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신문사가 지난 2018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우리대학교 재학생의 23%, 약 5천300명이 자취 형태로 주거하고 있다. <관련기사 1810호 6,7면 ‘나 이렇게 산다’> 이들이 거주하는 신촌 지역 자취방 월세는 보통 50만 원을 훌쩍 넘긴다. 당장 비싼 월세만이 문제가 아니다. 임대인으로부터 계약을 갱신하자며 증액을 요구받는 일이 빈번하다. 재계약 시 월세가 터무니없이 올라 울며 겨자 먹기로 이사하는 일까지 발생한다. 자취생의 주거 안정을 위협하는 주택 임대차 계약 갱신 및 재계약 과정을 짚어봤다.


청년에게 한없이 버거운 주거비
부담은 갈수록 첩첩산중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24세 근로 종사자의 평균 소득은 149만 원이다. 25~29세도 230만 원에 그친다. 평균 200만 원도 안 되는 소득의 상당 부분은 주거비로 지출된다. 주택플랫폼 ‘다방’이 지난 2018년 발표한 ‘서울 원룸, 투·쓰리룸 임대 시세 리포트’에 따르면 보증금이 1천만 원인 원룸 월세 평균은 55만 원이었다. 생활비의 1/4 이상을 순수하게 월세로만 내는 상황이다.

자취방 계약을 갱신할 때마다 부담은 더해진다. 계약 갱신은 계약 기간 내에 차임* 등의 조건을 바꾸는 경우를 일컫는다. 한국감정원의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에 의하면 2019년 2월 서울 지역 다세대 주택의 평균 월세는 지난 2017년에 비해 10% 이상 상승했다. 정부는 현행 「주택임대차보호법」(아래 주택법) 제7조와 이하 시행령에 근거해 계약 갱신 시 차임 및 보증금을 최대 5%만 증액할 수 있도록 제한한다. 예를 들어 원 계약이 보증금 1천만 원에 월세 50만 원이었다면, 갱신 시 보증금 1천50만 원에 월세 52만 5천원까지만 인상할 수 있다. 갱신된 계약 조건은 1년간 보장된다. 이 제도는 자취생을 비롯한 임차인들의 권리를 충분히 보장하는 듯 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임대인들이 해당 조항을 준수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아래 위원회) 서울중앙지부 장수진 심사관은 “계약 갱신 시 증액 제한 문제를 포괄한 조정 신청이 다수 접수되고 있다”고 말했다. 신림동에서 자취하고 있는 김모(25)씨는 “집주인이 계약을 갱신하자며 차임 20% 인상을 요구했다”고 증언했다.

임대인이 주택법을 무시하는 이유로는 일차적으로 주택법에 직접적 처벌 조항이 없다는 점이 꼽힌다. 주택법 관련 분쟁은 지자체별 위원회가 담당한다. 위원회는 당사자들에게 조정 내용을 강제할 권한이 없다. 임대인들은 얼마든지 조정 내용을 거부할 수 있다. 장 심사관은 “위원회의 최종 조정안은 권고일 뿐”이라며 “수용 여부는 당사자들이 판단한다”고 밝혔다.

위원회 조정으로 해결되지 않는다면 민사 소송에 나설 수밖에 없다. 하지만 자취생이 재판 비용을 감당하리란 쉽지 않다. 위원회 조정과 민사 소송 모두 실질적인 대응 수단이 되지 못하는 셈이다. 김씨는 “증액 제한 자체는 알고 있었다”면서도 “해당 제한에 근거한 문제 해결이 어렵다고 들었다”고 밝혔다. 이어 “당장 방을 뺄 수 없는 형편상 조건을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우리대학교 서문에 위치한 자취촌 일대의 전경


‘배짱부리기’식 임대인 증액 요구
재계약 힘든 자취생들은 떠돌 뿐


재계약 시에는 증액을 제한하는 장치가 없다는 점 또한 자취생의 주거 안정을 위협한다. 주택법상 임대차 계약은 최대 2년 동안만 효력을 지닌다. 해당 계약 기간이 만료된 이후에는 재계약을 맺어야 한다. 지난 2002년, 대법원은 재계약 시 주택법 제7조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이에 근거해, 임대인은 2년 계약 만기 후 재계약을 체결할 때 차임과 보증금을 얼마든지 올릴 수 있다.

이는 자취생 주거 안정을 위협한다. 임대인이 증액 제한이 있는 계약 갱신 단계에서부터 5% 이상의 증액을 요구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임차인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시에는 방을 빼라며 엄포를 놓는다. 계약이 만료돼 재계약 단계로 넘어가면 5% 넘게 증액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자취생들은  길어야 2년 동안만 증액 없는 주거를 보장받는다. 신촌에서 자취하는 신모씨는 “집주인이 다른 사람을 구하면 된다는 태도로 25% 수준의 증액을 요구했다”며 “주택법 얘기는 꺼내지도 못하고 대충 협의했다”고 토로했다.

이러한 재계약 행태는 임대 사업자 권리 보호라는 명분 아래 진행된다. 임대 주택이 사업자들의 ‘사유지’인 한, 국가가 억지로 개인의 재산에 통제를 가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민달팽이 유니온 최지희 위원장은 “국토교통부 관계자가 과거 간담회에서 현행 주택법과 주택임대사업자법이 임대인 권리 보호에 편향돼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고 증언했다.

주택법과 유사한 「상가임대차에 관한 보호법」(아래 상가법)에서도 계약 갱신 시 증액 범위는 5%로 제한된다. 재계약 시 증액 제한이 없다는 점 역시 유사하다. 대신 상가법은 계약 후 10년간 갱신 형태로 계약을 연장하도록 허용한다. 즉, 초기 계약에서 10년 동안은 5%의 증액 상한선을 보장하는 것이다. 상가 임차인의 사업 연속성을 완전히 보장하진 않더라도, 비교적 장기간 임차인의 사업권을 보장할 수 있다. 하지만 주택법에는 이런 대안적 방안조차 없다.

이에 국회는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아래 특별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골자는 증액 제한 위반에 따른 과태료를 1천만 원에서 5천만 원으로 강화하는 것이다. 그러나 특별법 역시 근본적인 대안은 아니라는 비판이 이어진다. 증액 제한을 위반하는 경우를 적발하기도 어려울뿐더러, 재계약 시에는 증액 제한이 여전히 없기 때문이다. 최 위원장은 “임차인들이 제대로 문제 제기조차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처벌 강화는 대책이 될 수 없다”며 “주거 임대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계약 갱신 청구권이나 전월세 상한제 도입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주거 불안은 청년을 옥죈다. 최 위원장은 “청년들은 현재 세입자로서 받는 불이익을 홀로 짊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편히 누울 곳조차 찾기 힘든 청년들에게 안정적인 주거 보장 제도는 절실하다. 무엇보다도 먼저 어렵게 자리 잡은 곳에서 ‘쫓겨나지’ 않도록 보호해주는 사법적 지원이 필요하다.

 

*차임 : 임대차 계약 시 임차물 사용의 대가로서 지급하는 금전 및 그 밖의 물건을 말한다. 토지 임대차의 경우 월세나 전세를 의미한다.

 

 

글 강우량 기자 
dnfid0413@yonsei.ac.kr

사진 하광민 기자
pangman@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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