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4일, 강사법관련구조조정저지 공동대책위원회가 기자회견에서 학생 교육권을 보장하라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 14일 낮 1시, 정문에서 ‘연세대학교 강사법관련구조조정저지 공동대책위원회’(아래 공대위)가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어, 학교본부 입장문 전달식과 학교본부와의 대화가 진행됐다. 이번 기자회견과 학교와의 대화는 「고등교육법 개정안」(아래 강사법)으로 인한 구조조정을 막고자 우리대학교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진행했다는 점에서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공대위 측, 
“학생들 교육권 보장하고 학생들과 소통하라” 

 

공대위는 기자회견에서 학교본부가 강사법에 대응하며 2019학년도 1학기 강의 수를 축소했다고 주장했다. 공대위 측은 ▲글쓰기 분반 수 29% 감소 ▲대학영어 분반 수 24% 감소 ▲선택교양 수업 수(생활·건강영역 제외) 66% 감소 ▲UIC CC 수업 20% 감소 ▲경영학과 전공기초/전공필수 수업 수 25% 감소를 근거로 제시했다. 공대위 대책위원장 공필규(국문·15)씨는 “학생들이 양질의 교육을 보장받으려면 강사의 지위가 보장돼야 한다”며 “학생들은 변명이 아니라 교육권을 보장할 수 있는 대책을 원한다”고 말했다.

이어진 학내 대표자 연대발언에서 UIC 비대위원장 윤혁준씨는 “UIC 학생들이 다른 학생들에 비해 2배 이상의 등록금을 내는 이유는 차별화된 대학 수업을 받기 위함”이라며 “하지만 이번 개정으로 소규모 수업이 대형화되고 졸업요건이 간소화됐다”고 말했다. 2019학년도 1학기부터 UIC 재학생은 ‘Science Literacy Course’, ‘RDQM’ 중 하나만 들어도 졸업요건이 충족된다. <관련기사 1825호 1면 ‘강사법 시행령 발표, 학교 측 “확정된 바 없어”’> 사과대 학생회장 김예진(사회·17)씨 역시 “사회학과의 경우 전공기초 4과목, 교직과목 1개를 제외하면 학생 대부분이 선택할 수 있는 전공 수업은 9개밖에 되지 않는다”며 “학교 측은 해당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명백한 해결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학외 단위 발언에서는 전국대학강사노동조합 김영곤 대표, 고려대 총학생회장 김가영(생명과학·13)씨, 전국대학원생노동조합 구슬아 지부장이 차례로 발언했다. 김가영 씨는 “고려대는 방중 개설과목 급감 사태에 대해 릴레이 자보전, 피켓팅, 기자회견 등으로 구조조정을 일시적으로 철회한 바 있다”며 “강사법의 취지를 실현하고자 공대위 측과 연대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입장문 낭독에서 공대위는 학교에게 ▲2019학년도 2학기 강의 수를 원상 복구할 것 ▲지금까지 논의된 사항을 투명하게 공개할 것 ▲차후 학사 개편 시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할 것 ▲공대위가 제기한 정보공개 청구에 진정성 있게 응답할 것을 요구했다. 

기자회견이 끝난 후 본관에서 학교본부 입장문 전달식이 진행됐다. 공대위 입장문을 건네받은 교무처장 손영종 교수(이과대·천문관측학)는 “강사법으로 수업권이 손실되는 것은 바라지 않는다”며 “우리대학교에서 최고 수준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다”고 답했다. 

 

▶▶ 기자회견에 이어 학교와의 대화가 학생복지처에서 진행되는 모습이다.

 

학교와의 대화, 
입장 차는 좁혀지지 않았다

 

입장문 전달식 이후 학생복지처에서 공대위와 학교본부와의 대화가 진행됐다. 학교본부 측은 손 교수, 학복처장 김용호 교수(사과대·북한외교), 교무처 부처장 김성문 교수(경영대·경영과학), 미래전략실 오승훈 팀장이 참여했다. 공대위 측은 ▲교양강의 수 감소 ▲전공 수 감소에 대한 학교본부 측의 개입 의혹 ▲학교본부의 강사법 대응 논의 상황에 관해 질문했다. 

우선 공대위 측은 글쓰기와 영어 과목 강의 수 감소에 문제를 제기했다. 공대위 소속 허나연(교육·16)씨는 “수업 정원 수 증가와 강의 수 감소에 관해 설명이 필요하다”며 “글쓰기 정원이 20명에서 35명 정도까지 늘었다”고 말했다. 손 교수는 “글쓰기 강좌 수가 줄어든 것이 아니라 외국인 학생 분반이 다른 영역으로 이전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대학영어는 2020학년도부터 전공영역별·수준별 수업으로 전환될 예정이기에 조정이 발생할 수 있다”고 답했다. 

또한 공대위 측은 선택교양영역 강의 수 감소에 관해 질문했다. 김 교수는 “교양교육을 개편하는 과정에서 필수교양이나 오래된 과목을 줄일 수밖에 없다”며 “개편 없이 진행돼왔던 과목들을 조정해나가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허씨는 “시대 변화에 발맞춰 수업을 개편한다는 것에는 동감한다”면서도 “지금까지 수업이 없어지기만 했지 새로 생겨난 수업은 없지 않았나”라고 반문했다. 김 교수는 “새로운 과목 개설을 위해 신임교수를 많이 충원하고 있다”며 “교양과목 개편으로 과도기에 놓여 있다”고 말했다.

본부 차원에서 강의 수를 줄이라는 지침이 있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사과대 부학생회장 신예림(행정·17)씨는 “사회학과 사무실에 강의 수가 줄어든 이유를 문의한 결과 학교본부 대응 방침과 관련된 조치라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여기서 말하는 학교본부의 대응 방침이 무엇인지 궁금하다”고 물었다. 김 교수는 “교무처에서는 기본적으로 모든 학과의 전공 강의 수 조절에 관여하지 않고 있다”며 “각 학과에서는 필요에 따라 강의 수를 자율적으로 조정하고 있다”고 답했다.

마지막으로 공대위 측은 강사법 대책 논의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냐고 질문했다. 손 교수는 “많은 것을 논의해왔지만 변하지 않은 두 가지 원칙이 있다”며 “한 가지는 강사법의 본 취지를 존중하면서 우리의 제도를 맞춰 나가는 것이고 나머지 하나는 어떠한 변화에도 수업 질 하락을 용납하지 않는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어 공 씨는 “2019학년도 2학기 강의 개설안이 확정되기 전에 학생들과 대화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고, 손 교수는 이에 동의하며 본부와의 대화 자리가 마무리됐다.

 

학교 측, 공대위의 요구에 응답하다

 

지난 15일, 학교 측은 공대위가 요구한 정보공개 청구에 대한 답변을 보냈다. 우리신문사가 입수한 정보공개 청구 자료에 따르면, 공대위 측은 ▲최근 5년간 고용된 강사 수와 올해 계약예정인 강사 수 ▲최근 5년간 수업 개설 수 ▲최근 5년간 할당된 수업 총 시수 ▲최근 5년간 지출된 강사료 ▲올해 폐지된 선택교양 수업의 폐지 기준 및 기준 중 ‘전임교원 담당 여부’ 반영 비율을 요청했다.

최근 5년간 고용된 강사와 계약 예정 강사 수를 분석한 결과, 2019학년도 1학기에 강사 임용 현황이 급격히 변했다. 우리대학교 시간강사 수는 전년 대비 1천 309명에서 473명으로 줄었다. 대신 겸·초빙교원이 190명에서 522명으로 늘어났다. 또한 기타교원도 500명에서 902명으로 늘어났다. 학교는 기존 소속이 있는 겸·초빙교원과 기타교원에게 4대 보험과 방중 임금을 보장할 의무가 없다. 강사법 시행이 지연되며 숙명여대, 한양대, 영남대 등은 강사들을 겸·초빙교원 및 기타교원으로 전환하기도 했다. 이를 막기 위해 강사법 시행령은 겸·초빙교원의 자격 기준을 조교수 이상으로 강화했다. 학교 측은 정보공개 청구 자료에서 “2019학년도 1학기부터 일정 자격을 갖춘 강의자에 한해 자율적으로 신분을 선택하도록 했다”며 “교원 신분에 대한 선호도가 반영돼 겸임·초빙·객원·기타교원과 같은 비전임교원 수가 대폭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학교 측은 선택교양 수업 폐지에 ‘전임교원 담당 여부’의 별도 반영 비율이 없다고 말했다. 학교 측은 “대학교양 과목 개설 원칙은 전임교원이 담당하는 것”이지만 “이번 통합 과정에서 시간강사가 담당하는 과목에 대해서도 개설 유지를 허용했다”고 밝혔다. 한편, 정보공개 청구 자료에 명시된 ▲최근 5년간 수업 개설 수 ▲수업 총 시수 ▲강사료의 경우 지난 2014년도부터 2018년도까지의 자료였다. 해당 항목은 5년간 큰 변화가 없었다. 

 

강사법 관련 논쟁은 강사법 시행이 확정된 지난 2018년 9월부터 계속됐다. 하지만 학생들이 공식적으로 학교본부에게 강사법 관련 해명을 요구한 것은 처음이다. 손 교수는 지난 2월 우리신문사와의 인터뷰에서 “오는 5월 중에는 강사법에 대한 구체적인 대응을 들어볼 것”이라 말했다. 앞으로 학교 측의 향방에 이목이 집중된다.

 

 

글 노지운 기자
bodo_erase@yonsei.ac.kr

사진 윤채원 기자
yuncw@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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