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사법, 방향이 잘못된 화살

박준현 (영문·17)

학교가 강사법을 비롯한 대학교 교원의 처우 이야기로 들썩거린다. 직접적인 이해 당사자인 시간강사뿐만 아니라 학생들도 강사법에 대한 관심을 보인다. 백양로를 걷다 보면 강사법에 대한 자보 혹은 현수막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더불어 강사법을 위한 대책위원회도 수립돼 활동한다고 알고 있다. 평소였다면 ‘이런 일이 있나 보다’, ‘벌써 대책위도 마련되고 다들 교내 문제에 관심이 많구나’ 정도로 이 주제를 마무리했을 것이다. 하지만 필자는 지난 2018학년도 사회학 교양을 들으며 간접적으로 강사법, 더 나아가 대학 내 자본주의를 공부했다. 그렇다보니 강사법을 두고 벌어지는 지금의 일을 쉽게 무시할 수 없다.

강사법은 지난 2011년 대학 시간강사의 낮은 지위와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그러나 시간강사의 대량해고 우려가 나오면서 대학과 강사 모두가 반대해 4차례나 유예돼 7년간 시행이 미뤄졌다. 강사법의 내용을 살펴보면 왜 시행하지 않는지 의아할 수 있다. 1년 이상 임용, 3년 이상의 재임용 절차를 보장해주고, 교원으로 인정해주는 등 겉보기에는 처우의 개선이 확실한데 말이다. 아직 시행도 되지 않은 강사법으로 인해 이미 문제점들이 쏟아졌다. 2018년 11월에 열린 ‘강사법과 대학의 올바른 변화를 위한 국회 토론회’에선 강사법에 따른 대학들의 편법이 공유됐는데, 인터넷 강의를 개설하고, 그럴듯한 이름을 붙여 대학원생이 수업을 진행하는 제도를 만드는 학교도 있었다. 강의를 통폐합시키며 대형 강의로 바꾸거나, 시간 강사를 해임하고 기존 교수의 강의시수를 늘리는 방법은 가장 일반적인 편법이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한양대학교의 한 학과는 2019학년도 1학기부터 시간강사 4명이 맡을 강의를 모두 없앴다. 대신 전임 교수가 그 강의들을 모두 맡기로 했다고 한다. 서울의 한 대학 관계자는 강사법이 시행될 오는 8월에 가까워질수록 이러한 조용한 해고가 더욱 빈번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필자도 이번 학기에 수강할 수 있는 교양 과목 수가 2018년, 2017년에 비해 현저히 줄었음을 느꼈다. 2019학년도부터 필수교양과 선택교양이 통합된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급격한 변화를 예상하진 못했다. 강사의 처우 차원까지 가지 않더라도, 학생 입장에서도 꽤 큰 피해를 받는다. 의무적으로 듣는 전공과목과 달리 조금이나마 학문적 호기심을 바탕으로 선택하던 교양과목에서도 시간표에 맞는 과목을 찾는데 급급해졌다. 학기 시작 전, 동기들도 이런 변화를 실감한다고 얘기를 나눴다. 학생들의 애로사항이 이 정도라면 강사들의 피해는 하나하나 언급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강사들을 위한 강사법이 역설적으로 그들을 옥죄는 결과를 낳았다. 결국 강사법은 시간 강사들의 변고에서 시작된 임시방편일 뿐 온전한 해결책이 될 수 없다. 모든 난관을 해결할 완벽한 해결책이 대체 무엇이냐고 물어볼 수도 있지만, 최소한 올바른 방향성을 지닌 대책이 필요하다. 강사법은 이를 갖고 있지 않다. 교육부가 추진한 강사법의 취지는 좋을지 모르나, 실효성은 현실과 그렇게 가깝지 않다. 대학의 재정 문제가 시간 강사들을 해고하면서까지 편법을 쓰게 만드는 주요 원인일 것이다. 올바른 운영을 위해 고민하는 대학의 예산 문제를 무작정 비판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강사법이 시행된다면 7만여 명의 시간 강사를 올바르게 대우하는데 대략 2천300~3천억 원이 든다. 교육부가 오는 8월부터 연말까지의 강사법 예산으로 편성한 금액이 288억 원가량이니, 나머지 2천억 원은 대학이 충당해야 한다. 시간 강사 대책위원회 측에서는 대학이 강사법을 악용하지만 않고 교육부가 꾸준히 대학을 지원한다면 강사법이 잘 운영되리라는 전망을 전했다. 그러나 앞서 얘기했듯, 대학은 강사법 시행 이전부터 여러 편법을 계속해왔다. 시행된다고 한들, 대학이 유의미하게 예산을 시간 강사들에게 투입할지는 미지수다. 발행 조건이 저렇게 여러 가지인 강사법이 올바른 방향성을 지녔는지 의심스럽다. 시행 주체인 교육부와 대학 그리고 교원, 특히 시간 강사들 간의 다자 협의기구를 통해 더 실효적인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지금의 강사법은 8년간의 유예기간을 거치고도 방향을 상실한 화살이 돼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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