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캠 인권센터 설립 필요성 제기돼

현재 원주캠 상담코칭센터(아래 상담센터)는 ▲진로 상담 ▲성폭력 상담 ▲각종 예방 교육 등을 전담하고 있다. 그러나 ▲성폭력·폭력 예방 교육의 부실함 ▲인권 관련 업무 범위의 협소함이 문제로 지적된다. 

 

성폭력·폭력 예방 교육,
허술하다는 지적 이어져

 

상담센터는 학부생과 교수를 대상으로 각각 성폭력 예방 교육(아래 성폭력 교육)과 폭력 예방 교육(아래 폭력 교육)을 실시한다. 성폭력 교육은 신입생 대상 오리엔테이션 및 원주생활관 입·퇴사예배에서 진행된다. 우리대학교 「성폭력 예방 및 처리에 관한 시행세칙」*(아래 시행세칙)에 따르면, 모든 학부생은 성폭력 교육을 필수적으로 이수해야 한다. 신촌캠은 학생들이 성폭력 교육을 이수하지 않으면 성적을 확인하지 못하게 한다. 하지만 원주캠에는 성폭력 교육 이수를 강제하는 장치가 없다. 익명을 요청한 학부생 A씨는 “개인 사정으로 신입생 오리엔테이션과 입·퇴사예배에 모두 참석하지 못했지만 이에 대한 어떠한 제재도 받지 않아 의아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성폭력 교육의 부실함을 지적한다. 입·퇴사예배에서 성폭력 교육을 받은 B씨는 “교육은 10분 이내로 상당히 짧았을뿐더러 내용도 단편적이었다”고 말했다. 상담센터가 학부생을 대상으로 시행하는 성폭력 교육의 이수시간은 한 회당 10분 정도로, 시행세칙에서 지정하는 1시간에 훨씬 못 미쳤다. 상담센터 임대영 사무직원은 “행사 진행 과정에서 불가피한 이유로 교육시간을 적게 배분받았을 뿐”이라며 “시간이 짧더라도 양질의 교육을 준비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또한, 원주캠 교수 대상 폭력 교육은 ▲성희롱 ▲성폭력 ▲성매매 ▲가정폭력의 4가지 주제로 한 학기에 두 과목을 이수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그러나 지난 2017년 원주캠 교수의 폭력 예방 교육 이수율은 61%에 그쳤다. 이는 전체 대학 평균인 87%에 비해 낮은 수치다. 서울대 인권센터에 따르면 지난 2017년 기준, 교수-학생 간 인권침해 사건이 대학 내 인권침해 사례 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이렇듯 교수 대상 폭력 교육이 중요함에도 임씨는 “교수님들이 개인일정과 겹치면 폭력 교육에 불참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학교 측은 폭력 교육을 이수하지 않은 교수를 제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인권센터 부재한 원주캠,
인권 관련 업무 소홀

 

상담센터는 인권 관련 업무에서도 한계를 지닌다. 그 업무가 성폭력 교육 및 상담에 국한되기 때문이다. 중국인 유학생 C씨는 “학내 커뮤니티에서 중국인을 비하하는 등의 인종차별적인 글귀를 자주 접했다”며 “심적으로 큰 상처를 받았으나 마땅히 터놓을 만한 곳이 없어 더욱 힘들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청한 학부생 D씨는 “오늘날 대학 내외로 다양한 인권문제가 있다”며 “인종차별, 불평등한 젠더의식, 성 소수자 혐오, 장애인 소외 등의 문제를 배제한 채 성폭력 교육만을 진행하는 것은 인권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교육 체계”라고 지적했다.

이는 상담센터가 타 대학들의 인권센터와 비교해 설립 목적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인권센터는 성폭력 예방을 포함해 ▲인권의식 함양 ▲젠더의식 제고 ▲소수자 인권 보호를 전담하며 각종 문화행사를 주최한다. 이외에도 피해자 구제를 포함한 인권 감수성 교육 등을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 상담센터와 대비된다.

지난 2016년 19곳에 불과했던 국내 대학 인권센터는 2년 새 72곳으로 늘어났다. 이렇듯 많은 대학이 인권 관련 인프라 구축에 힘쓰고 있다. 중앙대는 2012년 12월, 기존에 운영하던 성평등 상담소를 확대해 총장 직속 인권센터를 신설했다. 중앙대 인권센터 이정민 연구원은 “과거 성평등 상담소로만 운영될 때는 폭력이나 폭언, 근로자 차별 등 다양한 유형의 인권침해를 다루기 힘들었다”며 “인권문제 해결을 위한 전담기구가 필요했고 이에 따라 성평등 상담소가 인권센터로 확대 개편됐다”고 전했다.

상담센터 내부에서도 인권센터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있으나 인권센터 설립은 요원하다. 임씨는 “지난 학기부터 인권센터 관련 논의가 시작돼 신촌캠 윤리인권위원회에 자문을 구하기도 했다”며 “다만 학교본부 측의 운영 차질로 인권센터 설립은 잠정 보류 상태”라고 말했다. 기획처도 현재까지는 인권센터 설립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원주캠 상담센터는 인권센터 부재를 극복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상담센터는 영어·중국어 상담을 전담하는 인력을 배치해 외국인 유학생의 인권침해를 줄이겠다고 말했다. 18일(월)부터는 자살 예방·정신건강에 관심이 있는 재학생 10명을 모집해 ‘자살 예방 게이트키퍼 교육’을 실시한다. 모집된 학생들은 생명존중 캠페인 등 원주캠 학생 인권신장을 위한 각종 활동에 참여한다.

 

오늘날 대학가에는 다양한 인권문제가 산적해 있다. 원주캠 인권의식 신장과 관련 문제 해결을 위한 인권센터 설립을 고려해야 할 시점이다.

 

*우리대학교 「성폭력 예방 및 처리에 관한 시행세칙」 제6조 1항에 따르면, 성폭력 교육은 학칙의 적용을 받는 모든 구성원에게 실시하며 전문가의 강의·시청각 교육 등의 방법으로 매 학기 4시간 실시한다.

 

글 김연지 기자
yonzigonzi@yonsei.ac.kr
오한결 기자
5always@yonsei.ac.kr

저작권자 © 연세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