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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는 것보다 멋진 건 없어, 그림은 그 자체로 즐겁거든!검은색으로 그려낸 다채로운 인간의 내면, 작가 무나씨를 만나다
  • 강리나 기자, 하광민 기자
  • 승인 2019.03.17 23:30
  • 호수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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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온통 색투성이다. 고개를 조금만 돌리면 갖가지 색감이 눈을 자극한다. 수많은 색의 향연 속에서 검은색은 우리에게 묘한 편안함을 준다. 빛을 흡수하는 능력으로 우리까지 그림 속으로 빨아들인다. 그렇기에 검은색으로 이뤄진 김대현 작가의 작품은 어떤 작품보다 고요하지만 강렬하다. 전시 ‘I draw : 그리는 것보다 멋진 건 없어’의 주인공 김 작가를 만나봤다.

▶▶지난 2월 14일부터 9월 1일까지 ‘I draw : 그리는 것보다 멋진 건 없어’가 서울시 한남동 디뮤지엄에서 개최중이다. 개성 넘치는 국내외 다양한 드로잉 회화 작가들의 작품을 관람할 수 있다.

까만 잉크로 담아내는 감정


김 작가는 사람에 관심이 많다. 이는 그의 활동명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김 작가의 활동명 ‘무나씨’는 두 단어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첫 번째 단어는 불교 용어 ‘무아’다. 무아는 텅 빈 자아를 뜻한다. 두 번째는 ‘아무나’다. 텅 빈 자아 속에 자신과 타인의 이야기를 모두 담겠다는 의미다. 김 작가는 “나라는 사람은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정의된다”며 “타인에게 관심을 갖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인간 본연의 모습과 인간관계에 대한 김 작가의 관심은 그의 작품에 녹아들었다. 까만 잉크로 그려진 사람들은 때로는 인간관계를, 때로는 인간의 감정을 표현한다. 김 작가는 “그림은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을 표현하는 수단”이라며 “사람들이 내 그림에서 다양한 감정을 느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일례로, 「생각이 멈추는 자리」에는 외딴 바위 위에 앉아 생각하는 인물과 바위 안에 갇힌 인물이 등장한다. 앉아있는 인물은 진한 감동을 남긴다. 기자는 앉아있는 인물에게서 갇혀있는 사람에 대한 ‘그리움’과 ‘미련’, 한 사람만을 생각하는 ‘괴로움’을 느꼈다.


I draw : 그리는 것보다 멋진 건 없어


이처럼 김 작가는 그림에 인간에 대한 고찰을 담아낸다. 그에게 그림은 단순한 생업 그 이상인 것이다. 김 작가는 “전시회 컨셉인 ‘그리는 것보다 멋진 건 없다’는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며 “때로는 그림 그리는 과정이 고통스럽기도 하지만 그 시간마저 즐겁고 소중하다”고 말했다.

김 작가가 그림을 즐겁게 그릴 수 있었던 것은 아날로그적인 도구 덕분이다. 많은 작가가 디지털 매체를 활용해 창작 활동을 한다. 반면 김 작가는 잉크와 종이만을 사용해 그림을 그린다. 그는 “재료의 질감, 냄새와 함께하는 과정이 좋다”며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잉크가 바래고 물에 젖은 종이가 마르면서 변화하는 모습이 멋지다”며 아날로그 방식의 매력을 전했다.

김 작가의 작업은 작품에 이름을 붙이며 마무리된다. 제목은 그림이라는 퍼즐을 완성하기 위한 마지막 조각과도 같다. 김 작가는 “그림에 담아내기 부족한 부분은 제목을 통해 표현한다”며 “사람들이 그림에서 감정을 느끼는 데 제목이 한몫한다”고 말했다. 진솔하면서도 뻔하지 않은 작품을 만들고자 하는 김 작가의 노력을 느낄 수 있다.

이렇게 그림을 사랑하는 그지만, 김 작가도 그림 그리는 일에 관해 고민한 적이 있다. 그는 “어느 순간부터 그림 그리기가 ‘해야만 하는 일’이 돼버렸다”며 “그림을 그리는 것이 자연스러운 행위가 되길 바라며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생각할 거리를 던지는 그림


기자는 지난 3일 ‘I draw’ 전시회를 찾았다. 두 작품이 눈을 사로잡았다. 「이해한다는 것은」과 「나잇값」이었다. 김 작가의 작품은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아마 모두 공감할 수 있는 감정이 작품 속에 녹아있기 때문일 것이다. 또 낯설지 않은 아날로그적 방식은 친밀감을 준다. 김 작가의 작품들이 궁금하다면 한남동 디뮤지엄에서 진행되고 있는 ‘I draw : 그리는 것보다 멋진 건 없어’ 전시회를 찾아보자. 전시회는 오는 9월 1일까지 진행된다.



「나잇값」은 감정을 수용하는 태도가 상이한 두 사람을 보여준다. 두 사람은 각각 상대방과 연결된 줄을 잡고 있다. 한 명은 서서 한 손으로 줄을 당긴다. 9개의 도르래 덕에 무게를 가볍게 감당하는 모습이다. 반대쪽 줄을 잡고 있는 사람은 앉아서 온 힘을 다해 줄을 당긴다. 두 손으로 줄을 꼭 잡고 당기지만 버거워 보인다. 이 작품에서 도르래는 나이를 의미한다. 김 작가는 “나이가 많을수록 감정을 수월하게 받아들인다는 사람들의 생각을 표현한 것”이라며 “나이가 많아질수록 감정을 쉽게 조절할 수 있다는 말에 관한 의문도 담았다”고 말했다. ‘나잇값 좀 하라’는 말은 나이가 들수록 성숙해지라는 일종의 강요로 우리를 무겁게 짓누른다. 하지만 김 작가가 던진 물음은 나잇값의 무게를 덜어준다.



「이해한다는 것은」은 타인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요소를 고민하게 한다. 작품 속 두 인물은 서로를 끌어안고 있다. 동시에 한 사람은 다른 사람의 가면을 벗기고 쳐다본다. 김 작가는 이 작품에서 사람마다 다른 이해의 기준을 다루고자 한다. 그는 “가면을 벗기는 사람의 입장에서 이해는 표면적인 요소에서 그치지 않고 상대의 내면까지 들여다보는 것”이라며 “반면 가면을 쓰고 있던 사람은 표면적인 요소만으로도 타인을 이해할 수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일심동체라는 말이 떠오른다. 서로를 이해하려면 반드시 하나가 돼야 하는 걸까.

글 강리나 기자 lovelina@yonsei.ac.kr

사진 하광민 기자 pangman@yonsei.ac.kr
<사진 제공 김대현 작가>

강리나 기자, 하광민 기자  lovelina@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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