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된 표준체계 마련 시급한 장애인콜택시 제도

도로 위를 달리다 보면 유달리 눈에 띄는 차량이 있다. 노랗고 커다란 택시, 바로 특별교통수단(아래 장애인콜택시)이다. 장애인콜택시는 리프트와 슬로프 등 특수 설비를 갖추고 있으며, 탑승객의 집 근처로 온다. 이는 이동이 불편한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서다. 하지만 장애인콜택시 제도는 이용자들의 편의를 충분히 보장하지 못한다.

▶▶ 토요일 낮 2시경, 장애인콜택시 탑승을 위해 204명이 대기하고 있다. 서울시설공단 자료에 따르면 장애인콜택시 탑승 가능 인원을 차량 수로 나눌 시 176명 당 1대의 장애인콜택시가 운영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타고 싶어도 못 타는 대중교통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이 대중교통으로 이동하는 것은 쉽지 않다. 이들이 이용할 수 있는 대중교통은 저상버스 혹은 지하철이다. 국토교통부(아래 국토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7년 저상버스 도입률은 22.4%였다. 버스 5대 중 1대만 저상버스인 셈이다. 저상버스가 와도 바로 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경기장애인차별철폐연대 이동권위원회 정기열 과장은 “리프트가 있어도 버스와 정류장의 높이가 맞지 않아 이용하기 어렵거나 리프트가 고장 난 경우도 많다”며 “저상버스가 도착해도 2~3번은 그냥 보낸다”고 말했다. 지하철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한국소비자원이 전국 35개 지하철역을 조사한 결과, 85.7%는 승강장과 열차 사이가 기준 간격인 5cm보다 넓었다. 28.6%는 승강장과 열차 간 높이 차가 기준인 1.5cm보다 높았다. 기준을 초과하면 휠체어를 탄 채로 지하철에 승차할 때 사고가 발생할 위험이 높다. 역사 출입구 70곳 중 31곳은 엘리베이터가 없어 휠체어가 역사 내로 출입하기 어려웠다.

이에 각 지자체는 장애인들의 이동권을 보장하고자 장애인콜택시를 운영한다. 장애인콜택시는 15년째 운행 중이지만 ▲공급과 수요의 불균형 ▲긴 대기시간 등이 허점으로 지적된다.

먼저 장애인콜택시는 그 수요에 비해 운행 대수가 턱없이 적다. 장애인콜택시 법정 대수는 등록된 1·2급 장애인 수를 기준으로 산출한다. 하지만 이를 이용할 수 있는 대상은 ‘거동이 불편한 교통 약자’다. 이는 장애인, 노인, 임산부 모두를 포함한다. 공급량은 장애인 수에 따라 산출하는데 수요량은 교통 약자의 수에 비례하다 보니 공급과 수요 사이 균형이 맞지 않을 수밖에 없다. 장애인콜택시를 이용하는 최용기(54)씨는 “수요가 워낙 많다 보니 공급을 늘려도 대기시간이 줄지 않는다”고 말했다.

긴 대기시간은 항상 지적돼왔다. 서울시설공단에 따르면 지난 2018년 6월 기준 장애인콜택시 대기 시간은 평균 56분이었으며, 수요가 많은 낮 4시경에는 84분까지 늘어나기도 했다. 평일 서울 시내버스 배차 간격이 6~10분임을 감안하면 지나치게 긴 시간이다. 최씨는 “1~2시간 기다리는 건 예삿일”이라며 “4시간을 기다리다 지쳐 이용을 취소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경기도에서 서울까지 3시간…
편한 광역 이동은 꿈같은 이야기


어렵사리 장애인콜택시를 타더라도, 멀리 이동할 때 또 다른 난관이 시작된다. 시·도 간 광역 이동이 어렵기 때문이다. 같은 도 내부에서는 광역이동지원센터의 지원을 통해 환승 없이 한 번에 이동할 수 있다. 문제는 다른 행정 구역으로 이동할 때다. 인접 생활권은 한 번에 이동할 수 있지만 조금이라도 거리가 멀어지는 순간 직행은 불가능하다. 예를 들어, 장애인콜택시를 타고 경기도 고양시에서 서울시 강남구로 넘어가려면 반드시 한 번 환승해야 한다.

그렇다고 환승 지점에 장애인콜택시를 미리 부를 수도 없다. 일부 지자체가 패널티 제도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예약한 장애인콜택시를 당일 이용 1시간 혹은 2시간 전에 취소하면 1일 동안 이용이 정지되며, 도착한 장애인콜택시를 10분 안에 타지 않으면 벌점이 부과된다. 벌점이 누적되면 장애인콜택시 이용에 제약을 받는다. 교통상황 등에 따라 환승 지점에 도착하는 시각을 확신할 수 없기에 장애인들은 하차 후 새로운 장애인콜택시를 부르고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경기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시위에서 ‘대중교통 이용에 제한을 두는 것이 차별’이라고 말한 바 있다. 예약 취소나 지각을 이유로 추후 콜택시 이용을 제한받는 것이 부당하다는 것이다. 이에 국토부 교통안전복지과 이선명 주무관은 “효율성을 위해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며 “탄다고 했던 사람이 타지 않으면 다른 이용자가 피해를 입는다”고 설명했다.


국가는 차량 도입만 지원할 뿐?
실질적 운영엔 손 놓은 정부


장애인콜택시 제도는 지자체의 소관이다. 정부는 차량 도입비 일부만을 지원하고 나머지 제도 운영은 전부 지자체에 일임한다. 장애인콜택시 사업은 국가로부터 운영비를 지원받지 못한다. 때문에 지자체의 예산 규모 혹은 장애인콜택시에 배정된 예산에 따라 행정구역별 편차가 발생한다. 각 지자체는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 시행규칙」에 따라 1급 및 2급 장애인 200명당 1대 이상의 장애인콜택시를 운행해야 한다. 하지만 많은 지자체가 법정 대수를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 부산시는 법정 기준인 183대 중 128대, 전라남도는 법정 기준인 142대 중 117대만을 운행하고 있다. 부산시 장애인콜택시 ‘두리발’ 관계자는 “예산 문제로 법정 대수보다 부족하게 운행 중”이라며 “리프트 없는 개인택시 900여 대로 부족분을 보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주무관은 “장애인콜택시 제도가 시행될 때부터 운영은 지자체의 몫이었다”며 “국가가 장애인콜택시 전부를 관리하기는 어렵다”고 해명했다.

또한 지역마다 택시 도입률과 이용요금이 다르다. 이는 지자체가 자체 조례에 따라 장애인콜택시 제도를 운영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춘천시는 법정 대수의 82%만을 확보하고 있다. 하지만 원주시는 법정 대수의 121%에 이르는 장애인콜택시를 운행 중이다. 서울시는 5km당 1천500원의 기본요금을 부과한다. 반면 광주시는 10km당 1천200원의 기본요금을 부과한다. 거주지에 따라 누릴 수 있는 서비스의 질이 달라지는 것이다. 한국장애인개발원 강경배 조사패널팀장은 “시·도 차원에서 예산을 지원하고 운행하다 보니 이용에 어려움을 겪는 장애인들이 생긴다”며 “지자체별로 상이한 시스템 때문에 발생하는 빈틈을 메워야 한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지난 2018년 장애인콜택시 체계를 통일하고자 표준조례안을 만들었다. 표준조례안에는 ▲장애인콜택시 이용 자격 구체화 ▲관할 행정구역 이외 인접 생활권까지 운행지역에 포함 ▲장애인콜택시 요금 상한선을 대중교통요금의 2배 이하로 규정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다. 하지만 표준조례안은 권고사항에 그친다. 최씨는 “표준조례안이 신설된지도 몰랐다”며 “장애인콜택시를 이용하는 데 나아진 것은 없다”고 말했다. 이 주무관은 “지자체들이 표준조례안을 수용하도록 내용을 구체화하고 뒷받침하는 제도를 만들기 위해 논의 중”이라며 “표준조례안이 각 지자체에서 시행되려면 의회에서 의결하는 과정을 거쳐야 해 시간이 걸린다”고 말했다.

 

오는 7월 장애등급제가 폐지됨에 따라 장애 등급을 기준으로 하던 장애인콜택시 운영 체계도 변할 예정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정부 차원에서 지자체별로 상이한 장애인콜택시 제도를 통합하고 체계화하는 작업을 선행해야 한다. 혼잡한 체계에 변화가 더해지면 이용자들만 고달파질 뿐이다.

 

 

글 강리나 기자 
lovelina@yonsei.ac.kr
<자료사진 장애인콜택시 어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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