 이제 새로운 장벽에 막힌다. 박사 수료생이 강의하는 모습도 점점 찾아보기 힘들 전망이다. 그러나 교수의 연구년 동안 조교가 수업을 대신해 수업의 질이 떨어졌다는 민원을 생각해보면, 강사법으로 보다 전문적인 인력이 강의하도록 강제돼 전체적인 수업의 질이 나아질 것이란 희망을 가질 수도 있다. 그러나 강사법 시행을 앞두고 학생, 강사, 교수, 학교, 정부 모두가 홍역을 치르는 현 사태를 보면 강사법이 순기능으로만 작용하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다. 강사법이 이상적으로 자리 잡아 시행된다면 고용불안에 떨며 여러 대학에 지원서를 쓰던 시간강사들이 모두 교원자격을 받아 일종의 교수가 될 것이다. 이에 안정적인 강의를 통해 양질의 수업을 이끌어내고, 기존 교수는 연구에 더욱 집중해 연구중심대학으로의 발전을 꾀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강사법 시행에 따라 학교의 추가 예산 문제로 기존 강사의 구조조정이 시작됐고, 그나마 있던 시간 강의마저 잃고 밖으로 나앉는 신세가 된 강사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또한 진행하던 강의가 없어져 졸업 이수학점이 줄어든다거나, 수강신청 때 들으려던 강의가 없어졌다고 하소연하는 학부생도 주변에서 볼 수 있다. 기존 시간강사를 축소하고 이를 교원으로 충원하다 보니 기존에 있던 교수들은 강의 시간이 늘어나 힘이 든다. 학교는 교원을 충원하느라 더 많은 예산을 소요하고, 없어진 강의를 충당하느라 대형 강의는 늘어났으며, 학생은 강의의 질 저하를 우려하고 있다. 때 마침 정부의 등록금 동결과 인하 정책에 맞물려 등록금 의존도가 높은 대학은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으며, 점점 줄어드는 인구에 따른 학생 감소도 이에 한몫 하고 있다.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이 아닐까 싶다. 법 시행을 몇 년이나 개정하고 유예했음에도 이런 문제가 발생함은 이 법에 근본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닐지 다시금 고민해보게 만든다. 우리는 우리가 한 일에 대해 정당한 대가를 얻고 안정적인 지위를 누리며 행복하고 풍요롭게 살고 싶을 뿐이다. 자본주의 사회인 현시대에서 중요한 것은 자본이고 이러한 시장경제에 의해 세상이 돌아가고 있다. 따져보면 돈이 문제인 경우가 참 많다. 이 경우도 그렇다. 강사는 일에 대한 충분하고 안정적인 돈을 받고 싶다. 학생은 돈을 낸 만큼 원하는 양질의 강의를 듣고 싶다. 학교는 교육이라는 학교 자체의 목적을 이루면서도 수익이 나야 연구와 혁신이 가능하다. 정부는 이 요구를 적절하게 균형지어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루도록 적절한 예산을 집행해야 한다. 문제는 강사법 시행으로 인한 교원 증가 부담을 경감시켜줘야 해결될 것이다. 그동안 정부는 물가 상승률과 최저임금의 상승에도 불구하고 등록금 인하나 동결 정책을 펴왔다. 학생들이 학생자치기구나 보건비로 납부하던 경비가 자율로 바뀌면서 예산이 모자라 학생회의 경종이 울리지 않았던가. 우리는 원하는 상품이나 서비스를 받기 위해 돈을 지불해야 한다. 우리가 원하는 양질의 강의를 받기 위해서는 학교가 발전할 수 있어야 한다. 모든 문제를 원점에서 놓고 교육에 대한 공적인 투자, 등록금 정책 개선, 교수법의 혁신, 법 개정에 의한 실수혜자와 맹점 등을 분석해 혁신하고 쇄신해야만 더 이상의 유예와 혼란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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