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견수렴 과정 없이 등록금 5% 인상되기도

대학알리미 공시자료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우리대학교에 재학 중인 외국인 학생은 3천140명에 달한다. 연수과정 유학생*을 제외하고 학위과정 유학생**만 산정해도 1천177명으로, 전체 재학생의 약 5%에 해당하는 수치다. 이처럼 많은 외국인 학생들이 우리대학교에 재학 중이지만 그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창구는 없다.

 

학교본부,
외국인 학생 의견 수렴 없이 등록금 인상

 

지난 2018년 12월 28일에 열린 ‘2019학년도 제3차 등록금심의위원회(아래 등심위)’는 정원 외 외국인 학생 등록금을 5% 인상하기로 의결했다. 이에 따라 약 1천 명에 달하는 정원 외 외국인 학생의 등록금이 평균 2~30만 원 인상된다. 기획처 예산팀 신세영 차장은 “외국인 유학생 불법체류 방지 차원에서 출입국 관리 규정이 강화돼 행정절차들이 신설됐다”며 “외국인 학생들을 관리하는 행정적 비용들이 증가해 불가피하게 등록금을 인상했다”고 말했다. 정원 외 외국인 학생의 등록금만 인상하는 이유를 묻자 신 차장은 “정원 내 외국인 학생 등록금 인상은 국가장학금 지급기준과 연관돼 인상이 어려웠다”고 답했다. 정원 내 학생의 등록금을 인상한 대학은 국가장학금 수혜 대상에서 제외된다.

하지만 등록금 인상 과정에서 당사자인 외국인 학생들의 의견은 반영되지 않았다. 외국인학생회 대표 시우링 위(SiewLing Wi)(건축·16)씨는 “등록금 인상 전, 외국인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공지나 사전 논의가 없었다”며 “인상 결정 후에도 충분한 설명을 듣지 못한 것에 깊은 실망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같은 지적이 등심위 내부에서도 제기됐다. 2019학년도 등심위 간사 길도영(정외·15)씨는 “인상 사유가 무엇이든 간에 등록금 인상에 대한 외국인 학생들의 의견을 먼저 수렴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등심위 교직원 위원은 “등심위 학생위원들은 이미 모든 학생들을 대표하고 있다”며 “특정 단위 소속 학생들의 의견을 전부 논의에 포함할 수는 없다”고 반박했다. 

또한 학교 측은 등록금 심의 과정에서 학생위원들에게 외국인 학생 수 등 기본적인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 길씨는 “지난 12월 28일 열린 등심위에서 학교 측의 외국인 학생 등록금 인상 요구를 처음 확인했다”며 “촉박한 일정을 이유로 등록금 인상 여부를 당일 결정하게 했다”고 말했다. 등심위 학생위원으로 참여한 김예진(사회·17)씨 역시 “등록금 인상에 해당되는 정원 외외국인 학생 현황 자료도 받지 못한 상태에서 의결했다”고 말했다. 등심위는 출석위원 과반수 찬성으로 정원 외 외국인 학생 등록금 인상을 의결했다.
우리대학교에 재학 중인 외국인 학생 A씨는 “많은 외국인 학생들이 등록금을 감당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이런 사안에 외국인 학생들이 어떤 창구를 통해 목소리를 낼 수 있는지 조차 모르겠다”고 말했다. 

 

외국인 학생들의 목소리, 
학생사회에 울려퍼지고 있나

 

학생사회는 학생들의 목소리를 학교본부에 전달함으로써 학생들의 권리를 보장한다. 외국인 학생은 학생사회와 소통할 수 있는 창구가 부족해 학교 측에 의견을 전달하기 어렵다. 특히 외국인 학생은 그동안 부실한 영어강의 운영, 영어 서비스 제공 부족을 호소해왔으나 해결되지 않았다. <관련기사 1817호 2면 ‘영어로 진행되지 않는 영어강의’>, <관련기사 1806호 2면 ‘비어있는 인권센터, 언제 채워질까’> 이에 ▲학생사회에 외국인 대표자가 없다는 점 ▲학생회 활동이 한국어 능력을 전제한다는 점 ▲학생회 차원에서 외국인 학생의 의견을 수렴하는 창구가 없다는 점이 이유로 꼽혔다.

확대운영위원회(아래 확운위)는 학생 대표자들이 학생사회의 의제를 논하는 의결기구다. 이는 총학생회의 정·부회장, 각 단과대 학생회의 정·부회장, 과/반 학생회의 회장, 총동아리연합회의 정·부회장, 각 단과대 동아리연합회의 회장으로 구성된다. 하지만 확운위 137단위 중 외국인 대표는 UIC LSBT 회장 샤논 스테피 앤더슨(Shannon Steffi Anderson)(LSBT·17.5)씨 1명에 불과하다. 앤더슨 씨는 “학내 소수자인 외국인 학생들은 언어·문화적 장벽으로 학내 활동의 제약이 있다”며 “유일한 외국인 학생 대표로서 그들이 겪고 있는 문제에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엠마 나이슨(Emma Nijssen)(PSIR·17.5)씨는 “모든 학생회 활동은 한국어를 기본 으로 하기에 외국인 학생들이 참여하기 어렵다”며 “과 학생회장으로 출마하려 했으나, 학생회장과 부학생회장 후보 중 한국어를 구사할 수 있는 사람이 반드시 있어야 해 출마를 고사했다”고 말했다. UIC 선거시행세칙 제9조 제1항 제4호는 ‘학생회장 후보나 부학생회장 후보 중 한 명이 TOPIK 6급 230점 이상이고 iBT TOEFL 110점 이상인 조’로 피선거권을 규정한다. 외국인 학생들은 UIC에서조차 한국어를 일정 수준으로 구사하지 못하면 단과대나 과/반 대표자가 되지 못하는 것이다.

총학이나 단과대 학생회 차원에서 외국인 학생들의 의견을 들을 수 있는 창구가 없다는 문제도 지적된다. 우리신문사가 조사한 14개 단과대*** 가운데 외국인 학생의 권리를 보장하는 창구가 마련된 단과대는 한 곳도 없었다. 총학생회도 마찬가지다. 총학생회장 권한대행 권순주(기계·16)씨는 “외국인 유학생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기구는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며 “외국인 학생들의 의견수렴을 위한 창구를 별도로 운영하지는 않는다”고 답했다.
 

▶▶ 지난 2017년 9월 6일 열린 UIC 학생총회에서 UIC 운영위원회 내 외국인 학생 대표 의석 설립 안이 논의됐으나 부결됐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외국인 학생회가 출범했지만, 지속성과 대표성이 떨어진다는 문제를 마주했다. 지난 2016년, UIC 내 외국인 학생 대표 기구인 UDA가 출범했다. 하지만 는 곧 유명무실한 기구가 됐다. <관련기사 1797호 1면 ‘소외받는 외국인 학생들, 실질적 대표성 요구해’> UIC 비대위원장 윤혁준(QRM·18)씨는 “UDA는 명확한 세칙과 관련 조항이 부재해 지속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지난 2017년에는 국제처와의 협조로 ‘연세대학교 외국인 학생회’가 출범했다. 하지만 해당 학생회도 확운위 단위로 인준받지 않아 제 목소리를 내기 어렵다. 위씨는 “외국인 학생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장이 더 확대돼야 한다”며 “적어도 외국인 학생회가 학생사회 내 대표로서 직면한 문제에 대해 토론할 수 있는 자격을 가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대 61대 총학생회 <내일>(아래 <내일>)은 총학생회 내 외국인 유학생 대표기구 설치의 공약을 내건 바 있다. <내일> 측은 “기존에 있는 유학생 대표기구들과 직접 소통하려는 단계에 있다”며 공약 실현 의지를 밝혔다.

 

이번 등록금 인상은 우리대학교 외국인 학생이 처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위씨는 “소수라는 이유만으로 외국인 학생들의 의견이 묵살된다”며 “우리는 문화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존중받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외국인 학생들의 목소리를 학교와 학생사회에 반영하기 위한 노력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연수과정 유학생: 어학연수생, 교환학생, 방문학생, 기타 연수생이 해당된다.
**학위과정 유학생: 연수과정 유학생을 제외한 인문사회계열, 자연과학계열, 공학계열, 예체능계열, 의학계열 유학생이 해당된다.
***문과대, 상경경영대, 이과대, 공과대, 생명대, 신과대, 사과대, 생과대, 교육대, 체육대, UIC, 의과대, 치과대, 간호대

 

 

글 노지운 기자
bodo_erase@yonsei.ac.kr
 박제후 기자
bodo_hooya@yonsei.ac.kr

사진 김민재 기자
nemomemo@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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