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성소수자위기지원센터 ‘띵동’ 정민석 대표를 만나다

많은 이들은 청소년 시기에 성 관념을 정립한다. 하지만 성 정체성에 관한 이야기는 유독 금기시된다. 청소년 성소수자는 주변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따가운 시선을 감내하며 살아간다. 그들은 학교에서도, 가정에서도 받아들여지지 못한 채 각종 혐오와 탈가정 위기에 노출돼있다.

‘청소년성소수자위기지원센터 띵동’(아래 띵동)은 이들을 묵묵히 지지하기 위해 설립됐다. 띵동은 청소년 성소수자를 어떻게 돕고 있을까. 띵동의 정민석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 청소년성소수자위기지원센터 ‘띵동’ 정민석 대표

 

Q. 본인과 띵동에 관해 간단한 소개를 부탁한다.
A. 띵동 대표 정민석이다. 성소수자 인권운동은 약 20년간 해왔다. 띵동은 국내에서 유일한 청소년 성소수자 상담·지원 기관이다. 지난 2015년에 창립돼 올해로 활동 5년 차에 접어들었다.


Q. 띵동을 창립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A. 나 스스로도 청소년 시기에 성 정체성에 관해 고민했다. 20여 년 전이었기에 인터넷도 없어 정보를 얻기 어려웠다. 내가 ‘비정상’인지에 관한 고민을 비롯해 많은 문제를 혼자 감당해야 했다. 도움을 요청할 만한 기관은 한 곳도 없었다.

성인이 된 후 인권운동을 하면서 많은 청소년 성소수자를 만났다. 긴 시간이 흘렀지만 현실은 여전히 냉혹했다. 청소년 성소수자를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기관은 없었다. 이런 현실을 보며 직접 청소년 성소수자들의 지지자가 되고 싶었다. 이후 시민들의 자발적인 모금을 통해 띵동을 만들 수 있었다.


Q. 이미 정부의 지원을 받는 청소년 보호시설이 있다. 그럼에도 청소년 성소수자만을 위한 단체를 설립한 이유는 무엇인가.
A. 청소년 쉼터에서 배제당한 청소년들을 많이 만났기 때문이다. 현재 청소년 쉼터는 상당히 성별 이분법적이다. 지정성별*에 따라 이용할 수 있는 쉼터가 구분돼있다. 성 정체성에 관해 고민 중인 청소년들은 쉼터를 쉽게 선택하지 못한다. 이들은 쉼터를 찾아가도 입소를 거부당한다. 성소수자가 쉼터 내에서 물의를 빚을 것이라는 편견 때문이다. 이들은 성 정체성을 숨겨야만 쉼터에 입소할 수 있다. 쉼터 이용 중 성소수자라는 사실이 드러나면 바로 퇴소당한다. 위기를 벗어나고자 찾은 곳에서 또 다른 위기를 맞는 셈이다.

성 정체성에 대한 고민은 자신의 근본적 정체성과 맞닿아 있는 중요한 고민이다. 갈 곳 잃은 청소년 성소수자들이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기관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띵동을 설립했다.

 

Q. 각종 지원 사업을 진행하며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느낀 적은 없나.
A. 늘 정부 지원 필요성을 느낀다. 주거지원을 충분히 하지 못할 때 특히 그렇다. 띵동은 재정적인 이유로 24시간 내내 운영하지 못한다. 그렇기에 위기 청소년 성소수자에게 거주 공간을 제공할 수 없다. 필요한 경우 1~2개월의 고시원비를 지원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 빠른 시일 내에 띵동을 성중립적이고 24시간 이용 가능한 공간으로 만들고자 한다.

지금도 머물 곳이 없어 방황하고 있는 청소년 성소수자들이 많다. 이런 현실에 비해 정부 지원은 여전히 부족하다. 지난 2017년 여성가족부가 주최한 토의에 자문위원으로 참여해 청소년 성소수자 정책 기초 연구와 청소년 쉼터 관계자 인식 개선 등을 당부하기도 했다. 지금까지 청소년 성소수자 지원 정책이 없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앞으로 정부 지원이 더욱 확대되길 기대하고 있다.

 

Q. 지정기부금단체**로 등록하는 일도 쉽지 않았다고 들었다.
A. 지난 2018년에 외부 재단의 후원 사업이 종료됐다. 이에 재정적으로 독립하기 위해 띵동을 지정기부금단체로 등록하고자 했다. 지금은 청소년 비영리민간단체로서 지정기부금단체로 등록된 상태다. 하지만 그 과정은 쉽지 않았다. 시청 측에서 「청소년 복지법」에 성소수자에 관한 언급이 없다며 비영리민간단체 등록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이주민 청소년, 장애인 청소년이 법조문에 언급돼있지 않아도 관련 단체는 쉽게 지정기부금단체로 등록할 수 있다. 청소년 성소수자라는 단어가 없다고 등록을 거부하는 것은 차별이다. 민원에 대한 답변을 받고 지정기부금 단체로 등록되기까지 3개월이 걸렸다. 보통 20일 정도 걸리는 일이다.

 

Q. 띵동은 지난 2017년부터 HIV 감염 청소년 성소수자 지원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해당 사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A. 띵동에서 일하는 HIV 감염인 활동가에게 사업을 제안한 것이 시작이었다. 사회적으로 HIV는 문란한 성관계로 감염되는 질병이라는 인식이 있다. 감염인은 타인에게 질병을 쉽게 옮긴다는 편견도 널리 퍼져있다. 이런 이유로 감염 확진을 받은 이들은 두려움과 공포심에 사로잡힌다. 자신을 비관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HIV 감염인은 일상생활 속에선 타인을 감염시킬 위험이 없다. 직업 선택에도 제약이 없다. 최근엔 치료환경이 개선돼 적절한 치료를 병행한다면 인생에서 목표한 바를 충분히 이룰 수 있다. 띵동은 HIV 감염 청소년들에게 의료비를 지원하고 병원 치료에 동행하기도 한다. HIV 관련 편견 개선 자료도 만들었다. 그리고 이들이 HIV 감염인이라는 이유로 계획했던 꿈을 포기하지 않도록 응원하고 있다.

 

Q. 청소년 성소수자가 청소년이라는 특성으로 인해 접하는 편견과 어려움에는 무엇이 있나.
A. 청소년은 아직 성 정체성을 확립하기에 미성숙하다는 편견을 직면한다. 사회는 위기에 처한 청소년 성소수자들에게 성 정체성 고민을 나중으로 미루라는 말만 되풀이한다. 우리 사회와 교육 현실은 청소년 성소수자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다. 이들을 비성소수자 청소년에게 해로운 존재로 여길 뿐이다. 청소년 성소수자는 자연스레 그림자처럼 살게 된다.

청소년 성소수자가 받는 정신적 피해는 성인에 비해 크다. 성인에 비해 활동반경이 좁기 때문이다. 학교나 학원, 교회에서 만나는 사람들이 인간관계의 전부다. 활동반경이 작을수록 성 정체성 관련 고민을 말했을 때 소문이 빨리 퍼지기 마련이다. 당연히 이로 인해 오는 타격도 크다. 띵동에 상담을 의뢰하는 청소년 대부분은 가족·친구 관계나 학교·학원에서 일어난 갈등을 토로한다. 청소년들은 또래 관계를 중요하게 여기고 쉽게 버리지 않으려 한다. 고민을 나눌 사람이 없으니 우울하고 답답한 감정은 계속해서 쌓인다.

▶▶ 정 대표는 청소년 성소수자가 지닌 판단력을 존중해야함을 강조했다.

 

Q. 우리나라 중등교육이 성소수자 인권을 충분히 다루지 않는다는 비판이 있다. 대표적으로 지난 2015년 교육부가 발표한 「학교 성교육 표준안」(아래 표준안)에 관한 지적이 있다. 우리나라의 성소수자 인권 교육에 관해 어떻게 생각하나.
A. 성교육은 성소수자를 이해할 수 있는 생각의 틀을 제공한다. 하지만 현행 교육 시스템은 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다. 결국 학생들은 성소수자의 존재를 인지하지 못한 채 사회에 나간다. 미흡한 교육은 우리 사회가 성소수자에 대한 이해가 낮은 이유 중 하나다. 교사에게 전달하는 지침인 표준안에 ‘사회적 논란이 되니 성소수자, 성적지향에 대해 말하지 말아라’, ‘성소수자는 인권에서 다루므로, 성교육에서는 다루지 말라’는 문구가 포함돼있다. 이 표준안은 지금도 유효하다. 이는 반드시 폐지되거나 재구성돼야 한다.

이런 교육 환경에서 청소년 성소수자는 혐오표현에 쉽게 노출된다. 교사들은 지도자로서 혐오표현을 적극적으로 제재해야 한다. 혐오표현의 의도를 묻고, 당사자가 느꼈을 감정을 헤아릴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Q. 과거 드라마 「선암여고 탐정단」에서 청소년에 미칠 악영향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동성애 관련 장면이 경고·제재를 받았다. 미디어가 동성애 관련 내용을 제재하는 것에 관해 어떻게 생각하나.
A. 미디어에서 성소수자를 지우려는 사람들은 성소수자가 청소년의 성 정체성 형성에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정체성은 누군가에게 영향받아 바뀌는 게 아니다. 청소년은 스스로 정체성을 판단할 수 있다. 동성애 콘텐츠 제재는 동성애가 잘못된 일이라는 낙인을 찍는다. 이는 청소년 성소수자들에 대한 차별을 부추긴다. 청소년 시기에 갖는 호기심은 자연스러우며, 이를 긍정적으로 발현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기에 미디어는 성소수자 이슈를 대중에게 자주 노출시켜야 한다. 미디어는 비성소수자가 성소수자와 바람직한 관계를 정립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Q. 퀴어문화축제에 참가하는 청소년 성소수자들이 겪는 어려움도 있다고 들었다.
A. 퀴어문화축제는 성소수자가 자신을 드러낼 수 있는 자리임과 동시에 비성소수자와 어울릴 수 있는 문화적 축제다. 특히 청소년들에겐 학교 중심의 생활 반경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기회다. 그렇기에 청소년들은 축제에 관심이 많고, 축제에 참여하며 희열과 안도를 얻기도 한다.

하지만 퀴어문화축제에 참가한 이후 힘든 시간을 보내는 청소년 성소수자들이 많다. 축제에 다녀온 사실을 부모님이 알게 되며 생기는 갈등이 그 예시다. 또한 같은 학급 친구를 만나고 상담을 요청하는 친구도 있다. 준비가 안 된 채로 자신의 성 정체성이 알려지다 보니 당황하는 것이다.

띵동은 ‘청소년 성소수자의 퀴어문화축제 참가 전후 위기발생 실태조사’를 실시해 위기 상황을 파악하고자 했다. 지난 2018년에는 축제에서 노출될 수 있는 다양한 상황 대처 매뉴얼을 제작해 SNS상에 공유했다. 청소년 성소수자가 퀴어문화축제에 두려움 없이 참여할 수 있도록 돕고자 한다.

 

Q. 앞으로의 띵동의 행보가 궁금하다.
A. 올해는 ‘무지개 도움닫기 프로젝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전국 17개 시·도에 청소년 성소수자 지원 기관을 만드는 사업이다. 국내에 청소년 성소수자를 지원하는 기관은 띵동이 유일하다. 띵동이 있는 서울 외 지역에도 청소년 성소수자가 마음 놓고 상담을 요청할 기관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계획했다.

청소년들은 잠재력이 크다. 자신이 활용할 수 있는 인적, 물적 자원들을 파악한다면 자립까지 할 수 있다. 띵동은 이들에게 길을 제시하지 않는다. 대신 길을 잃으면 함께 헤매고, 길을 찾으면 축하해준다. 어떤 상황이라도 누군가 함께 있다는 것을 기억하면 괴로움으로 삶을 포기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띵동은 이대로 청소년 성소수자의 다양한 메시지에 주목하면서 이들과 함께 걷고 싶다.

 

 

*지정성별: 본인의 의지와 무관하게 출생 시 지정된 성별.
**비영리민간단체는 신청을 통해 지정기부금단체로 등록될 수 있다. 지정기부금단체는 후원자에게 연말 세제 혜택을 주는 기부금 영수증을 발급할 수 있다.

 


글 박윤주 기자
padogachulseok@yonsei.ac.kr

사진 양하림 기자
dakharim@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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